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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사람을 읽다
늙지 않는 순수, 영원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Saint Exupery)

확대보기생텍쥐페리 일러스트

하늘을 나는 도전에 빠졌던 행동주의 작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단다.” 삶의 지혜를 쉽고 단순하게 전하는 이 한마디는 『어린왕자』의 내용 중에서도 사막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한 인상적인 문장이다.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출판된 『어린왕자』에는 우리가 소설에서 흔히 만나는 미사여구나 긴장감을 유도하는 강렬한 문장은 없다. 시종일관 간결하고 정교하게, 그리고 어린 주인공의 순수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 생텍쥐페리는 44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약 1억 부가 판매됐을 것으로 추산되는 『어린왕자』의 유명세 못지않게 그의 삶 또한 인상적이다. 여느 유명 작가들이 전업 작가로 작품활동을 했다면, 그는 조종사와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그 속에서 작품의 모티브와 소재를 발견해나갔다. 또 직업적인 꿈을 이루기까지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결국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조종사가 됐고, 이를 통해 다양한 화젯거리를 남긴 것은 물론이고 이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 또한 비행으로 끝을 맺었다.
20세기가 시작되던 해인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출생한 생텍쥐페리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조종사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열두 살 때였다. 엄마의 당부를 거역하고 앙베리외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경험을 하면서부터다.
10대 후반에는 해군사관학교 입시에서 낙방한 후 미술학교 건축학과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조종사가 되려는 그의 도전은 군 입대 후 군용기 조종 면허장을 취득하면서 한발 가까이 다가선다. 예비 소위에 임관된 후 비행 경험을 쌓고, 스물세 살 되던 해에 비행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로 인해 의가사 전역을 한 후 일반인으로 돌아가 화물차판매원까지 하지만, 결국 그는 비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툴루즈·카사블랑카·다카르간의 정기우편비행 조종사가 되었지만, 아프리카행 첫 비행에서 사막에 불시착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후로도 그는 또다시 라테코에르 비행기 제조회사에 입사해 테스트 파일럿이 된 후 비행으로 인한 사고를 직접 경험하는 한편, 항공우편 항로 개척자로서 활약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3년엔 정찰비행 대대로 복귀한 그는 이듬해 연합군 진영에 합류하여 정찰대 임무를 수행하던 중, 1944년 7월 31일 리트닝 기지를 출발해 프랑스 본토로 정찰을 떠난 후 독일군의 포격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20대 청년시절 비행을 떠난 지상에서의 생활을 오히려 불안해하며 늘 비행을 갈망하고 실행으로 옮기며 살았던 그는 비행 속에서 삶의 자유와 의미를 찾은 사람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소년시절부터 가족들 앞에서 자작시를 발표하고 글쓰기를 즐겼던 만큼, 비행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 과정에서의 생각들을 틈틈이 소설로 옮겨놓는 작가로서의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확대보기어린왕자 일러스트 『어린왕자』 원본 노트를 보고 싶다면 여기!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테마공원 ‘쁘띠프랑스’를 찾아가면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작은 프랑스’라는 이름의 ‘쁘띠프랑스’는 남부 프랑스의 전원마을을 재현한 곳으로, 이곳에는 ‘생텍쥐페리 기념관’이 있다. 출생에서부터 그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고, 유품과 유작 그리고 『어린왕자』 원본 노트를 직접 볼 수 있다. 직접 조종석에 앉아 사진촬영도 가능한 빨간 소형 비행기도 매달려 있는 게 인상적이다. 8월 15일까지는 ‘어린 왕자와 함께 작지만 확실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10가지’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와 공연도 열린다.
홈페이지 : www.pfcamp.com

순수한 인간미, 글로 옮겨 담은 『어린왕자』
『어린왕자』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야간비행』을 비롯해 『남방 우편기』, 『전시 조종사』 등은 생텍쥐페리 자신의 비행 경험에서 느끼고 얻은 것들을 소설로 옮겨놓은 작품들이다. “글에서 나는 있는 그대로 나를 찾아야 합니다. 나의 글은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신중한 반성의 결과입니다.” 1925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1931년 페미나 상을 수상한 『야간비행』이 탄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929년 항공우편사의 지사장으로 부임해 있는 동안의 체험을 그린 이 작품은 행동주의 문학을 개척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야간항로 개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초월해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중시하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 『남방 우편기』는 1927년 모리타니 캅-쥐비 비행장 책임자로 임명된 후 네 차례의 비행사고 구조작업, 외국인들이 자국 땅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거친 현지인들 길들이기와 관계 유지, 그리고 이를 통한 프랑스와 남미 간의 항공로 개척 사업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작품이다.
비행 경험과 우편항로 개척 업무에 얽힌 생생한 경험들이 작품에 녹아들면서 그가 펴낸 작품들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유럽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를 유명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로 인해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엔 『엥트랑시장』지 현지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이듬해에는 『파리 수아르』지로부터 10편의 기사를 청탁받기도 했다.
1943년 미국에서 먼저 출판된 『어린왕자』는 그의 얼굴이 된 작품인 만큼, 작품 탄생에 얽힌 스토리도 흥미롭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1942년 뉴욕의 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던 출판업자 히치콕이 생텍쥐페리가 흰 냅킨에 장난삼아 그린 그림을 보면서부터다. 『어린왕자』 그림의 첫 일러스트였던 그것에 히치콕은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고, 작가는 자신의 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어린아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출판 계약이 이루어졌지만, 글과 함께 편집될 그림을 그릴 화가를 찾던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지 않자 직접 그림을 그렸다. 어린왕자,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 사막여우, 바오밥나무 등은 동화적이고 우화스러우면서도 풍자적인 특징을 잘 살린 일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아이를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게 해주고 어른들의 왜곡된 삶을 꼬집으면서 삶의 지혜를 안겨주는 어린왕자와 하늘을 나는 비행조종사와 항로,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자신이 갈망하고 추구하는 인간적인 삶을 말하고자 했던 생텍쥐페리! 그의 작품에서는 직선적인 솔직함과 고집스러운 도전 그리고 순수의 세계를 비행하는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다.

박창수 전문기자

조회수 : 3,839기사작성일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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