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영국
출근 반 재택 반, 하이브리드 근무 열풍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국가 봉쇄조치가 내려진 지 2년이 흐른 지금, 영국에는 출근과 재택근무가 결합한 ‘혼합근무’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은 팬데믹 이전의 근무 형태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자율근무제, 요일지정 출근제 등 회사와 직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무 형태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확대보기재택근무

집과 회사의 경계가 사라진 영국

영국은 팬데믹 기간 중에 재택근무율이 가장 극적으로 증가한 유럽 국가 가운데 하나다. 영국 통계청(ONS)이 팬데믹 이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영국 근로자의 평균 재택근무율(4.7%)은 네덜란드, 핀란드 등과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영국은 세계 5,000여 개의 금융회사가 밀집한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전체 근로자의 40% 이상이 사무직에 종사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사무직 종사자들의 재택근무율이 이렇게 낮았던 이유는 뭘까?
당시 진행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영국 성인 5,5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을 묻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15%는 ‘동료가 같은 공간에 없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중 1명은 ‘재택근무를 하면 승진 대상에서 멀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여기에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 일터와 집을 분명히 하려는 보편적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영국 근로자의 재택근무율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2020년 봄,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영국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정부가 국가 봉쇄조치를 결정하면서 일부 운영 인력을 제외한 모든 사무직 종사자가 재택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사무직 종사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런던의 경우엔 80%가 넘는 직장인들이 도심지를 빠져나가면서 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실시된 통계조사에서 영국은 재택근무율 21.5%를 기록하며 단숨에 유럽 1위로 올라섰다.

출근일 스스로 정하는 시대

그로부터 약 2년이 흐른 지금은 60%가 넘는 사무직 종사자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 확산 이후 정부가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결정하면서 출근 재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통제 수준이 완화됐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출근 재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출근을 결정했다가는 자칫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출근과 재택근무를 결합한 혼합근무(hybrid work)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근하는 직원의 비율을 일정하게 조절하려는 임시 조치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IT, 금융 업계를 중심으로 혼합근무를 영구적인 근무제도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영국의 한 컨설팅 기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퇴근길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집을 돌볼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점, 고객과의 중요한 미팅처럼 사무실 근무가 필요하면 언제든 출근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혼합근무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근무의 이점이 직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비싼 사무실 임대료뿐 아니라 직원들이 출근할 때 들던 각종 부수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직원의 워라밸을 존중하는 유연한 기업’이라는 수식어도 덤으로 따라오니 ‘일석삼조’인 셈. 런던에 본사를 둔 HSBC은행은 ‘변동좌석제’를 확대 적용해 임직원 모두가 지정석 없이 근무하고 있다. 구글의 런던 법인은 재택근무자와의 협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큰 회의실 공간을 나누어 화상회의가 가능한 작은 회의실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확대보기구글 빌딩 입구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인 기업의 58%는 그 이유를 비용 절감으로 들었다.(출처 : 《가디언》)

거세진 찬반 양론

지난 1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에는 혼합근무의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설이 실렸다. 경제정책 전문가로 활동하는 카밀라 카벤디시는 기고문에서 ‘기업은 직원의 강한 워라밸 욕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혼합근무가 지배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재택근무만으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재택근무를 하면 애사심이 낮아지는가?’라는 오랜 물음에 대해 기업들은 여전히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길어진 회의시간, 적어진 교육 기회, 사회적 상호작용의 부족, 구성원 간의 소속감 결여 등의 문제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혼합근무의 실패를 인정하고 곧 완전한 출근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카벤디시의 글에 재택근무 찬반론자들이 모여들면서 댓글창은 한때 열띤 토론의 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재택근무의 확산이 600만 개의 전문직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의 토니블레어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 같은 재택근무의 확산이 전문직 일자리의 아웃소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기업과 근로자들은 혼합근무를 ‘양쪽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이상적인 근무 형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찬반론자 사이에서 혼합근무의 확대가 가져올 사회적, 경제적 파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동안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진혁 현지 리포터

김진혁 리포터는 영국에서 브랜딩 석사과정 졸업 후 영국 내 IT기업에서 비즈니스 분석가로 재직 중이다.

조회수 : 533기사작성일 : 2022-03-07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0점 / 0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