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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질문
데이터 리터러시라는 생존 무기
강양석 띵킹파트너 대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는 누가 어떤 비즈니스에 종사하든 관계없이 향후 10년간 가장 중요해질 비즈니스 능력이다.” 구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할 베리안(Hal Varian)의 말이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주어진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 안에서 질문에 대한 유의미한 답을 하며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흔히 빅데이터가 많이 언급되지만, 데이터 리터러시는 빅데이터는 물론이고 설문조사, 각종 통계 등의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문제해결에 있어서 빅데이터가 ‘전반부’의 과정이라면, 데이터 리터러시는 ‘후반부’의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기업은 미래의 불확실한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다.

확대보기강양석 대표

세상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 최근 우리가 언론을 통해 가장 쉽게 얻는 데이터는 바로 ‘대선 후보 지지도’일 것이다. TV에는 종종 지지도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리서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하는 의미부여, 해석이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 중 하나다. 이외에도 얻고자 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영역과 분야도 방대하다. 프로야구 감독별 평균 우승 횟수, 미국 해외파병 규모, 사용 장소별 단말기 사용 시간 비중, 에너지별 발전량 장기 전망, 북한의 공개 처형자 숫자와 장소 등등. 이렇게 공개되는 수많은 데이터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데이터를 더 심도 있게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발전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리터러시’는 시대에 맞는 기술적 정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데이터 전문가 아니카 월프(Annika Wolff)는 ‘현실 세상의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질문하고 답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은 실천적이고도 창의적인 능력들인데, 전문가들의 데이터 취급 역량도 일부 포함됩니다. 예를 들면 데이터를 취사선택하고, 가다듬고, 분석하고, 시각화하고, 비판하고, 해석하는 역량, 더 나아가 스토리를 전개하며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역량 등이 그 사례입니다.
또 미국의 정보기술 연구 및 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는 데이터를 ‘언어’로 보는데, 이 부분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인지력과 판단력, 설득력, 그리고 남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량이 발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사고력이 뼈대라면, 데이터는 근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데이터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저는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10년간 일하면서 오랜 기간 데이터와 씨름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사를 분석하고 설득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올바른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 각종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라는 걸 체감하게 됐으며, 그 이후로 데이터 리터러시를 더욱 많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요?
데이터를 전략적 자원으로 보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약 10년 전부터입니다. 따라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90%의 데이터는 지난 10년 동안에 만들어진 것이죠. 하지만 실제 수집된 데이터조차 약 60~73%는 전혀 분석되지 않고 사장됩니다. 이를 흔히 ‘다크 데이터(Dark Data)’라고 합니다.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의 NHN, 엔씨소프트, LG CNS, 롯데카드가 다크 데이터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구글, 애플, 아마존, 스포티파이 등도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의 세계는 오랫동안 ‘축적의 시기’를 지나 ‘분석의 시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데이터 리터러시는 매우 초기라고 볼 수 있으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신 경영 전략에 관심이 있는 일부 젊은 중소기업 경영자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확대보기강양석 대표

기업에서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콜센터 상담회사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상담원의 통화시간별 상담 빈도에 대한 데이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담원이 0~10초 정도만 상담을 하고 전화가 끊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해봅시다. 이는 다른 표준값에 비해 매우 튀는 결과입니다. 고객이 제기했던 문제가 단 몇 초 만에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이 배경에는 ‘상담 건수로 실적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상담원들이 상담 건수를 늘리기 위해 전화를 받자마자 끊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에 이 기업에 이러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상담원들의 꼼수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해외에서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담당하는 임원이 있나요?
2018년 가트너는 ‘CDO’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CDO는 ‘Chief Data Officer’의 약자입니다. 이들은 돈과 기술, 사업 아이템 못지않게 데이터 역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임원급 포지션입니다. 그들은 회사 내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데, 다만 여전히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에서 가장 걸림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조직원이 변할 마음이 없다’는 것과 ‘조직이 데이터를 읽는 법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마음도 강합니다. 보안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유통하면 어느 날 경쟁자의 손에 들어가 있을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나아가 기득권들의 거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서는 특정 부품의 절삭 과정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를 거부한 사람들이 바로 기존의 회사 내 절삭가공 전문가였죠. 따라서 경영자는 스스로 CDO라고 인식을 하고 데이터에 대한 조직의 게으름과 저항감을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를 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많은 데이터를 한 군데 몰아놓고 자의적인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해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쓰는 것인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질문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해석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맥락에 맞게’ 데이터를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맥락을 알아야 그에 맞춰 문제를 정확히 규정할 수 있고, 문제가 정확해야 적중도 높은 가설을 설정할 수 있고, 가설이 명확해야 효율적인 검증 어프로치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목적도, 답도 될 수가 없으며, 오직 ‘맥락’에 맞게 바라보고 해석할 때에만 제 역할을 합니다.

