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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한바퀴
360도 판타스틱 VR영화 속으로
VR영화 관람

5G시대가 되면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다채로운 VR 콘텐츠가 등장했다. 국내 VR영화는 물론이고 해외 VR초청작에 이르기까지 40여 편이 준비됐다. 덕분에 난생 처음 55분에 이르는 VR장편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얻었다. 특별한 체험이었지만 스포(?)는 금물. 그 대신 한 줄 평만 하겠다. “주말의 명화를 기억하는 올드 세대도, 이미 유튜브와 게임으로 VR을 만난 뉴 제너레이션도 VR영화라는 새로운 흐름에 몸을 맡겨도 좋겠다”라고.

확대보기VR 체험중인 관람객

오늘의 워라밸 레시피
종목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VR 관람
날짜 2019년 7월 2일 화요일
장소 부천아트벙커B39
참가자 기자와 사진기자 2인 외 관람객 10여 명

Are you ready?
추억의 VR을 소환하라
세계 최초 V R장편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38분 분량의 〈기억을 만나다〉는 지난해 3월 개봉한 로맨스 멜로 영화다. 솔직히 기자는 이 소식을 들었지만 관람은 망설였다. VR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관, 카페, 전시까지 등장하며 산업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지만, 30분 이상 영화를 볼 때 자칫 멀미가 날까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의외의 VR체험을 했다. 지난 3월, 초등학생 조카의 해외 놀이공원 나들이에 보호자 대리로 나섰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VR영화를 체험하게 됐다. 〈괴도 루팡〉의 범인검거 작전에 VR체험용 안경을 쓰고 한바탕 자동차 추격전을 벌였다. 그런데 체험 결과가 참담했다. 괴성과 더불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놀이기구에서 폴짝폴짝 뛰어내리는 조카와 달리, 기자는 고작 몇 분 사이에 지옥열차를 탔다 내린 것 같았다. 얼마나 혼비백산했는지, 체험을 어떻게 마쳤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상에 나왔을 때 “에고고, 늙어서 고모는 이제 절대 못하겠어”라며 연신 손을 저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던 기억만 난다.
따져보면 기자에게도 어린 조카처럼 VR에 흥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30여 년 전, 거대 너구리 캐릭터가 맞아주는 바로 그곳에서 경험했던 첫 VR체험 기억이다. 다이나믹씨어터라고 명명된 3D영화관에서 심장이 조였다 풀렸다, 그야말로 쫄깃쫄깃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SF영화에 간혹 등장하는 VR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VR이 실현될 날이 언제일지 정말 궁금했다.

Do you wanna learn?
영화제도 보고 VR도 보는 법
확대보기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지난해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VR전용관을 마련하고 VR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때마침 주말이면 영화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기자의 귀에 쏙 꽂히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 애호가를 자처했던 기자가 1회 영화제를 찾았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스물세 번째 개막한다는 소식이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워라밸이라면 영화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BIFAN 개막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곧장 BIFAN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2019년을 살아가는 진정한 무비 러버라면 VR을 놓칠 수 없는 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놀이공원 체험관의 아픈 기억이 있지만, 게임과 다른 새로운 장르인 VR영화는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고, 더 늦기 전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용기를 냈다. 다른 영화제에서 실험적으로 VR영화가 한두 편 상영되는 것과 달리 BIFAN에서는 ‘Beyond Reality’란 부제를 달고 40여 편의 VR콘텐츠를 상영했다. 영화제 가운데서도 가장 다양한 VR영화의 축제였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VR의 개념을 넓혀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이하 XR)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VR 콘텐츠만 상영하는 전용 상영관까지 마련됐다.
쓰레기소각장을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부천아트벙커B39(이하 B39)가 전용관으로, 이곳을 둘러보는 재미부터 쏠쏠했다. 본래 부천시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기준치보다 2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배출되면서 2010년 가동을 멈추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되었단다. 그러다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2018년 재개장에 성공했고, 지금은 BIFAN을 비롯한 전시,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부천시의 명소가 됐다. 무엇보다 B39에서는 쓰레기 소각을 위한 각종 구조물이 거대한 설치미술 못지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 재미가 있다.
그렇게 B39라는 멋진 공간에 빠져 잠시 한눈을 팔았다. 하지만 이날의 목적은 VR영화 관람이다. 그런데 영화제에서 VR영화를 보는 법은 상영시간에 따라 표를 구매하는 극장과는 약간 다르므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극장은 매회 예매가 가능하지만, 15분 내외의 VR영화를 관람하려면 1일 관람권 구매가 필수다. 먼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상영 프로그램을 확인한다. 다음으로 자유롭게 상영 프로그램 관람을 위해 1일 관람권을 구매한다. 이후 영화제 상영관을 찾아 안내원의 설명을 잘 듣고 주의사항을 익힌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만큼, 마음껏 영화나 VR 관람을 즐기면 된다.
여기서 팁을 하나 주자면, 영화제에서 관람권은 대게 1일 단위로 판매하며, 1일 관람권 구매로 하루 동안 전시는 물론 컨퍼런스, 파티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모든 상영 프로그램은 현장 선착순으로 예약이 진행되므로 보고 싶은 상영작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인기 상영작은 대기시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 전시공간이나 프로그램을 즐기는 게 요령이다. 또 간혹 한글 자막이 제공되지 않는 작품의 경우에는 텍스트에 얽매이지 말고 영화에 빠지길 추천한다. 그래도 잘 모를 경우에는 곳곳에 배치된 안내원의 설명을 받으면 되니, 영화제에서 영화 보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확대보기전시장 전경1일 관람권 구매로 하루 동안 전시는 물론 컨퍼런스, 파티도 참여할 수 있다.

