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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로망
다정한 도시, 공주

겹겹의 구릉만큼 무수한 시간의 층이 쌓여 있는 도시, 공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 유적 외에도 다양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찬란한 역사를 가슴에 아로새긴 공주는 여심(女心)을 사로잡을 이야기로 가득하다.

확대보기공주 풍경

잘 알다시피 공주는 백제의 도읍지다. 금강을 이용해 중국, 일본과 교역했던 까닭에 물산이 집결하는 상업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에는 충청도 전체를 관할하는 감영이 있었고, 20세기 초까지 도청 소재지였다. 충주에 있던 충청감영이 선조 때인 1602년 공주로 옮겨왔고 충청도청이 1932년 대전으로 옮겨갔으니, 참으로 오랜 세월 충청도의 행정중심지를 도맡은 셈이다. 하지만 철도는 전에 없던 도시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냈고, 또 번성하던 도시를 금세 쇠락시켰다. 도청이 이전해간 대전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공주는 후자에 속한다.
게다가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고 육상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개편되면서 도시의 향방이 갈렸다. 그 때문에 공주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서서히 변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여타의 도시에서 행해진 무분별한 개발에서 비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송산리 고분군과 공산성, 마곡사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유적이 잘 간직돼 있고, 관련 발굴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모두가 행복한 여성친화도시

백제라는 찬란한 역사를 품은 덕에 그동안 공주 원도심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위로 최근 트렌디한 감성이 덧입혀져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과 더불어 올해는 여성가족부와 여성친화도시 협약을 체결해 이목을 끈다. 여성친화도시는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공주시는 앞으로 5년 동안 경력단절여성 지역맞춤형 창업 지원을 필두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13개 세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확대보기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평생교육원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평생교육원 안에 있는 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창업 원스톱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여성들의 행복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평생교육원 안에 자리하고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이래 해마다 1,000여 명이 도움을 받았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 사후관리를 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홍보와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창업토크 콘서트 ‘슬기로운 창업생활’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확대보기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확대보기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활동 사진 게시판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고 있다. 참고로 전국에 158개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있으며 홈페이지(saeil.mogef.go.kr)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17년부터는 공주테마여행 기획자, 마을공동육아 협동조합 만들기, 지역관광문화 콘텐츠 전문가 등 창업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중에서도 ‘30만 원 비즈니스’가 이색적이다. 그 이름처럼 월 30만 원 수입을 목표로 작은 아이디어가 성공 비즈니스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육이, 야생화, 바위솔을 전문으로 하는 ‘다·야·솔 뜰안’의 류명희 대표는 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창업 아이템을 탐색하고 멘토링 과정을 거쳐 창업한 케이스. 남편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공주로 이주한 그녀는 집 안에서 취미로 키우던 식물을 가지고 사업에 도전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식물 테라피가 인기잖아요. 평소 기회가 닿는다면 온라인 마케팅을 배워서 작게나마 판매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침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여성친화도시 특화사업으로 창업 지도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 주저 없이 신청했습니다.”
류 대표는 현재 지역 내 커피점과 파트너를 맺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판매 및 쇼룸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 앞서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의 실제 반응을 살펴보고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했던 그녀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매출의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류 대표와 함께 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교육을 수료한 오수진 씨는 패션주얼리를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회계, 홍보 등 창업과 관련된 심화교육을 마치고 멘토와 함께 사업계획서도 작성했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주얼리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활동한 그는 모델링을 마치고 난 뒤 그간의 경력을 살려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동기들과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각자 사업 아이템이 다르기에 오히려 협업한다면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요. 노하우를 잘 쌓아서 나중에는 지역 콘텐츠를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확대보기류명희올해 8월 ‘여성친화 지역맞춤형 창업지도 훈련과정’을 마치고 창업한 류명희(오른쪽) 대표와 오수진(왼쪽) 예비창업자. 숍인숍 형태로 스몰 비즈니스를 시작해 사업 노하우를 익히는 중이다

제민천 따라 느긋하게 걷는 원도심 나들이

캠퍼스를 나와 제민천으로 향했다.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 물줄기는 공주 원도심을 남에서 북으로 관통해 금강으로 흐른다. 개울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아담한데, 양쪽으로 산책로가 나 있어서 주민들의 운동 코스로 인기가 높다. 하천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은 최근 도심정비사업으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독립책방 등으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공주는 예로부터 ‘교육의 도시’로 불렸다. 특히 중동은 명문으로 알려진 학교가 몰려 있어 1960~1970년대에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타지에서 온 어린 학생들을 보듬기 위한 하숙집들이 생겨났는데, 당시에는 한 집에 방이 10개가 될 정도로 지역의 주요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지금도 그때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숙마을이 남아 있다. 1930년대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중동성당과 나태주 시인의 작업실인 풀꽃문학관, 구 소방서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주문화예술촌 등과 가까워 두루 둘러보기 좋다.
지나치는 행인들의 발길도 바쁜 기색 없이 느긋하다. 어깨를 맞닿은 정겨운 주택가와 여전히 인심 좋은 분식집,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이방인을 반긴다. 특히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할아버지 조형물은 느긋함과 익살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나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반대편 담벼락은 단발머리 여학생과 까까머리 남학생을 그린 벽화, 옛 풍경이 담긴 사진 등으로 꾸며져 있어 그 시절 분위기를 풍겨준다.

