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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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한바퀴
역사는 짧아도 뿌리는 깊다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우리나라 제조업이 뿌리를 내린 데는 국가산업단지의 지대한 공이 따랐다. 부산 최대의 산업단지인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또한 지역경제를 넘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과 송정동, 경상남도 진해시 용원동에 걸쳐 있는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의 역사는 이제 막 한 세대를 넘었다. 1960~1970년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각 지역의 국가산업단지들과 비교하면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는 1990년생 늦깎이다. 하지만 목재, 섬유, 신발과 같은 부산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탈피해 기계, 조선기자재, 전기전자 첨단부품 등 부산 제조업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며 역사는 짧아도 뿌리가 깊은 산업단지로 그 위상을 높였다.

확대보기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명지녹산산업단지 탐방 코스

제1코스 녹산고향동산
제2코스 부산신항
제3코스 일흥
제4코스 녹산산업중로

제1코스
산단 개발 이전, 어제를 만나다

누군가에게 개발은 새로운 시작이지만, 누군가에는 사라진 과거일 수 있다.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이하 녹산산단)가 그렇다.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와 미음산업단지, 생곡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단 개발 사업으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15개 마을 주민들에게 녹산산단은 추억으로 남은 고향이다.
다행스럽게도 고향을 잃은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현재는 강서구 서낙동강변에 문화공원과 기념관이 조성돼 있어 과거를 기억해볼 수 있다. 녹산고향동산에는 산책로를 비롯한 어린이 놀이시설과 운동시설이 갖춰진 문화공원, 문화재와 옛 마을 모습을 축소한 모형, 사진, 기록물 등을 전시한 기념관이 조성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념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내부 관람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
대신 기념관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나지막한 동산에 오르면 옛 마을을 기억하는 망배단과 추억의 벽이 조성돼 있어, 대형 사진으로나마 과거를 조감할 수 있다. 고향동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녹산산단의 어제와 오늘처럼 극명하게 달라진다. 망배단 전면이 서낙동강변의 고즈넉한 과거의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면, 후면에는 녹산산단을 가로지르는 가락대로에 컨테이너 트럭이 즐비하게 오가며 분주한 녹산공단의 오늘이 펼쳐진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단지총람에 따르면, 녹산산단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산권 개발을 통해 도시의 균형 발전을 유도하고자 조성됐다. 도심 공장의 집단 이전을 통해 도심 환경 개선과 도시계획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녹산산단을 대표하는 르노삼성자동차공장과 신항만 개발 등과 연계한 부산의 신물류 및 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중심산업단지로 지난 1989년 10월에 부산 서쪽 10㎞ 지점의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 송정동, 경남 진해시 용원동 일대에 자리 잡게 됐다.

확대보기녹산고향동산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개발 이전에 거주하던 실향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서낙동강변 범방동 일대에 녹산고향동산이 조성되었다.

제2코스
전통제조업 대신할 신성장동력을 찾다

부산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목재, 섬유, 신발 등의 제조업을 근간으로 성장해온 지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제조업의 쇠락과 함께 지역경제도 침체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던 차에 명지녹산 지역이 지자체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부산지역 대규모 산업단지의 적지로 채택됐다.
지난 1989년 10월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1990년 7월 해안 매립에 착수해 본격적으로 조성되었으며, 1997년 외환위기 때에는 조성사업이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IMF의 시련을 이겨내며 녹산산단은 2002년 4월에 준공됐다.
녹산산단은 울산, 창원, 거제 등 동남권 임해산업 벨트의 중앙부에 위치한 지리적 요소와 수출입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녹산산단을 관통하는 가락IC를 지나면 남해고속도로, 남해제2고속도로로 통한다. 삼락IC를 통하면 대구부산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이밖에도 부산 ↔ 목포의 2번국도, 울산 ↔ 부산 ↔ 마산의 14번국도, 부산 ↔ 거제의 58번 지방도로와도 연결된다. 경부선·동해남부선은 부산역, 부산신항역, 김포, 인천, 제주로 이어지는 김해국제공항과도 인접해 있다.
녹산산단 교통망의 화룡점정은 부산신항이다. 녹산산단과 면해 있는 강서구 성북동의 부산신항은 지난 2011년 1,0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박스 단위) 처리를 달성하고, 2012년에는 ISO 14001:2004를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 최초로 인증받았다. 또한 1만8,000TEU급의 차세대 선박 작업이 가능한 인프라와 국내 최대의 2㎞ 접안시설인 안벽을 갖추고 있다. 초대형 갠트리크레인과 통합 운영 시스템, 게이트 자동화 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물을 갖추며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3분의 1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산신항은 석유화학, 조립금속, 정밀기계, 전자부품, 메카트로닉스 등의 대형 물류 유통이 필요한 녹산산단 입주기업들에게 유리한 수출입 항만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신항을 녹산산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배후시설로 손꼽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확대보기부산신항부산신항은 석유화학, 조립금속, 정밀기계, 전자부품, 메카트로닉스 등의 대형 물류 유통이 필요한 녹산산단 입주기업들에게 유리한 수출입 항만을 제공하고 있다.