Let me know
주목할 만한 VR영화
이날 기자가 특히 관심을 갖게 된 VR영화는 일라이자 맥닛 감독의 〈스피어스(Spheres)〉 3부작과 차이밍량 감독의 〈더 디저티드(The Deserted)〉다. 스피어스 시리즈는 각각 15분 남짓으로, 지난해 최고의 VR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또한 〈더 디저티드〉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이른바 최애(?)하는 감독 중 한 명의 첫 VR작품이다. 스피어스 시리즈는 우주의 탄생을 목격하고 손으로 행성을 만져보는 체험이 가능하다고 해 관심이 갔다. 실제로 스피어스 시리즈는 지난해 BIFAN에 소개되면서 XR콘텐츠 제작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의 〈Atals V〉 콘텐츠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도 궁금했다. 하지만 VR영화를 연속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 약간 두려운 마음이 앞서 스피어스 시리즈는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VR영화는 어두컴컴한 관람석에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C에서 상영되는 화면 앞에 VR안경을 쓰고 체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어색한 듯 대부분 짧게 영화를 관람하고 중간에 VR안경을 빼는 관객들이 많았다. 이런 대다수 관객들과 달리, 15분 남짓의 〈스피어스 2부 : 시공간의 노래〉를 몰입해 끝까지 관람한 한 관객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김중원 씨는 “기존에 VR게임도 참여해보았는데, VR영화는 게임에 비해 관객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범위는 좁지만 우주를 탐험하는 비주얼 느낌이 무척 경이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스피어스 3부 : 창백한 푸른 점〉을 관람한 프리랜서 조혜정 씨도 “게임보다 더 입체감이 느껴지며, VR전용 영화관이 생긴다면 찾아가서 관람하고 싶을 만큼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 대신 〈스피어스 1부 : 우주의 코러스〉를 체험한 사진기자는 “아직은 가상현실에 완전히 몰입하기 어렵지만,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라고 말했다.
안내원에 따르면, 이밖에도 스피어스 시리즈를 포함해 〈Atlas V〉 특별전에 포함된 호르헤 테레소 페르난도 말도나도 감독의 〈글루미 아이즈 파트1〉, 로마의 화가 카라바지오의 대표적인 기법인 키아스쿠로(강렬한 명암 대비)를 모사하고 있는 〈카라바지오 인 테네브리스〉도 VR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르란다. 또 클레어 드니의 첫 번째 장편 SF영화 〈하이 라이프〉의 세트장을 VR로 보여주고, 동시에 매우 시적인 인터뷰를 들려주는 감독의 인터뷰가 영화의 발상과 창작을 이해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어준다고 귀띔했다.

확대보기설치미술처럼 활용되고 있는 쓰레기 소각 구조물과 VR 체험중인 관람객1_ B39에서 쓰레기 소각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구조물이 거대한 설치미술처럼 활용되고 있어,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_ VR영화는 360도 전체가 영화의 배경이 되므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성, 몰입감, 실재감이 매우 높다. VR안경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잘 맞지 않으면 멀미를 느낄 수 있으므로 흔들리지 않도록 눈에 잘 밀착시키고 초점을 잘 맞춰야 한다.

Let's enjoy!
30분 이상 볼 때는 어지럼증 주의해야
기자는 BIFAN 상영작 중에서 가장 긴 장편영화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더 디저티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상영되는 VR영화 목록을 보다 보니 대부분 10여 분 남짓에 불과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자료를 살펴보았는데, VR영화는 360도 전체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단다. 실제로 VR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상호 작용성과 몰입감, 실재감인데, VR안경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잘 맞지 않으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멀미를 느낄 수 있단다. VR영화에서 잦은 카메라 워크나 빠른 편집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안내원들도 VR안경이 흔들리지 않도록 눈에 잘 밀착시키고 초점을 잘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차이밍량의 〈더 디저티드〉도 롱 테이크가 주를 이뤘고, 배우들의 움직임도 느렸다. 단, 기존 영화는 극장의 고정된 의자에 앉아 스크린에 뜨는 영상을 마주 보는 방식이라면, VR영화는 관객인 내가 바라보는 쪽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기도 하고 머리 뒤쪽 시점에서는 배우가 바라보는 배경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의자를 360도 회전하면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이 가능했다.
솔직히 〈더 디저티드〉는 기자의 인생영화 중 하나인 〈애정만세〉의 차잉밍량이 감독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다. 기존 영화가 그랬듯, 이번 VR영화는 습하고 끈적끈적한 대만의 여름 날씨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 재미있고 신나는 VR영화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난날 〈애정만세〉가 그렇듯 현대인의 고독이 폐부 깊숙하게 전해졌다. 그 어떤 후각이나 촉각을 자극하는 효과는 없었지만 화면 속에 거세게 몰아치는 소나기에서는 서늘함이 들었고, 낡고 더러운 주인공의 집 안은 음습한 곰팡이 냄새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번 VR영화 체험으로 얻은 교훈이 컸다. 30분 이상 VR장편영화를 보려면 중장년층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VR영화 〈레이어(Layer)〉를 만든 박유찬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신기하게도 어린아이들은 VR을 봐도 전혀 어지럽다고 하지 않는데, 나이 든 사람들일수록 어지럼증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그래서 VR영화 제작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VR도 즐길 수 있는 나인데(ㅠㅠ).”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865기사작성일 :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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