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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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는 천년의 지혜
의심 없애려면 증명할 수밖에

회사의 조직문화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의심’이다. 애초에 회사라는 것이 서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며, 때로는 동료가 경쟁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온전히 신뢰와 믿음만이 지배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경영진이라고 불리는 ‘윗선’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고 있는지 투명하지 않으니, 의심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보호색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한 전력투구 과정에서 서로가 신뢰하지 않는 조직문화는 그 자체로 동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다. 조직 내의 의심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화할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말로만 조직문화가 바뀔까?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 폴 자크 교수는 국가나 회사 내에서 ‘신뢰’의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연구를 해왔다. 그는 지난 2016년 ‘훌륭한 성과를 내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상호 신뢰가 높은 회사의 구성원들은 몰입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적으며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지어 회사가 아닌, 삶 자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의심이 회사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의심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회사는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조직문화’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의심’이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MIT대학교 경영대 에드 샤인 교수는 조직문화라는 것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오랫동안 조직 구성원이 타당한 것으로 여겨와 그들 사이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구성원들에게는 조직의 대내외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으로 학습되는 것.’
특정한 조직문화가 옳은 것으로 평가받든 그렇지 않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나 팀장 등의 리더들은 회사 내에서 최대한 의심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의심의 제거가 과연 무엇으로 가능하냐는 점이다.
대체로 조직문화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는 경영자들은 “될 때까지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반복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조직문화가 그렇게 쉽게 말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오랜 시간 동안 경영 현장에서 조직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대한 논의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진짜 필요한 것은 의심을 신뢰로 바꿀 ‘증거와 증명’이다.

쓸데없는 의심이 불러온 근심

지혜롭게 백성의 편에서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진나라의 관리 악광(樂廣)에게는 한 명의 술친구가 있었다. 가끔 서로 만나 술잔을 나누며 세상을 논하고, 백성들의 삶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는 발길을 하지 않
아 걱정되었다. 결국 친구를 찾아갔던 악광은 친구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랐다. 악광이 그 이유를 물었지만, 친구는 다소 의아한 이유를 들었다.
“굳이 자네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번 함께 술을 마실 때 술잔에 뱀이 들어 있었네. 그 이후로부터 시름시름 앓고 있다네.”
크지도 않은 술잔에 뱀이 들어 있다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그것 때문에 진짜 몸이 아프다니, 악광은 의아해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지난번에 술을 마신 자리에 가보고는 그 실체를 알게 됐다. 악광은 친구를 다시 불러 술 한 잔을 권했다. 그리고 다시 술잔을 들여다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에도 똑같이 술잔에 뱀이 들어 있었다. 악광이 말했다.
“이보게, 저 뒤편에 활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이 보이는가? 그 활에 뱀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이 자네의 술잔에 비친 것일세.”
친구가 술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보니 뱀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고 맑은 술만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친구의 몸은 다시 나았다.
의심을 사라지게 만들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일단 의심이라는 것 자체가 은근하고 끈덕지게 마음의 저변에 깔린 것이기 때문에 몇 마디 말을 한다고 쉽게 해소될 리가 없다. 이럴 때는 반드시 증거를 대고, 의심이 사라질 수 있는 증명을 해주어야 한다. 악광의 친구가 몸이 나았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증거와 증명의 힘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일단 자신의 관점에서 회사와 직원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의심하는지, 어떤 근거로 의심하는지를 알기가 힘들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직원들이 회사나 자신을 못 미더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그런 의심을 왜 하느냐!”라며 어처구니없어한다. 그러나 증명되지 않은 의심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것이 구체적인 회사의 지침이 되었든, 더 원활한 소통이 되었든, 직원에게 분명한 실체를 보여주고 의심을 제거해야 할 의무는 경영자에게 있다. 악광이 다시 친구를 술자리에 데려가 뱀의 실체를 보여주었듯이 말이다.

이남훈

조회수 : 1,793기사작성일 :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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