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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도시제조
명품을 만드는 기쁨
로얄금속공업

자라난 손톱이 거슬려서 자르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략 한 달에 한두 번쯤은 손톱깎이를 찾게 된다. 손톱을 깎으려고 하면 예전에는 힘껏 눌러도 한번에 안 잘리거나 끝부분이 거칠게 깎이는 손톱깎이가 많았는데, 요즘은 웬만하면 손톱 파편도 많이 튀지 않고 미끈하게 깎인다. 집집마다 한두 개 이상 있는 손톱깎이는 돈을 주고 산 경험이 몇 번 없지만, 사려고만 하면 1,000원짜리 몇 장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손톱깎이는 지금의 평균 이상의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깎고 다듬었다. 로얄금속공업의 김갑수 공장장은 1979년 업계에 발을 들인 이래 지금까지 손톱깎이 제조현장에서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확대보기김갑수 공장장

40여 년 손톱깎이를 만들어온
김갑수 공장장

금속 가공기술의 집결체

선반 기술자라고 들었는데, 그 많은 금속 제품 중 어떻게 손톱깎이를 만들게 됐나?
손톱깎이를 만들기 전 선풍기보호망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1978년 2차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하던 일을 접게 됐다. 마침 1979년 지인으로부터 손톱깎이 회사를 소개받았다. 부품만 만들다가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까지 하는 모습을 보았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로얄금속공업에 정식 입사한 것은 1981년이고, 생산부장과 공장장을 맡으며 지금까지 손톱깎이를 제조하고 있다.

손톱깎이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계기가 있다던데.
입사할 당시만 해도 국내 손톱깎이의 품질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1980년대 하반기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적으로 공산품 품질을 향상하겠다는 대대적인 계획을 세웠다. 손톱깎이도 그 품목 중 하나였다. 당시 손톱깎이를 만드는 회사는 벨금속공업, 대성금속공업(지금의 쓰리세븐), 명선산업과 우리 로얄금속공업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대성금속공업과 로얄금속공업이 전격 지원을 받게 됐다. 제품 품질 향상에 도움을 많이 준 곳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다. 중진공에서는 손톱깎이 전담 부서를 만들어 도면부터 금형, 열처리, 도금에 이르는 모든 공정에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를 파견해줬다. 국내 전문가가 없으면 일본 엔지니어까지 동원해서 도와줬고, 일본의 손톱깎이 하청 공장에 견학도 수차례 다녀왔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국내 손톱깎이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고 세계시장에서 한국 손톱깎이 시장점유율은 1990년대까지 80% 수준이었다.

손톱깎이 하나에 그 많은 금속 가공기술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손톱깎이에는 금속 가공의 거의 모든 공정이 들어간다. 금형으로 손톱깎이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주요 부품을 만들면 2개의 접합하는 공정을 거치고, 틀이 다 형성되면 열처리와 조립 과정을 거친다. 이후 손톱깎이의 생명인 ‘날’을 연삭하는 공정을 거친다. 손톱깎이의 가장 중요한 가공이 바로 열처리와 연삭 부분이다. 이 공정을 마치면 도금, 세척, 검수, 포장 등을 거쳐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데, 공정을 다 합치면 80여 가지나 된다. 로얄금속공업에서는 손톱깎이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가능하다.

HON과 TAN, 명품의 탄생

로얄금속공업의 역사와 혼을 담은 프리미엄 손톱깎이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어떤 제품인가?
손톱깎이 ‘HON(혼)’이다. 좋은 손톱깎이는 뭐니 뭐니 해도 손톱이 잘 잘리는 손톱깎이다. 절삭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만든 ‘혼’은 절삭력이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일반 손톱깎이는 한번 연마하고 끝내지만 혼 깎이는 다섯 번에 걸쳐 날을 연마한다. 날을 직선형으로 만든 것도 특징이다. 둥근 모양은 손발톱을 자르다 보면 부러지거나 끝이 말려드는 경우가 있는데, 일자형은 손발톱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자를 수 있다. 또 누름 압력이 낮아 힘을 적게 들여도 손톱이 잘 잘린다.

확대보기코털깎이세트

코털정리기를 개발하며 틈새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인 것 같다.
손톱깎이를 만드는 기술력이 있으면 코털정리기를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코털정리기는 일본에서 제일 처음 개발했다. 로얄금속공업이 20여 년 전 독일의 헹켈사로부터 코털정리기를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아 만들기 시작했다. 코털정리기를 만든 이래 일본은 지금까지 똑같이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최근에 성능을 개선해 만든 ‘TAN(탄)’이다. 사용이 편리하고 내구성이 좋을 뿐 아니라 청소용 솔이 일체형으로 내장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정 나사를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아랫부분에 일체형 드라이버 기능도 추가해 소비자 반응이 좋다. 최근 미국 아마존에서 우리 코털정리기가 월 매출 1억 원을 넘었다. 아마존에는 급성장 셀러의 성장을 지원하는 ‘키어카운트 제도’가 있는데, 이번에 로얄금속공업이 한국아마존에서 키어카운트로 지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확대보기코털깎이와 손톱깎이

김갑수 공장장은 손과 발을 움직여야 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제조업이 좋다고 한다. 아무리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어도 손기술만큼은 한국을 이길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이 제조업으로 유입된다면 중국에 넘어갔던 제조업을 되찾을 수 있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확대보기김갑수 공장장의 손

제조강국 한국의 자존심 되찾고파

2000년대 들어 저가 공산품 제조가 중국으로 거의 넘어갔다. 손톱깎이도 마찬가지일 텐데, 지금까지 제조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이 있나?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전 세계 제조업을 집어삼킬 때 빼앗긴 것들이 너무 많다. 손톱깎이도 지금은 세계 시장점유율 8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에 기술력 있는 회사들이 있는 만큼 반드시 찾아와야 하는 제품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지금보다 생산성을 조금만 높인다면 가능하다. 최근 스마트공장 1단계를 지원받고 있다. 또 제품의 고급 라인을 만든 것도 지속 성장의 비결이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로얄금속공업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과거에는 수출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매출의 70% 정도가 수출에서 나오다 보니 그쪽에 집착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중간 유통이 사라지고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다 보니 우리도 변화에 발맞춰야 했다. 이에 2018년부터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해 2019년 론칭했다. 손톱깎이 치고는 고가인 ‘혼’ 제품을 과연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줄까 긴장을 많이 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첫 펀딩에서 목표가의 1만%를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 6차 펀딩을 진행했는데, 누적 판매액 5억 원을 넘어섰다. 와디즈 펀딩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소비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는 손톱을 깎는 것조차 삶의 일부이며 이 또한 특별한 경험으로 여기고, 아무 제품이나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올해는 미국의 대표 크라우드 펀딩인 킥스타터에 론칭해 단 1회 만에 3억 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한국, 미국에 이어 일본과 대만에 펀딩을 하는 게 목표다.
현재는 와디즈 플랫폼을 통해 B2C 판매도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B2B 위주에서 B2C 시장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개발 중인 글로벌 자사 홈페이지를 연내에 오픈할 예정이다. B2B 시장도 축소하지 않고 좀 더 생산성을 높이며 개발도상국 수입상 위주였던 거래선을 전 세계 브랜드가 있는 유통 채널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확대보기업무 공정을 바라보는 김갑수 공장장

최진희 | 사진 김윤해

조회수 : 188기사작성일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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