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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비밀
혁신으로 무장한 속옷계의 애플
바나나인

의류사업으로 유니콘 기업이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기업이 바로 중국의 ‘바나나인’이다. 중국어로 ‘자오네이(蕉內)’라고 불리는 이 브랜드는 지난 2016년에 창업해 2021년 중국 유니콘 기업 301개 중 106위에 랭크됐다. 속옷, 양말을 기본으로 하는 단순한 의류산업으로 거대 매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변화하는 중국 여성들의 속옷 선택 기준

바나나인은 역대 중국 의류 브랜드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뤄낸 기업이다. 창업 이듬해인 2017년 한화 기준으로 연간 거래액 93억 원에서 매년 늘어나 298억 원, 616억 원, 1,867억 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2021년 광군절 행사에서만 765억 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바나나인의 시가총액은 약 2조4,0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중국 언더웨어 기업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바나나인만의 독특한 기술과 패션의 지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바나나인 창업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좀 더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한다.
2016년 당시 중국 속옷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각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해외 유명 고급 브랜드가 본격적인 중국 시장공략을 위해 활발하게 매장을 연 시점이다. 당시까지 중국 여성들은 속옷을 고르는 데 있어서 남성의 취향을 반영하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남성의 취향보다는 자신의 착용감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약 94%의 여성이 착용감이 좋은 속옷을 선호했다. 현재 자신의 속옷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여성이 72%에 달하는 등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또한 기존의 속옷 기업들이 이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여성들의 절반은 속옷 구입 비용을 좀 더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확대보기바나나인의 창업자 장충위(왼쪽)와 리쩌천(오른쪽)바나나인의 창업자 장충위(왼쪽)와 리쩌천(오른쪽). 오랜 디자이너 생활을 통해 익힌 감각과 기술로 회사를 급속하게 성장시켰다.(출처 : brandstar.com.cn)

노 사이즈, 노 감촉, 노 와이어

이러한 중국 속옷 시장의 기류를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제품군을 만들어낸 회사가 바로 바나나인이다. 이 회사는 30년간 의류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가진 2명의 창업자, 장충위(臧崇羽)와 리쩌천(李澤辰)이 함께 설립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디자인을 해왔던 터라 당시 소비자의 민감한 욕구를 매우 잘 파악할 수 있었고, 특히 디자인을 통해 섭렵한 속옷 관련 기술에 매우 노련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내세운 파격적인 콘셉트는 바로 ‘노 사이즈, 노 감촉, 노 와이어’였다. 속옷에 사이즈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는 반대로 그만큼 부드럽고 편안하게 인체를 감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감촉이 없다는 것은 흔히 속옷에 붙어 있는 라벨마저 없앤 것을 의미하며, 그 부드러움으로 인해 마치 입었는지 입지 않았는지도 알기 힘들 정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나나인의 모든 속옷의 세탁 정보나 면 함유량, 사이즈 등의 표기는 별도의 라벨이 아닌 속옷 자체에 인쇄돼 있다.
여성용 브래지어에 와이어가 없는 것도 새로운 장점이었다. 여성의 가슴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그간에는 와이어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착용감의 측면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들을 반영해 바나나인은 새로운 기술을 연속으로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외선 차단 및 냉각 기술, 에어웜(Airwarm) 공기 보온 기술 등이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몸을 감싸주는 속옷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이런 속옷은 2016년 이전에도 일부 기업이 선보였지만, 당시에는 인기가 없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MZ세대가 ‘편안한 착용감’을 급속도로 원하게 되면서 새로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2~3년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오히려 바나나인의 성공에 큰 동력이 됐다. 외출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속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매출 증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확대보기바나나인 로고 / 속옷 제품바나나인은 ‘노 사이즈, 노 감촉, 노 와이어’라는 제품의 콘셉트를 최대한 드러내면서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속옷’이라는 점을 어필했다.(출처 : 바이두, 바나나인)

‘체감 기술회사’의 정체성은 그대로

바나나인의 성공 요인은 이러한 속옷 제작 기술과 절묘한 시대의 흐름이 전부는 아니었다. 뛰어난 마케팅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도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와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활용한 대중적 확산과 독특한 광고 콘셉트가 주효했다. 바나나인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접촉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마케팅 마인드로 속옷을 활용한 콘텐츠 생산에 집중했다. 소비자와 직접 상호작용하고, 연결되고,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방법으로 충성심 높은 소비자군인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기에도 좋고, 재미있게’가 주요 광고 콘셉트가 됐다. 그래서 그들은 웨이보와 위챗을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플랫폼’으로 설정하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이슈화해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사를 높였다.
바나나인의 광고를 보면 일단 그 느낌 자체가 ‘편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바나나인의 마케팅 담당자는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브랜드의 경우 인기가 있는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의 관심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자층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나나인은 초창기 속옷 제품의 론칭에 이어 계속해서 제품군을 늘려나갔다. 마스크, 모자, 자외선차단제, 슬리퍼, 수건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회사만의 명확한 전략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갔다. 그것은 바로 바나나인을 ‘속옷 회사’가 아닌 ‘고도의 기술에 의한 체감 기술회사’로 규정한 것이다. 또 최초로 속옷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적 성과들을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하면서도 회사의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했다.
바나나인은 온라인으로 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오프라인 매장도 결코 소홀히 하지않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2020년 말부터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에 플래그십 매장을 연 이후 저장성, 산시성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3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나나인은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술과 독특한 마케팅을 결합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열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확대보기바나나인 광고 이미지바나나인은 독특한 광고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출처 : 바나나인)

이남훈

조회수 : 943기사작성일 :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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