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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요리, 크리에이터라면 끝이 없지!
스윗솔키친 박솔지 대표

 

비건 크리에이터를 창조한 채식 덕후
덕후들은 이제 음지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 영역도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다. 건강한 덕후를 칭할 때 ‘채식’이라는 식습관을 추구하는 비건(vegan)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통상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을 일컫는 용어는 베지테리언(vegetarian). 그러나 세밀하게 분류하면 8종류의 채식가들로 구분할 수 있고, 더 넓게 보면 3종류의 채식주의자로 분류된다. 우선 육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까지는 허용하는 페스코(pesco), 유제품과 계란까지 허용하는 락토-오보(lacto-ovo), 모든 고기 종류와 유제품, 달걀을 먹지 않고 완전한 채식을 하는 비건(vegan)이다. 특히 ‘비건’은 보다 엄격한 의미의 채식주의자로, 가죽제품도 사용하지 않고 꿀도 먹지 않아 ‘완전채식주의자’로 지칭된다.
요즘 채식이 때를 만났다는 측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볼 인물이 스윗솔키친(sweetsol_kitchen)의 박솔지 대표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실천하는 덕후를 넘어서, ‘대한민국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나?’하는 공적인 책임감으로 ‘비건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까지 창조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표는 채식 습관을 지키며, 국내 최초로 비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과 쿠킹 클래스(요리강습)까지 진행하는 스윗솔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고기를 먹으면 소화장애를 겪었어요. 육식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20대가 되면서부터 내가 무얼 먹고, 어디서 왔느냐에 대한 철학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죠. 결국 무얼 먹느냐는 자존감의 문제였던 겁니다.”
음식의 생산과정에 대한 정보와 식품첨가물, GMO(유전자변이 작물)의 유해성을 알게 되면서 육식을 하지 않게 되더라는 설명이다. 비건은 맛을 탐하는 ‘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좋아하는 습관이 비건 요리의 새 길 열어
박 대표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뒤로하고 비건 요리에 입문한 것도 인식의 전환이 기반이었다. 20대 시절, 뷰티 메카 청담동에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그가 호주 유학길에 오른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처음엔 휴식과 어학공부를 겸하며 웨딩 관련 사업을 계획했는데, 청정자연과 채식문화가 무르익은 호주의 식문화를 접하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호주에 사는 동안 느낀 점은, 채식하면서도 참 먹을 게 많다는 거였어요. 우선 채식 위주로 먹는 게 바뀌니까 생명의 존엄성도 깨닫게 되고, 소화장애나 변비 같은 문제도 자연적으로 해결되었어요. 호주인들은 채식주의자들을 존중해요. 내가 좋아하는 채식을 눈치 볼 일 없으니, 생활 자체가 내 자신에게 충실한 삶으로 바뀌게 되었죠.”
그 무렵, 우연치 않게 유명 비건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가 솜씨를 더해 디저트 베이킹을 시도하고, 그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비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비건 디저트 셰프까지 되었다. 그의 디저트 실력과 메뉴가 입소문을 타면서 레스토랑은 전국적 명소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2010년, 3년여의 호주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 국내에서 비건 셰프의 길을 걷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원래대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돌아가 그저 채식 덕후 정도로 살겠다던 그를 불러 세운 건 국내에도 상경한 채식 붐이었다.
알음알음 박 대표의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채식 관련 컨설팅을 의뢰했고, 채식카페 메뉴로 비건 버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1~2년만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비건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전문 요리연구가들의 어시스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때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비건 요리를 좋아하게 할 방법을 연구했어요. 그 요리들을 맛보이니 일반인들도 이 정도면 나도 채식을 하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거예요.”

갈수록 비건 크리에이터는 행복해진다
처음엔 박 대표의 유별난 식습관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도 그가 직접 개발한 비건 요리를 맛보면서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다. 맛있는 비건 요리가 늘어날수록 채식을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우려를 하던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따라왔다. 그 덕에 비건 레스토랑이나 비건 산업에 대한 가능성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에 문을 연 스윗솔키친을 통해 박 대표는 비건 요리와 식재료에 대해 인식의 폭을 넓히고 있다. H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비건 요리에 대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비건 요리와 관련된 문화 콜라보레이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도에서 도마를 만드는 장인과 콜라보를 진행하는 등, 채식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비건 요리의 베이킹과 요리 원리에 대한 이해가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박 대표 본인이라고 말한다.
“비건 요리를 만들면서 창작하는 순간을 즐기게 되었어요. 요리를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 수강자들에게 좋은 식재료를 소개할 수 있게 되고, 메뉴 컨설팅 등을 통해 채식에 대한 대중의 입맛과 심리도 알 수 있게 되어서 비건 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비건 요리는 내가 해야 될 일’이라는 책임감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제 강의는 채식을 하고 말고를 논하지 않아요. 육식을 하지 말자가 아닌, ‘건강한 채소를 어떻해 먹을까’란 긍정적인 마음이 우선이에요. 그러다보니 강의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GMO와 첨가물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진행됩니다. 제가 영업력이나 홍보력이 일천한데도 인연이 되는 사람들이 자꾸 느는 걸 보면, 이 길은 제가 가야 될 길인가 싶어요.”
갈수록 먹을거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그만큼 거리에 나서면 온통 육식 위주의 외식산업을 보면서 현기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건강식이 주목받는 시대에 비건 크리에이터의 길을 개척한 박 대표가 반갑기 그지없는 이유다.”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3,020기사작성일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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