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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로 취미 만들기
향수

‘누가 뿌려도 다 똑같은 향’ 말고 나를 표현해줄 단 하나의 향을 만드는 시대다. 이런 흐름에 맞춰 조향을 취미로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만의 향을 찾는 취미의 시작은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하나 떠올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확대보기가르니르 김용진 대표가르니르 김용진 대표(오른쪽)는 자신이 느꼈던 향수를 만드는 기쁨을 알리고자 퍼퓸 클래스를 시작했다.

어떤 향을 좋아하세요?

향수 공방 가르니르(대표 김용진)는 서울 연남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다. 미색의 단정한 외관과 달리 내부에는 향들의 화려한 군무로 가득한 곳이다. 가르니르(garnir)가 프랑스어로 ‘(공간을) 채우다’란 뜻인데, 그에 딱 맞는 공간 연출이다. 김용진 대표는 이곳에서 자신이 느꼈던 향을 만드는 기쁨을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향수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향수의 매력은 향의 변화과정을 느껴보는 데 있어요. 향료마다 무게감이 달라 시간의 차를 두고 조금씩 다른 향을 맡아보실 수 있어요. 향의 첫인상과 같은 탑 노트(top note)는 가장 가볍고 싱그러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미들 노트(middle note)는 향의 ‘심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향을 풍성하게 해주는데, 주로 플로랄 계열의 향이 많아요. 마지막은 은은하면서 향의 지속력을 담당하는 라스트 노트(last note)로 구성됩니다.”
향수 만들기에 앞서 김 대표는 향수의 기본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이어 그는 탑 노트, 미들 노트, 라스트 노트 순으로 향료가 3단으로 진열된 ‘오르간’을 바라보며 맡아보라고 권했다. 갈색 향료 병의 뚜껑을 돌려 열자 익숙한 듯한 향이 훅 끼쳐왔다. 탑 노트 칸에 있는 ‘허브 그린(herb green)’은 막 세수를 마치고 나서 느껴지는 비누 향이 났다. 이번엔 눈을 감고 병을 열었다. 은은하면서 기분 좋게 달달한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눈을 뜨고 보니 ‘프리지어(freesia)’라고 쓰여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향에서는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프리지어나 라벤더와 같은 꽃향은 미들 노트 칸에 있었다. 이번엔 라스트 노트의 병을 하나 집어 들었다. 놀랄 정도로 진한 흙냄새가 끼쳤다. 축축한 흙을 두손으로 마구 주무르는 듯한 냄새에 얼굴까지 찌푸려졌다. 당황한 표정을 읽은 김 대표는 “이런 향이 향수에 쓰인다면 다들 놀란다”며, “하지만 향수의 볼륨감을 더해주고 지속력을 길게 해주려면 라스트 노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확대보기가르니르 향수

‘아침 숲속 산책’ 같은 향을 원해요

서른여섯 가지의 향들을 일일이 맡으면서 내가 어떤 향을 좋아하고, 반대로 어떤 향에는 큰 호감을 보이지 않는지를 차근차근 알아가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잘 몰랐던 내 은밀한 취향을 알 수 있어 재미있었다. 김 대표는 실제로 “향수 클래스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이 이때 가장 즐거워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향수를 만들 차례. 김 대표는 마음에 드는 향을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까지 골라보라고 했다. 각 노트별로 한 가지 향은 꼭 들어가도록 고르는 게 방법이다. 시향을 하면서 빼두었던 향 중에 내가 만들 향수에 넣고 싶은 것을 고르니 모두 다섯 가지가 남았다. 이번엔 ‘향수 레시피’에 고른 향료를 적고, 각 향이 어느 정도 들어가면 좋을지 스스로 정해보기로 했다. 초보자에게 어느 향료를 얼마나 써야 할지 정해보라니 난감했다.
“그럼 이 향수의 콘셉트가 무엇인지를 먼저 적어보세요. 내가 만들 향수가 어떤 느낌일지 머릿속에 한 장면을 떠올리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김 대표의 힌트에 번뜩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이른 아침 캠핑장에서 혼자 눈을 뜨고 아무도 없는 숲을 거닐었던 순간, 그리고 그때 숲에서 나는 맑은 향! 이것이 오늘 내가 만들고 싶은 향수의 이미지였다.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고 나니 비율을 정하기가 쉬웠다. 1차로 정한 비율을 김 대표가 세심히 조정한 뒤 최종 비율이 완성됐다. 스포이드를 이용해 정확하게 향료를 섞은 다음 마지막에 알코올을 넣어 첫 번째 향수 ‘퍼퓸’을 만들었다. ‘파팡 엑스트레’라고도 불리는 퍼퓸은 ‘액체의 보석’이라고 불린다.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가장 잘 느껴볼 수 있는 향수 종류라 퍼퓸을 먼저 만들어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확대보기고전 문학을 재해석한 향수가르니르에선 고전 문학을 재해석한 향수를 선보인다. 매장에 방문하면 김 대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확대보기시향시향을 할 때는 뚜껑을 살짝 열어 가볍게 향을 맡는다. 후각이 지치지 않도록 너무 깊게 들이마시지 않도록 한다.

나만의 향수로 숙성되는 시간 , 2주

한껏 기대에 부풀어 폐 속 깊이 퍼퓸 향을 들이마셨다. 분명 나는 나무가 빽빽한 숲속 산책을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꽃이 가득 핀 들판을 한낮에 거니는 듯한 향이었다. 그때 김 대표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했다. 상상했던 향과 만들어진 향의 차이를 설명하자 김 대표는 묵직한 라스트 노트 향을 추가하고, 각 향료의 비율을 다시 조정했다. 이제 최종 향수 레시피가 완성됐다. 세심하게 향료를 한 방울, 한 방울 세어가며 향수를 만들어갔다.
“오늘 만든 향은 최종 향수의 향은 아니에요. 향수에서 대부분의 성분은 알코올이라서 알코올과 다른 향료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 2주 뒤에는 제대로 숙성된 나만의 향수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김 대표는 비커 속 향수를 병에 담은 다음 라벨을 붙여 내게 건넸다. 내가 직접 지은 이름, 이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 ‘모닝(Morning)’이었다. 유명 브랜드의 향수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레시피대로 만든 향수라니 감개무량했다. 비커 속 향수가 2주 뒤에는 어떤 향이 되어 있을지 자못 설레었다.
클래스가 끝날 무렵 김 대표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본 다음에 다시 그 향수를 만들고 싶어서 재방문하거나, 만든 향을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원하는 향을 찾아가기 위해 다시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나 역시 직접 체험해보니 향수를 만드는 것이 충분히 취미가 될 수 있음에 공감이 됐다.

확대보기향수 ‘모닝’ / 향료 섞는 정밀 작업 스포이드1_ 이른 아침 숲속 산책의 콘셉트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수 ‘모닝’
2_ 선택한 향료를 비율대로 섞어야 하는데, 정밀한 작업을 위해 스포이드를 사용한다.

Tip
가르니르의 ‘퍼퓸클래스’ 들어볼까?

〈안나 카레니나〉, 〈오만과 편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위대한 개츠비〉 등과 같은 고전 문학을 재해석한 향을 개발하며 주목을 받은 조향사 김용진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향수 클래스. 가르니르에 방문하면 참여할 수 있다. 향수에 대한 기본 설명을 듣고, 퍼퓸(10㎖)과 오드 퍼퓸(50㎖) 두 종류의 향수를 만들어본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네이버 예약이나 전화 예약 필수. 외부 단체 출강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507-1323-8757

강미숙 | 사진 김성헌 | 촬영협조 가르니르

조회수 : 1,307기사작성일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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