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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질문
제조업 대전환 시대,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 단장

1900년대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는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조업이 경제의 근원이고 서비스업은 부속 산업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불황 등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위축되는 게 서비스업이다.” 팬데믹은 단순한 질병 확산의 문제를 넘어 한 국가가 위기의 순간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제조업은 이른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까지 점증되어오던 여러 기술적 발전이나 국제적 힘의 대결, 그리고 환경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른바 최근 ‘빅뱅’의 시기에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처한 새로운 격변의 지점들을 추적해 본다.

확대보기박종구 박사

박종구 박사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 등의 연구 성과물을 활용해 기업이 신제품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나노융합2020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사업을 총괄하고 전문가들이 사업화에 참여해 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성과물을 사업화하는 만큼 3년 이내에 제품을 실제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지원한다. 또한 사업단은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사업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한다. 2012년 9월에 시작해 2021년 2월 말의 기간까지 8년 반 동안 1,437억 원의 정부 재원을 투입해 1조 1,677억 원의 실제 매출을 올렸으며, 841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박 박사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중소기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 실상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세계적인 제조업 전환의 시대에 대한 진단과 함께 우리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팬데믹 사태는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세계 산업은 대전환의 징후들을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제조업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새로운 제조업은 제조업 영역 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또는 국가 전략으로서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팬데믹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만, 그전부터 있었던 몇 가지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움직임은 4차 산업혁명입니다. 선진국 기업들이 임금이 싼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결과 첨단기술이 후발국으로 빠르게 이전되어 후발국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생산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이른바 ‘한계 제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 극복의 대안은 4차 산업혁명밖에 없으며, 이 길로 빠르게 달려갈 것입니다. 또 기후변화, 대량 생산 및 소비로 인한 환경오염, 자원고갈 문제 등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을 압박하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세계 세력 판도에 변화가 생길 조짐을 보이는 것도 주목해야 할 움직임입니다.
이런 몇 가지 움직임에 의해 필연적으로 ‘우월한 생산성’을 추구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환경 친화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혁신적인 생산방식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이런 생산수단을 가진 선진국들은 경쟁국을 따돌리고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입니다. 여기에 팬데믹은 긴장도가 높아져 오던 이런 상황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된 셈입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역시 한꺼번에 붕괴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려면 국제적인 대처밖에 없습니다.

확대보기박종구 박사

미래 제조업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는 혁신 제조기술이 산업은 물론이고 경제·사회 환경의 변화를 선도해 왔다면, 앞으로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제조업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제조업의 미래는 제조업 내에서보다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서 단초를 찾아야 합니다. 제조업 혁신을 유도할 거시적 동향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환경오염으로 인한 녹색·지속 가능성의 부각,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향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사회경제적 요구를 거의 극한 수준으로 발전한 첨단 제조기술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혹은 디지털 트윈’이 있습니다. 요소 기술을 여러 단계에 걸쳐 통합해 최고의 효율로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 요소를 산업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해 운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분석하고 최적 조건이 유지되도록 환류하며, 고장이 발생할 시기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해 적기에 최단시간 내에 정비함으로써 운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자율생산 체계가 구축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로봇 등 신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과거 산업의 초점은 ‘효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제는 ‘안정성’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는 각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요? 다시 말해 경영자는 향후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까요?
‘효율성’은 1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해 오는 동안 가장 중요한 산업적 가치였고, 선진국이 제조업을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하게 된 배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기치 못한 충격이 왔을 때 전면적인 생산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치사슬(VC) 또는 공급사슬(SC)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효율성이 세계화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면, 안정성은 다분히 지역적(국가적) 이슈이므로 GVC를 정착시켜온 그동안의 세계화 흐름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자국 혹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경제 블록을 중심으로 GVC가 재편될 전망이며, 산업 지형이 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 세력 판도가 변하는 구조적인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심지어 안정적인 GVC를 구축하는 것을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입니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 부문에 경쟁력이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이런 변화가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GVC 재편은 선진국들이 선도하고 있고, 우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산업 부문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역량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민첩성과 유연성을 가진 조직 역량, 표준 활동이나 규제 대응과 같은 네트워크 역량에서 나옵니다. 즉, 경쟁기업보다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값싸게 제조하면서 GVC 변화를 미리 읽고 국제적 흐름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조업의 구조 변화가 향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자율생산 기반의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이 자리 잡을수록 고임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한 제조기업의 회귀가 가속되고, GVC는 점점 지역화될 것입니다. 그러면 기술을 무기로 사용하는 기술패권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경제 블록화가 가속될 것이고, 선진국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들은 기술패권국에 동조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자율생산에 필요한 운영체계를 공유하는 경제 블록 내 국가들 간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고, 경제 블록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세계 질서 재편을 겨냥한 통상 마찰이 심화될 것입니다. 강대국 혹은 영향력이 큰 경제 블록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 보존에 필요한 기술과 산업을 무기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격차가 더 확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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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비즈니스 확장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요?
3D프린팅 기술, 전문성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고도화됨에 따라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생산에 직접 참여하게 됨으로써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구독경제형 사업이나 프로컨슈머형 직업이 일반화될 것입니다. 부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부품이 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대가를 회수하는 ‘프로컨슈머’의 방식이 일반화될 것입니다. 또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정보를 자산으로 XaaS[X(제품)-as-a-Service(서비스)]형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될 것이며, 전통적인 ICT 기업들의 제조업 영역 진출이 늘어날 것입니다. 생산 기반이 없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CT 기업들이 제조업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폭스콘과 같은 제조 플랫폼들이 세계 여러 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의 가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제조업도 이제 고객의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조업의 가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첨단 제조기술이 이런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은 단기간에 큰 이익을 얻는 것에서 고객의 사회경제적 가치 실현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고 적은 이익을 장기적으로 얻는 구조로 변해갈 것입니다. 사회경제적 가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특히 제조업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제조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철기업이 수소경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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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제품을 개발하자마자 다음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도 수용해야 하고 팬데믹으로 조성된 어려운 사업 환경도 극복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변화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개발한 솔루션을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가치사슬 변화에 능동적,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춘 플랫폼 기술 기업이 돼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특유의 암묵적 지식을 디지털 정보로 축적하는 아날로그적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위축되면서 개발한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중소기업의 사업화 환경이 나빠졌습니다. 잠재적인 고객이 신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재구성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업은 뻔한 것(루틴)을 잘하는 기업, 특별한 일을 루틴처럼 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데믹 사태로 고생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기업 활동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위기 중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강한 경쟁력을 나타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는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큰 변화가 예상되며, 이전의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경쟁력을 키워야할 영역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새로 발굴해야할 영역이 있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고 인재를 영입해야 합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업을 조정하는 경우에도 핵심 인력을 유지할 것을 권합니다. 회복기에 들어갈 때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므로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숙련된 핵심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위기가 힘든 만큼 잘 극복해서 넘기면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는 것은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8%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11.6%, 영국 9.6%, 독일 21.6%, 일본 20.8%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때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것이 한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조업이 국가 산업의 근간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특히 K-방역의 뒤에는 이 제조업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 있으니, 바로 새로운 제조업으로의 전환이다. 여기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위상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구 박사는 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30년 이상 신소재를 개발해 온 재료공학자다. 현재 범부처 R&BD 사업을 펼치는 나노융합2020사업단 단장이다. KIST에서 세라믹공정연구센터장, 나노재료연구센터장, 나노과학연구본부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연구개발특구기획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공학한림원 정회원,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중소기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산업 대전환》, 《4차 산업혁명보고서》가 있다.

이남훈 | 사진 김성헌

조회수 : 2,374기사작성일 :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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