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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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의 진화
짧지만 강렬한
요즘 대세 팝업스토어

온라인으로 일상의 모든 일이 가능해진 지금, 오프라인의 가치는 판매가 아니라 고객 경험의 제공을 통해 완성된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브랜드의 고민이 깊다. 오픈하는 팝업스토어마다 방문객을 몰고 다니는 ‘프로젝트 렌트’의 답은 명쾌하다. ‘보여주려 하지 말고 대화하라!’ 이들이 생각하는 팝업스토어의 본질은 ‘이야기’다. 브랜드가 들려주려는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더 강렬하게 가닿을수록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와 의미가 생긴다는 것. 뻔하지만 구현하기 어려운 이 명제를 프로젝트 렌트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보고 싶다면 당장 성수동으로 달려가자. 팝업스토어 두세 곳만 둘러봐도 이들이 왜 ‘렌트 투어단’을 몰고 다니는지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다.

필라멘트앤코×프로젝트 렌트

확대보기팝업스토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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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

요즘 발에 차이는 게 팝업스토어다. ‘팝업스토어 성지’라 불리는 성수동 일대를 한 바퀴만 돌아도 수십 곳을 만날 수 있다. MZ세대는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찾는다. 이들에게 팝업스토어는 지루한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주는 요소다. 팝업스토어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와 명품 브랜드, 심지어 연예인들까지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
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뜻하는 팝업스토어는 과거에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브랜드 자체 홍보를 위한 ‘오프라인 마케팅’ 도구로 진화했다.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매장에 침대를 들여놓는 대신 다양한 생활용품과 굿즈 등을 전시해 ‘침대 없는 침대 매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MZ세대는 이런 ‘의외성’을 ‘힙’함으로 해석했고, 새로운 브랜딩 문법은 시몬스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6주간 청담동에서 진행된 시몬스 팝업스토어 방문객은 1만여 명.
그런데 이보다 더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은 팝업스토어가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6주간 성수동에서 진행된 ‘가나초콜릿 하우스’에는 약 2만 1,000명이 다녀갔다. 초콜릿을 이용한 ‘디저트 페어링 바’, ‘DIY 클래스’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오픈하기 무섭게 예약이 마감됐다. 롯데제과와 함께 이곳을 기획한 ‘프로젝트 렌트’는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대표 최원석)가 2018년 론칭한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이다. 장기간 임대한 공실을 활용해 기획과 인테리어, 콘텐츠 제작, 마케팅, 굿즈 제작까지 팝업스토어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춘 프로젝트 렌트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8개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대기자가 몰려 당초 계획보다 연장 운영했을 정도로 가나초콜릿 하우스의 인기가 높았던 비결에 대해 최원석 대표는 ‘가나’ 브랜드가 아닌 ‘초콜릿’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라고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확대보기가나초콜릿 하우스 확대보기가나초콜릿 하우스1·2 _ 6주 만에 2만1,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가나초콜릿 하우스’. 초콜릿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MZ세대를 불러모았다.

“초콜릿은 대략 1년에 3번 정도밖에 안 삽니다. 대개는 자신이 먹기보다 선물용으로 구매합니다. 가나가 해야 할 일은 초콜릿 시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나초콜릿 하우스의 핵심 메시지는 초콜릿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였고, 이것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초콜릿을 일상에서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프로젝트 렌트는 작은 공간에 브랜드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고객과 직접 만나고 싶은 브랜드라면 주 단위로 이 공간을 빌려 오프라인 마케팅을 위한 테스트 매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확대보기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 카페매일유업이 자사의 비건 음료 ‘어메이징 오트’를 홍보하기 위해 프로젝트 렌트와 함께 한 달간 성수동에 오픈한 어메이징 오트 카페

하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은 공간

프로젝트 렌트는 지난 4년간 기업, 지자체, 기관 등과 150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입체적인 공간을 지향한다. 입지가 중요한 하드웨어 중심의 공간이 아닌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만으로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방문객이 팝업스토어에 머무는 시간은 짧게는 1∼2분, 길어야 10분 정도. 방문객의 발길을 어떻게 오래 붙들어둘지가 핵심이다. 최 대표는 소비자와 소개팅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브랜드가 아직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흥미를 잃습니다. 소개팅에서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만 하면 금방 지루해져 빨리 자리를 정리할 궁리를 하게 되는 것처럼요.”

지난 9월에 진행된 가구 브랜드 인치(INCH)의 팝업스토어 ‘인치하우스’는 프로젝트 렌트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잘 보여준다. ‘주문 제작’이라는 인치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충분히 이해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방문객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매장에 머무를 묘안을 짜냈다. 커피를 주문함과 동시에 로스팅을 시작해 실제 커피가 나오기까지 10분 정도 기다리게 세팅한 것. ‘스페셜티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방문객은 인치가 직접 제작한 가구를 만져보고 쇼파에 앉아보는 사이 심심해져서 누군가와 대화할 마음이 생기게 된다.

확대보기인치의 팝업스토어 ‘인치하우스’주문제작 가구 브랜드 인치의 팝업스토어 ‘인치하우스’. 커피를 내리는 10분 동안 가구를 체험하며 인치의 브랜드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팝업스토어가 점점 화려해지고 있지만, 프로젝트 렌트는 ‘이야기’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지난 10월 6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채희준 2022 프레젠테이션’ 팝업스토어 내부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벽에 서체디자이너 채희준이 제작한 조판 샘플이 서체와 글자 크기별로 걸려 있는 게 전부. 대충 둘러보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조판 샘플을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신중하게 서체 하나하나에 시선이 가게 되고, 서체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최 대표가 말한 소프트웨어의 위력이다. 왜 프로젝트 렌트 이름만 보고 매장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절반 가까이 되는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확대보기‘채희준 2022 프레젠테이션’ 팝업스토어서체디자이너 채희준이 제작한 다양한 한글 서체를 만날 수 있었던 ‘채희준 2022 프레젠테이션’ 팝업스토어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11월 한국관광공사와 진행한 ‘로컬로’의 경우 로컬 기념품의 판로 개척에 큰 역할을 했다. 우수한 로컬 제품을 리브랜딩해 선보였고, 팝업스토어 종료 후 백화점 판매 채널 진출에 성공했다. “오프라인에서 제품의 퀄리티를 인정받으면 다른 유통 채널에서 반드시 관심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편의점에 가서 물건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초. 그런데 대개는 1~2분 정도 더 서성인다. 무언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10초는 온라인이 대체할 수 있지만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오프라인 공간의 영역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올 만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과 상업적 거래 관계가 아닌 ‘친구’가 되어야 한다.

확대보기뚜까따의 팝업스토어 ‘뚜까따 자투리’‘지속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뚜까따의 팝업스토어 ‘뚜까따 자투리’. 약 20㎏의 자투리 원단들을 ‘싹’이라는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시켰다.

임숙경 | 사진 김성헌, 프로젝트 렌트 제공

조회수 : 1,252기사작성일 :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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