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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확인법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측정을 해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가 말한 “관리하기 위해서는 측정해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로 가고 싶다면, 현재 자신의 조직이 얼마나 수직적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사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실체적으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심리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몇 가지 상황들을 면밀하게 주시하면 조직문화가 어느 정도 수직적인지를 판별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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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는가?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한 집단에서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질문이다. 부하는 상사의 권위적인 태도에 짓눌려 질문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냐?”는 상사의 질타는 부하의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되고, 부하는 이러한 상황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저 한두 마디 정도 질문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 자세한 질문에 대해서는 상사도 피곤해한다. 그러다 보면 부하는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실질적인 업무 그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상사가 왜 자신에게 이 일을 시켰는지를 알고 싶어 하고, 이런 부분을 동료들에게 파악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업무의 몰입도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직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성과 역시 나오지 않게 된다.

상사의 의견에 반론을 할 수 있는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론을 펴기는 더욱 힘들다. 따라서 만약 부하가 상사에게 ‘No’라는 말을 했을 때 무슨 상황이 펼쳐질지 상상해보는 것도 조직의 수직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만약에 상사에게 반론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부하를 설득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는 매우 수평적인 조직에 가까운 징조다. 이러한 부분은 CEO도 명심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사실 회사 내에서 가장 반론을 펴기 힘든 상대가 바로 CEO이다. 그가 회사 운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조직력이 살아 있는 회사라면,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회사의 앞날을 걱정해야만 한다. 결국 CEO와 상사가 부하의 반론을 불편해하지 않고 회사의 앞날을 위한 진지한 토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부하가 할 수 있는가?
회사 내에서 책임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번 잘못 진행된 프로젝트는 매출에 타격을 입히고 조직의 분위기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부하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상당히 수평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권위적인 상사에게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성을 인정하는 상사에게는 오히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많은 것을 책임지겠다고 생각하는 인재가 많은 회사일수록 그 회사는 지속성장의 가능성이 높다.

부하들이 상사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권위적인 상사는 자신에 대한 인정의 욕구가 매우 강하다. 그들 자신의 인생 경험, 회사 경험이 부하들보다 압도적이며, 또한 매우 지혜롭게 잘해왔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은 부하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부하들을 가깝게 여기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하들이 겉으로만 상사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야만 자신도 조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상사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동료들끼리의 모임에서 상사를 힐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조직원들이 상사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고 있는지는 수평적·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배우려고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배우며 살아간다. 임원들 역시 아무리 성공의 경험이 많고 연륜이 쌓였다고 해도 결국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면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배움의 대상이다. 부하들의 회사생활이 얼마 되지 않을 때에는 상사가 부하에게 배울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하가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상사도 부하에게 배워야 할 시점이 온다. 그런데 권위적인 상사는 자신이 부하에게 뭔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를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더불어 불편함을 느낀다. 결국 상사는 부하에게 오히려 훈계를 하거나 ‘네가 나보다 많이 아냐?’라며 공격을 하기도 한다. 상사가 얼마나 진지하게 부하에게조차도 배우려고 하느냐는 그 조직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의 하나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우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부하의 문화에 얼마나 동참하려고 하는가도 기준이 된다. 이른바 ‘꼰대’들은 부하의 업무 방식은 물론이고 라이프 스타일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부하들의 업무방식,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주는 상사가 많을 때 그 조직은 수평적인 조직일 수 있을 것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알아서’를 강조하지 않는가?
회사생활 중에서 흔히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알아서 좀 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권위적인 상사가 부하에게 일을 시킬 때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매우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사 자신도 그 일에 대해서 잘 모를 때이다. 이때 상사는 자신의 권위와 직책을 내세워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을 부하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상사로부터 일을 부여받은 상사가 그 일을 다시 부하에게 일방적으로 떠밀 때도 이 방식은 동일하게 이용된다. 자신은 잘 모르기도 하고, 귀찮은 일을 부하가 ‘알아서’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알아서’ 해야 될 일은 없다. 그 어떤 사안도 다 배경이 있고 맥락이 있으며,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진행해야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알아서’ 일을 하라는 것은 곧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남훈 전문기자

조회수 : 1,735기사작성일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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