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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할 수 없는 기술력, 유리병에 오롯이 담다
영일유리공업㈜ 유리용기

 

유리만 연구하고 생산한 46년 외길
뜨겁게 녹아내린 붉은 유리 덩어리가 뚝뚝 떨어진다. 성형기계로 빨려들어간 이 덩어리는 이내 유리병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컨베이어벨트 위를 흐른다. 1분에 약 50개씩, 이런 기계가 12대 있으니 하루에 생산되는 유리병은 30만 개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더 놀라운 건, 이 뜨거운 공장이 일 년 내내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유리 제조업체답게 주문량은 늘 넘쳐나고, 기계는 쉼 없이 돌아간다.
영일유리공업㈜의 시작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사람이 입으로 불어 제품을 만들 때였는데, 그 즈음에도 명성은 자자했다. 오죽하면 ‘영일에서는 못 만드는 게 없다’고 했을 정도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유리병이 언뜻 보기에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차이는 분명하다. 얼마나 투명하고 정교하며 견고한지에 따라 제품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철두철미한 연구와 분석이 필수적이다. 창업자이자 유리병업계 1세대 기업인인 고영일 대표는 기술력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이며 롱런의 원동력이라는 철학으로 끊임없이 기술적 진보에 집중했다. 그렇게 약병, 화장품, 맥주컵, 식품병, 양주병 등 각종 유리용기를 만들었다. OB에서 한국 최초로 출시한 양주병과 역사를 함께했음은 물론, 현재 한류의 중심에 있는 유명 화장품 용기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무려 46년의 노하우는 2016년 중소기업경영대상, 2013년 중소기업품질대상, 2008년 산업포장 등 셀 수 없이 많은 수상 경력으로 대변된다.

독보적인 기술력이 고품질의 핵심
영일유리공업에서 생산하는 유리용기는 모방이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기술력과 생산설비의 차이라고 고 대표는 설명한다.
“우리만의 설비가 있기 때문에 개발부터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까지 보통 일주일이면 가능해요. 그런데 타 업체에서 이를 모방하려면 까다로운 제품의 경우 몇 달이 걸리기도 하죠. 자본과 시간이 많이 들고, 생산수율이 낮으니 따라 하질 않는 거예요.”
실제로 고 대표는 1987년에 세계 최초로 유리병 제조기계 자동 싱글섹션 제병기를 개발했다.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반나절이 걸리던 금형 교환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킴으로써 다품종 소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유리공업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자동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반자동 기계를 수입해 5년 동안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완전자동으로 개발을 했습니다. 이후 싱글섹션에서 점점 발전해 식스섹션으로 기계가 커졌고요. 한번에 일곱 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또 2008년에는 연료비 감소와 환경오염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LNG를 연료로 용해로의 열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시스템의 자동화도 주목할 만하다. 영일유리공업은 지속적으로 자동화 정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새로운 기계가 개발되면 발 빠르게 수입해 현장에 도입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높인다. 유리병을 성형해 옮기는 것은 물론 포장 박스를 내리고 옮기는 것도 기계가 대신한다. 최근에는 한 기계에서 두 가지 형태의 병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국내 최초로 유럽에서 들여왔다.
또한 모든 기계는 필요의 2배수를 갖추는 걸 원칙으로 한다.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점검해 교체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기계의 부품까지 모두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여분을 둔다.
“만약 다섯 대가 필요하면 열 대를 들여놓습니다. 기계도 쉬어야 하니까요. 정비하는 도중, 혹은 고장이 날 때를 대비해서죠. 그래서 우리 공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어요. 주문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덕분입니다.”
최고의 품질이 시스템만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터. 바탕에는 물론 오랜 노하우가 자리한다. 성형 공정 후 상온에서 냉각하는 과정에서 불균일한 잔류응력이 생기지 않도록 세밀한 열처리를 하고, 서냉 후에는 세 번의 육안검사와 첨단 자동검사기를 통해 품질에 완벽을 기한다.

 

생산효율 극대화를 위한 자동화
고 대표가 내다보는 유리병 시장은 상승세다. 사용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고, 수요도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한류와 함께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급물살을 탄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 영일유리공업은 앞으로도 자동화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당장의 변화는 포장 단계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다. 박스를 내리고 옮기는 현재의 자동화 설비에 더해, 포장 로봇을 설치 중이다.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했던 과정을 앞으로는 로봇이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육안으로는 발견이 불가능한 미세한 흠집이나 금을 잡아내고, 병의 규격을 측정하는 검사기도 두 대 더 들여놓을 예정이다. 1,600℃의 고열로 용해해야 하는 작업 특성상 대형 선풍기를 틀어도 고온인 공장 내부 기계에는 각각의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본으로 고효율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발전이 필수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유리공업학원을 만들려던 꿈도 그래서 이루지 못했고요. 지금은 영일유리공업 기술자들에게 저의 노하우를 일대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금 느리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야만 기술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수한 혁신으로 명실상부한 최고의 유리제조업체로 성장한 영일유리공업. 제대로 만든 유리용기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사로잡는다.

정은주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3,069기사작성일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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