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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의 비밀, 기록에서 답을 찾다
기록작가 유귀훈의 똑 부러지는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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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일 년 내내 일기를 쓰는 이는 정작 많지 않다. 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때마다 자료를 모으지만 막상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전문가에게서 제대로 기록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노하우를 들어보자.

‘기록작가’라는 직업이 조금은 낯선데요
지난 30년간 사사(社史)를 20여 권 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부터 홍보 차원에서 사사 붐이 일었거든요. 그러다 야마이치증권의 사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일본 4대 증권사 중 하나였는데, 버블경제의 후유증으로 1997년 11월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직원 몇몇이 남아서 이듬해 『야마이치 백년사』를 완성했습니다. 회사는 사라졌는데 기록은 남은 겁니다. 그때부터 ‘홍보’가 아닌 ‘기록’의 관점으로 기업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과 CEO를 만나 작업을 하셨는데 안타까운 점은 없었나요?
전반적으로 국내기업은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잘 모으기만 합니다. 옛날에는 캐비닛, 요즘에는 컴퓨터로 바뀌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외국 기업들은 인풋(Input)이 아닌 아웃풋(Output)을 잘합니다. 자료를 보관·관리하기보다는 계속 만들어냅니다. 한 예로 애플의 사내 프로그램인 ‘애플대학(Apple Campus)’은 그동안 애플이 어떤 일을 했는지, 각종 규제 속에서 어떻게 진출에 성공했는지 집중적으로 사례를 연구하고 그 자료로 수업합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당면했던 문제의 해법에서 다시 배우는 거죠. 정답을 내부에서 찾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업사는 매우 훌륭한 교재인데 우리는 왜 이런 기록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할까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록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연관 지어 재창조하는 일입니다.

전문가로서 기록문화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요?
기록문화가 우수한 일본과 독일에는 세계적 장수기업이 많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정밀공업이 막강하지요.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정밀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품질안정화입니다. 그러려면 숙련된 작업자가 일하는 암묵지(暗黙知)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형식지(形式知)로 문서화되어야 합니다. 두 나라 모두 산업현장의 기록이 놀라울 정도로 치밀합니다. 또 기업은 반드시 사사를 만든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요. 기록은 중소기업이 장수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은 ‘자료’, ‘메모’를 바탕으로 하지만 개념을 혼동하기 쉬운데요. 전문가로서 이것들을 구분하는 잣대가 있나요?
‘자료’는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기업 내부의 보고서, 잡지, 신문, 책 등 넘치도록 많지요. 그중 필요한 정보를 끄집어내는 것이 ‘메모’입니다. 이를 조합하고 연결하는 것이 ‘기록’이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픽사(Pixar)의 사례를 들어 설명할게요. 이 회사는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하면 복도에 온통 스토리보드를 내겁니다. 직원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즉석에서 메모하고 스케치해서 이곳에 붙입니다. 그렇게 해서 몇억 달러 수익을 얻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합니다. 보드에 붙인 것이 ‘메모’이고 그러한 메모로 완성된 애니메이션이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록했을 때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나 장점은 무엇인가요?
모든 기업의 희망사항은 전문가 집단이 되는 것입니다. 메모하고 기록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됩니다. 임직원들이 각자 테마를 정해 업무별로 기록하면 어떨까요? 연표도 만들고, 연대기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소책자도 만들어보는 겁니다. 백지일 때 그림 그리기가 쉬운 것처럼 기록문화를 정착하는 데는 오히려 중소기업이 유리합니다. 대기업은 쓸데없는 자료도 50~60년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쌓아둔 채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기록을 다룬 『호암의 마지막 꿈』을 지난달에 출간하였습니다. CEO 입맛에 맞게 쓴 자서전도 전기도 아닙니다. 그가 받았던 수많은 보고서와 메모, 직접 기록하고 결정한 사항 등 사례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앞으로 모두 공유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읽히는 대중적 기업사를 써서 기록문화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유귀훈 작가의 기업사 기록 3단계

확대보기  FACT FINDING
기업사도 하나의 ‘역사’다. 그래서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아주 단편적인 사실 위주로 짧게 나열한 것으로, 기업 연표와 비슷하다. 시간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핵심이다.

 FACT TELLING
시간 순서대로 구성된 것은 연표와 비슷하지만 단편적이더라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그 과정이 담겨 있다. 나름의 시각을 바탕으로 짧게 요약해서 핵심만 간추린다.

 STORYTELLING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기록자의 생각이 담겨야 진정한 기록이 완성된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에 따라 역사적 순서를 달리하고 재배치해 글을 완성한다.

유귀훈 작가
기록은 ‘보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고 믿는 올곧은 기록작가다.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30년 동안 종근당, 삼성전자, 삼성SDI, 제일모직, 현대자동차, 포스코, 태창철강, 노루페인트 등의 기업사를 집필했다. 『유귀훈의 기록노트 1, 2』, 『종근당 스케치』, 『장수기업 입문서』, 『마라톤』, 『최신 사사 기획제작법』 등을 집필했다.

이계선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311기사작성일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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