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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로잡고 지갑 여는 주문 色
색다른 色마케팅

초록과자·블랙화장지… 고정관념 깨는 色마케팅
비슷하고 식상한 맛으로 외면당하던 국내 제과업계가 최근 눈에 띄는 변화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빙그레 꽃게랑 고추냉이맛, 롯데 몽쉘 그린티라떼, 해태 자가비 고추냉이맛, 크라운 콘녹차 등 이른바 초록과자를 잇달아 출시하며 색다른 色마케팅을 펴고 있는 것. 그동안 식욕을 북돋우고 충동구매를 유발시키기 위해 빨강을 중심 색으로 삼았던 제과업계는 새로운 맛과 ‘초록색’ 패키지를 도입해 건강한 먹거리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비단 제과업계뿐만 아니다. 최근 色마케팅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연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남자라면_핑크’라는 해시태그가 두드러지게 올라오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남자=파랑, 여자=핑크’라는 기존 관념을 깨고 성별에 따른 색의 구분과 경계를 허무는 일련의 흐름은 IT, 자동차산업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2015년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아이폰6S 로즈골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남성들에게 오히려 인기가 많았다. 흰색, 검은색, 은색 등 무채색으로 대표되던 자동차는 빨강, 파랑, 노랑 외에 다양한 파스텔 톤을 입기 시작했고, 심지어 남성들에게 열띤 호응을 얻었다. 포르투갈 화장지 제조업체인 레노바(RENOVA)는 화장지는 흰색이라는 기존 틀을 깨고 화려한 색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시장에 진입한 예다. 블랙, 핑크, 브라운, 블랙, 라임 등 다양한 색을 입은 화장지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화장지’라는 레노바의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정체성 구축하는 일등공신, 기업·브랜드, 지자체까지
전문가들은 흔히 色마케팅의 성공 요인을 네 가지로 꼽는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한눈에 사로잡는 색의 선택, 색을 통한 오감 자극, 자신만의 이미지 구축 등이다. 기존 색과는 다른 색으로 차별화하고 성별에 따른 색의 경계를 허무는 일련의 흐름은 성공 요인을 충실히 따르는 전략으로 보인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최근 色마케팅이 단순히 제품에 색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색을 기업이나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중요 요소로 활용한다. 코카콜라는 1890년대부터 빨간색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산타클로스가 빨간 옷에 흰 수염을 기르게 된 것도 코카콜라 마케팅의 산물이다. 스타벅스 역시 색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한 대표 사례다. 초록색을 중심으로 갈색, 노란색 등을 무작위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커피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정교하게 선택한 색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또한 마찬가지다. 엄지척한 파란색 손, 파란 창, 파란 네모에 선명한 하얀색 알파벳 ‘F’자 등은 페이스북 하면 파란색을 먼저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체 로고를 파란색으로 활용한 기업으로는 삼성을 빼놓을 수 없다.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은 침착하고 이지적이며 진리와 총명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꼽힌다. 초록 창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네이버는 이용자의 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안내자가 되겠다는 회사의 철학을 녹색에 반영한 경우다.
기업이나 브랜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색으로 정체성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전남 장성이 그 주인공이다. 장성은 지역을 대표하는 황룡강의 전설에서 찾은 노란색을 군정에 도입, 옐로시티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런 이미지 구축에 힘입어 장성은 ‘2017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에서 신뢰도 높은 도시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에도 유용한 전략, 핵심은 트렌드 읽기
色마케팅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시각 요소라는 것에 근거를 둔 전략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시각이 87%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청각(7%), 촉각(3%), 후각(2%), 미각(1%)의 순으로 반응한다는 것이 마케팅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비자는 90초 안에 제품을 결정하는데, 제품에 대한 판단은 60~90%가 색깔에 의해 좌우된다’는 미국 컬러리서치연구소의 연구결과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감성 마케팅의 하나로 色마케팅이 유효한 것이 이 때문이다.
色마케팅 역사는 오래됐다. 1920년, 파커(PARKER)사에서 빨간색 만년필을 출시해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시작이었다. 빨간색 만년필은 ‘만년필=검정’이라는 기존 공식에 균열을 내며 그야말로 시장을 발칵 뒤집었던 것. 이때부터 시작한 色마케팅은 더 이상 패션·뷰티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활용품, 가구,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 전 분야로 확산됐다. 현재는 제품기획 단계부터 생산,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종합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色마케팅은 중소기업에도 유용한 전략이다. 색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골프 전문기업 ㈜볼빅이 하얀색 일색이던 골프공 시장에서 화려한 컬러 공으로 성공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청년기업인 ㈜정감은 색채심리를 활용한 LED 감성조명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MDF 전문기업인 ㈜포레스코는 국내 최초로 무공해 컬러 MDF를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色마케팅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빨강, 파랑, 초록 등 단적이고 정형화된 색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눈으로 잘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색의 범위를 넘나드는 추세다. 색이 점점 개인화, 맞춤화, 세분화된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주문으로 색이 유효한 것은 사실이나, 실제 효력을 발휘하는 색이 따로 있다는 것 또한 틀림없다.

 가장 핫한 올해의 색  싱그러운 ‘그리너리’
해마다 올해의 색을 발표해 세계 색깔 트렌드를 이끄는 색채전문업체 팬톤은 2017년의 색으로 나뭇잎 빛의 ‘그리너리(Greenery)’를 선정했다. 자연, 싱그러움, 편안함을 상징하는 그리너리를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생동감을 주는 색으로 규정한 것이다. 덕분에 패션·뷰티업계를 비롯해 문구, 생활용품 전반에 초록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 메이크업 브랜드인 VDL은 ‘2017 VDL+팬톤 컬렉션’을 선보였고, 패션 브랜드인 MCM 역시 그리너리를 반영한 가방과 지갑을 새로 출시했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 또한 아늑한 객실에서의 1박,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그리너리 저칼로리 안주, 틴케이스 선인장 또는 다육이 1개 제공 등의 혜택을 포함한 ‘그리너리 스프링 패키지’를 3월부터 5월까지 서비스한다.
‘올해의 색’ 하면 단연 팬톤을 먼저 떠올리나, 화장품·페인트·인테리어업체 등이 개별적으로 올해의 색을 선정하는 예도 적지 않다. 일례로 친환경 페인트업체 벤자민무어페인트는 올해의 색으로 짙은 보라색 계열인 ‘섀도’를 선정했다. 국내 페인트업체 KCC는 대나무 색상의 ‘세이지 가든’을 올해 유행할 색으로 꼽았다. 올해의 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나 기업 등에서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매출 증대에 플러스로 작용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은정 전문기자​

조회수 : 1,946기사작성일 :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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