확대보기강양석 대표

맥락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휴가지로 제주도를 택한 뒤 ‘어떤 교통편으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여기에서 감안해야 할 맥락은 ‘비용과 동행자들의 상황’입니다. 비행기와 배편이 있을 경우 비용이 충분하다면 비행기가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일행 중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배를 이용하자’라고 결정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맥락’에 맞는 결정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조건 그 자체만 보는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내부의 사정과 그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진정한 데이터 리터러시가 갖춰질 수 있습니다.

강양석 대표는 데이터 리터러시의 골격을 ‘문제 정의–데이터 획득–해석–방안 선택–보고서화–전달’이라고 요약한다. 사실 이는 기업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과거에는 ‘데이터가 아닌 것’으로 했고, 지금은 ‘데이터’로 할 뿐이다. 따라서 기업은 ‘데이터 리터러시’라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어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언제나 있어 왔던 의사소통과 문제해결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통찰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데이터는 잘 안 보이는 것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알고 있던 것을 더욱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전화 상담원의 꼼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에도 고객을 향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중장비 설비 분야의 캐터필러(Caterpillar)라는 회사는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에 센서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비전링크’ 서비스를 하고, 장비에 장착된 ‘프로덕트 링크’를 통해 연료 소비량, 장비 이상 유무, 가동 및 공회전 시간 등의 데이터를 인공위성을 통해 전송하게 하는 혁신적 데이터 인프라로 유명합니다. 또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분석된 정보를 고객이 활용함으로써 사고 예방 등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고객 가치도 만들어냈습니다. 이외에도 기업이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매우 많습니다. 세대별 소비 성향도 있고, 지역에 따른 소비 성향도 있습니다. 그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왜 열광하는지를 간파해서 경영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을 갖춘다면 어떤 것이 달라질까요?
조직의 데이터 리터러시 수준은 매출 총이익, 총자산 이익률, 자기자본수익률, 매출 이익률 등 전반적인 재무 성과와도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기업들은 꽤 오래전부터 데이터 리터러시가 조직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라고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줍니다. 의사결정의 과정과 구조를 바꾸고, 좋은 질문을 하게 하고, 데이터 스토리텔링으로 전체 그림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키워줍니다. 다만 ‘데이터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데이터가 가미된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데이터는 직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냅니다. 소비자의 변하는 마음에 따라 조직의 목표도 기민하게 바뀌어야 하는데, 조직원들이 데이터를 모르면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반면 데이터를 투명하게 제시하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고, 열정과 몰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데이터는 단순한 ‘자료’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기업은 이러한 변화의 시그널을 잡아내야 하고, 그 변화의 흐름에 앞서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 리터러시는 기업 내의 ‘혈액순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듯, 기업 내의 ‘데이터’라는 혈액이 잘 돌지 않으면 언제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일이다.

확대보기저서 데이터 리터러시

강양석 띵킹파트너 대표는 딜로이트 컨설팅 전략팀장, 글로벌 1억 명 유저 비즈니스 플랫폼 최고전략임원, 인공지능 상장사 최고운영 임원을 거쳤다. 2015년에 이미 전략기획팀을 없애고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만들 정도로 현장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경영자 출신 데이터 전문가다. 이런 모든 경험 끝에 데이터에 대한 기법적·공학적 접근보다 ‘직관과 분석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혁신적인 사고력 기반 데이터 교육 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데이터 부문 자문위원이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임원 및 경영진 대상 데이터 리더십을 집중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데이터로 말하라》, 《데이터 리터러시》가 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 '데이터리터러시닷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남훈 | 사진 김성헌

조회수 : 1,302기사작성일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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