제3코스
뿌리기업들의 혁신활동을 지원하다

확대보기이지현 대표 일흥의 이지현 대표는 조선기자재 기업에겐 녹산산단이 최고의 산업단지라고 설명한다. 2020년 8월 기준, 녹산산단 입주기업은 총 1,551개사(가동기업 1,461개사)이다. 이 중 석유화학(139), 철강(117), 기계(616), 전기전자(61), 운송장비(115) 분야 기업의 입주비율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8월 업종별 생산액은 기계(2,979억 원), 전기전자(2,263억 원), 철강(1,768억 원), 운송장비(791억 원), 석유화학(609억 원) 등의 순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0년 8월까지 총 누계수출액은 18억6,200만 달러, 누계생산액은 14조5,211억 원에 이를 만큼 부산 제1의 산업단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녹산산단의 조선해양기자재 분야 중소기업들이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뒷받침하며 탄탄한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무볼팅 성형 용접면을 비롯해 용접기자재 분야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일흥도 있다. 해당분야의 보기 드문 여성 2세 경영인인 이지현 대표는 특히 조선기자재 분야 기업에게 녹산산단은 유리한 입주여건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의 핵심 지역인 거제도와 울산이 가깝고, 또 조선기자재 전용 물류센터도 자리하고 있어요. 조선기자재 기업에게는 최고의 산업단지죠. 그래서 입주기간이 20년을 넘었지만 공장을 계속 개보수하면서 이 자리를 고수하게 됩니다.”
조선기자재 분야 외에 녹산산단은 동남권 선도사업으로 지정된 해양플랜트 산업에도 특화된 산업단지다. 이밖에 자동차, 기계, 조선 사업의 근간이 되는 표면처리 분야에서도 공동 폐수처리장을 운영하는 등 뿌리기업 혁신활동과 클러스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녹산공단에는 국내 최초로 표면처리분야 전용 지식산업센터인 부산청정도금센터가 건립되어 있으며, 이곳을 중소기업들에게 친환경 입주공간으로 제공하면서 활발한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4코스
ICT 연계의 스마트 산단 가속한다

2020년 8월 기준, 녹산산단 내 전체 고용인원은 2만9,991명이다. 이 중 기계, 전기전자, 철강, 운송장비, 석유화학 분야에 고용된 인원이 전체의 72%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녹산산단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항만과 철도 등 풍부한 교통·물류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고 명지신도시 등 우수한 주거 인프라까지 뒷받침되어 있지만, 산단 스마트화는 더디다는 비판이다.
이 가운데 아웃도어 신발 생산 세계 1위인 지역기업 트렉스타의 부산 귀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7년에 중국 현지 공장을 접고 20여 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온 트렉스타는 녹산산업중로에 있는 3,305㎡ 규모의 자동화 공장에 입주했다. 트렉스타의 귀환은 기존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했던 전통제조업의 스마트화란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트렉스타는 자동화 공정을 구축한 덕분에 10%가량 원가 비용을 절감한 것은 물론, 개발과 디자인 등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제품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녹산산단 내 스마트화는 클러스터 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7월에 산업통상자원부의 녹산산단 내 표면처리특화단지 스마트화 계획이 발표되어 이곳 뿌리기업들의 미래 모습을 그리게 한다. 녹산산단 내 총 6만9,170㎡ 규모의 부지에 조성되는 표면처리공동기술연구소(가칭)에는 친환경 특수도금기술 개발과 함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인력 양성, ICT 기술의 공동 폐수처리장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공동 폐수처리장은 ICT 기술을 이용해 유해물질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산단 내 배관 등으로 오염수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계획대로 표면처리특화단지가 조성되면 청년친화형 뿌리산업의 집적화에 대한 대안도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표면처리는 기계, 자동차, 조선산업 등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지만 그동안 열악한 작업환경, 고령화로 인한 생산력 부족, 노후화된 환경시설 등으로 인해 청년층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산업으로 지목되어왔다. 이 같은 표면처리 뿌리기술을 스마트화와 연계한다면 조금 더 젊어진 녹산산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제조업과 물류의 중심지로 도약한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부산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의 유형을 제시했듯, 국내 산업단지에 청년친화형 뿌리산업이라는 참신한 대안도 찾아주기를 기대해본다.

확대보기트렉스타 자동화 공장아웃도어 신발 생산 세계 1위인 트렉스타는 2017년 중국 공장을 접고 녹산공단에 자동화 공장을 마련해 부산으로 유턴했다.

박은주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조회수 : 1,439기사작성일 :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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