확대보기중동교 다리 위 낚시 하는 조각상중동교 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는 조각상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일대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제민천을 따라 개성 만점의 카페와 공방, 독립책방 등이 들어서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공주 원도심 재생의 터닝 포인트를 이야기할 때마다 2013년 여름에 완성된 ‘루치아의 뜰’을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차 한 대도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 안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데, 야생화가 만발한 아담한 한옥이 그 주인공이다. 차문화 전문 사범인 아내와 쇼콜라티에 남편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아내의 찻집 ‘루치아의 뜰’ 뒤편에는 달콤한 수제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초코루체’가 있다.
폐허나 다름없던 집과 골목을 부부가 살뜰히 가꾼 덕에 2014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우리사랑상(장관상)을 수상했다. 철 지난 스웨터처럼 낡은 집은 시간의 흔적을 적당히 거둬내면서도 이야기를 잘 살려냈다. 그래서일까? 나태주 시인은 〈루치아의 뜰〉이라는 시에서 ‘오래 묵은 시간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집’이라고 표현했다. 주인장과 마음 맞는 이들은 2013년부터 골목길재생협의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골목 살리기가 원도심 운동의 시발점이 된 것. 그 덕분에 제민천을 중심으로 빈집갤러리처럼 재미있는 공간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공주의 정다운 원도심은 전 국민이 애송하는 시 〈풀꽃〉을 닮았다.

확대보기루치아의 뜰 외부 전경

확대보기홍차 티클래스공주 원도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루치아의 뜰’이다. 차문화 전문 사범인 아내와 쇼콜라티에 남편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홍차 티클래스’를 운영한다.

여행자를 위한 공주 가이드

충청남도 공주는 청명한 가을 하늘을 감상하며 가볍게 떠나기 좋은 여행지. 수도권에서는 차로 2시간이면 닿는다.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에 들어간 시설이 있으므로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확대보기공주하숙마을
추억과 향수가 있는 공주하숙마을
공주시에서 운영하는 원도심 복합문화공간이자 숙소. 공주의 하숙 문화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7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숙박을 원할 경우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확대보기공주박물관
세계가 인정한 백제문화의 출발점, 공주박물관
평소 역사에 흥미가 없더라도 공주에서만큼은 박물관에 꼭 가보자. 백제 문화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무령왕릉으로 널리 알려진 송산리고분군과도 가깝다.

확대보기민물장어구이
원기회복을 위한 민물장어구이
공주의 역사가 흐르는 금강은 예로부터 장어가 많이 잡히던 곳. 청벽나루터 근처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작은 장어 거리가 만들어졌다. 대부분 민물매운탕도 함께 판다.

확대보기공주짬뽕
줄 서서 먹는 공주 4대 짬뽕
공주 안에만 4대 짬뽕집이 있다. 원도심의 진흥각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만 문을 연다. 소학동의 동해원, 계룡면의 장순루, 의당면의 청운각 모두 줄을 서지 않고는 먹기 힘들다.

확대보기공주국밥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공주국밥
오일장에서 팔던 국밥은 역대 대통령들도 찾을 만큼 공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사골 국물을 우려내 한우 양지머리와 사태, 대파를 듬뿍 넣어 빨갛게 끓여낸다.

확대보기공산성
최고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공산성
공산성은 금강 남쪽의 낮은 능선을 따라 쌓은 석성으로, 전체 둘레는 약 2.6㎞. 천천히 걸으면 두 시간가량 걸린다. 밤이 되면 공산성 성곽길 전체에 경관 조명이 켜진다.

확대보기공주 마곡사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트레킹 코스
2018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천년고찰 마곡사는 전통과 불교문화가 잘 어우러진 사찰. 태화산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아름답고 한적한 산사의 평화로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확대보기산림휴양마을
사계절 아름다운 산림휴양마을
공주시가 직영하는 산림휴양마을은 15개 동 20개 객실과 20개의 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자연휴양림, 목재문화체험장, 자생식물원 등으로 구성돼 있어 오붓하게 쉬기 좋다.

글·사진 이계선 기자

조회수 : 1,594기사작성일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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