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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
맑은 공기에 진심인 영국

마스크를 벗고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되찾게 된 영국인들의 최근 관심사는 깨끗한 공기다. 런던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진입을 제한하는 초저배출구역을 내년부터 도심에서 최대 반경 25㎞ 떨어진 지역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 정부는 최근 강화된 WHO의 대기질 기준에 맞춰 현재 초미세먼지 수치를 2040년까지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팬데믹을 복기하는 영국

올해 초 백신패스를 종료하고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없애는 등 사실상 팬데믹 종식을 선언한 영국. 이제는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영국인들은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상처가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17만 명을 넘어서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명률이 영국에서 유독 높았던 이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많은 영국인이 앓고 있는 호흡기 질환과 코로나19 치명률 사이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천식협회(Asthma+Lung UK)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 인구의 8분의 1이 천식을 앓고 있으며, 매년 15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호흡기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는 134명으로,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대기오염이 흡연과 동등한 수준으로 폐암·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가운데, 제2의 코로나 사태를 막기 위해 영국 정부의 공기질 개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대기오염 개선 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위한 정부의 노력

그렇다면 영국의 공기질이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나쁜 편일까?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대기질지수(AQI)를 기준으로 영국 주요 도시의 대기질 지수를 살펴보면 평균 30~40점으로 꽤 좋은 편에 속한다. 서유럽의 주요 도시들과 비슷한 정도이며, 우리나라의 대기질과 비교하면 3배 정도 깨끗한 수준이다. 그러나 환경·보건 분야 전문가들은 영국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수준이 겉으로 보이는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9년 런던 킹스칼리지의 연구진들은 런던 지하철의 오염 수준이 통행량이 많은 도로보다 평균 4배 이상 높으며, 혼잡시간대의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평균치보다 20배 넘는 대기오염 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통행량이 많은 런던 대로변의 경우엔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 수치가 지역 평균보다 4~5배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영국은 유럽 국가 중 대기오염 개선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노후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려는 노력은 지난 15년간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2030년 상용차를 제외한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의 완전한 판매 금지를 선언하고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또 연구기관과 협력해 주요 도시마다 수백 개의 측정 센서를 설치하고 대기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진입을 제한하는 런던의 ‘초저배출구역(Ultra Low Emission Zone)’은 도심지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반경 15㎞ 내 지역으로 확대됐으며, 앞으로 최대 반경 25㎞ 떨어진 외곽지역까지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옥스퍼드시는 아예 내연기관 자동차의 접근을 제한하는 ‘배출가스 제로 구역(Zero Emission Zone)’을 지정해 시행 중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강화된 WHO 대기질 기준에 맞춰 초미세먼지를 현재 20㎍/㎡에서 2040년까지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질을 자랑하는 스위스와 견줄 만한 수준이다.

확대보기다이슨 공기 정화 헤드폰다이슨은 공기 정화 헤드폰 개발에 6년이 소요됐으며, 500개가 넘는 시제품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출처 : 다이슨)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일상

영국의 대표 가전기업 다이슨은 최초의 공기 정화 헤드폰을 발표했다. 작동 원리는 가정에서 쓰는 공기청정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헤드폰의 양쪽 귀 부분에 위치한 컴프레서가 공기를 빨아들이면 에어필터가 미세먼지, 이산화황, 오존 등 각종 유해물질을 거르게 된다. 이렇게 정화된 맑은 공기가 통로를 통해 코와 입으로 주입되는 형태이다.
영국 현지의 반응은 대체로 ‘지나치게 번거로운 제품’,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우스꽝스러운 제품’이라고 혹평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제품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상반된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기오염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최근 영국인들의 욕구를 정확히 꿰뚫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1952년, 초유의 스모그 사태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아픈 역사가 있는 영국.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지 4년 뒤 영국 의회는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제정해 스모그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팬데믹으로 큰 고초를 겪은 영국인들은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깨끗한 공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 보인다. 국민들의 바람처럼, 또 정부의 강한 의지대로 대기오염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나라로 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혁 현지 리포터

조회수 : 2,026기사작성일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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