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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영의 주요 전략, 기록
기록의 종류

혹자는 기업이 법률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경영 관련 주요사항을 기록하고 그 기록물을 보존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록이 증거적 가치, 역사적 가치, 행정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기록은 이제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 지속가능 경영이 화두인 시대에 중소기업일수록 역사를 돌아보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자 결과로서 기록을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록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주요 전략으로 부상한 지는 오래되었다. 192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기업사 연구가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했을 정도다. 기업의 다양한 기록은 정체성을 확립하고 고객과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며 기업의 홍보, 마케팅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 기록은 국가 또는 경쟁업체와 법적 분쟁에도 증빙자료로 제몫을 톡톡히 한다.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사명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고 그 기록을 얼마나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할지가 문제다. 그 과정과 결과가 곧 기업의 시간이자 역사이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록은 넓게 보면 설립을 고민하는 순간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설립 전부터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면 그 모든 것이 기록에 포함된다. 각종 서류부터 생산 문서, 도서, 도면, 대장, 카드, 시청각 자료, 전자문서 등 경영에 따른 모든 유형의 정보가 기록이 된다. 기업의 여러 기록물 중 특히 보편적으로 기업의 대내외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기능하는 것이 사보, 연구일지, 사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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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 전달하는 소통의 창 _____ 사보
기업이 기록을 고민하는 순간 가장 손쉽게 접근하고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사보다. 사보는 기업 구성원이나 가족, 고객 혹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펴내는 간행물을 통칭한다. 사내 소식을 전달하기 위한 정보지, 구성원 교양 증진이나 교육 자료로 기능하는 건 기본이다. 사보는 이미 제3의 저널리즘으로 불릴 정도로 기업 내 의사소통과 문화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인정받았다. 대외적으로는 고객에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마케팅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까지 한다. 기업 전체 이미지를 서서히 환기하며 잠재고객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간접적 활동을 담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보의 효시는 대개 1958년 당시 태평양(현 태평양화학)의 『화장계』로 본다. 몇 해 전 대한통운이 자사 전신인 조선운송주식회사에서 1937년 2월에 사보 『조운』을 발행했다고 알리며 우리나라 최초의 사보로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이 사보 발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무렵이다. 1960년 1월 당시 동양맥주가 창건한 『사보OB』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외보로 꼽힌다. 이후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성장과 함께 몸집을 키운 기업들은 대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고 대외적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보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기업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충분히 전달하고 구성원들의 감성과 열정을 반영한 사보는 기업의 소통창구로 기능하면서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장으로 충실히 역할하게 된다.

경쟁력의 시작점이자 결정체 _____ 연구일지
연구일지는 어떤 시점에서 연구 활동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증명하는 기록이다. 대개는 하루의 연구계획과 그 결과를 기록하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제3자가 확인한 서명이 존재한다. 이 연구일지가 하루하루 쌓이면 제품 및 기술개발이라는 결과물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연구일지는 기업 성장과 경쟁력의 시작점이자 결정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통주 제조업체인 양양민속도가 김광희 대표가 자사의 보물 1호로 주저 없이 ‘방대한 서류뭉치’(?)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대한 서류뭉치의 정체는 바로 양양민속도가의 토대가 되는 송이주 개발과정을 담은 연구개발 일지다. 그 안엔 수십 년 동안의 연구개발 과정과 결과, 노하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7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연구일지를 보관하고 있는 ㈜에이피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다.
연구일지가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연구개발의 진실성을 입증하고 독창적인 기술과 지식을 보관·전수하는 자료이자 법률적으로 권리를 획득해야 하는 순간, 바로 특허를 획득하거나 경쟁업체 등과 법적 분쟁을 다툴 경우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등에서 연구일지 작성 및 관리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연구일지에는 연구와 관련한 실험데이터와 결과 등만 기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연구결과를 지식재산권으로 등록하려면 학회 발표 자료나 논문 투고 내용, 필요에 따라서는 주고받은 메일 내용 등도 상세히 첨부해야 한다.

기업의 역사책 _____ 사사
사사는 기업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장과정을 기록해놓은 방대한 역사책이다. 일본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 역사를 찬찬히 기록한 사사야말로 기업의 입문서이자 경영지침이라고 여기며, 사사 발간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특히 사사를 장수기업으로 가는 필수 요소로 여긴다. 장수기업은 철학과 가치, 장인정신이 공고한 기업으로, 세월이 흐르더라도 기록으로 이 같은 철학과 풍토가 후대로 전해지고 외부에 알려지면서 더 번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수기업은 기업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다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사사 발간은 대개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미래 도약의 나침반으로 삼으려는 데서 출발한다. 단순히 기업 역사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과물로 삼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기업만의 독특한 개성과 문화를 담아 한 권뿐인 사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발간 기간도 다양하다. 10년, 20년, 30년 단위로 발간하는 기업이 대부분이긴 하나 짧게는 1년 단위로 발간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기업의 경우 기업의 100년을 사사 100권으로 보관한 예도 있다. 사사의 형식과 내용도 꾸준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대부분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화보를 넣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용도별로 혹은 주제별로 분권하거나 다큐멘터리식 구성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역사와 문화, 비전 등 무형의 가치를 담아내는 기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은정 전문기자

조회수 : 2,791기사작성일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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