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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가업승계는 절세 아닌 장기 프로세스에 초점 맞춰야
전문가 조언 ㈜에프비솔루션즈 김선화 대표컨설턴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장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족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에프비솔루션즈 김선화 대표컨설턴트는 “이 원리가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김 컨설턴트는 국내 최초로 가업승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가족기업협회(FFI) 정회원이자 FFI 아시아서클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을 출간하는 등 가업승계에 대한 연구와 강의, 컨설팅으로 바쁜 그가 장수기업을 위한 승계전략으로 왜 「안나 카레니나」의 구절을 인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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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기업이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더 높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장수기업이 적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예부터 공상(工商)을 천대하다 보니 공부를 권하는 분위기였고, 기업들의 본격적인 창업 시기 역시 1970년대, 1980년대 이후로 늦습니다. 대기업 외에 중소·중견기업은 이제 첫 번째 승계를 맞이합니다. 100년 기업이 나오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죠.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가업승계 성공률은 불과 30% 정도입니다. 2세대에서 3세대는 12%, 3세대에서 4세대는 3%로 더 떨어지죠. 해외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국내외 기업의 80~90%가 가족기업입니다. 미국에선 500대 기업의 3분의 1이 가족기업이고, 5대째 승계기업도 많습니다. 우리는 가족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이들의 성과(부가가치와 고용창출)와 수명이 더 좋고 길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습니다. 오너는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장기투자를 하지만, 전문경영인은 임기 이후를 투자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이미 몇 대를 먹고 살 만큼 돈 있는 그들이 욕을 먹어가며 가업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대에서 망할 수 없다는 명예 때문이에요. 물론 탈세, 갑질, 불법적인 지배구조 등 문제도 많습니다. 다만 좋은 것은 끌고 가고 나쁜 것은 개선해야 하는데,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됩니다.

경영철학이나 이념 ‘명문화’
지속성장을 위해 창업자들이 고려해야 할 점들은 무엇입니까?

창업정신 및 핵심가치와 가족화합 및 스튜어드십을 계승해야 합니다. 스튜어드십이란 청지기 정신이에요. 청지기란 내가 받은 것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중간자라는 뜻이에요. 가족 간에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유권에 대한 책임과 의무규정을 세우고, 경영자원을 핵심 사업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직원을 존중하고 지역사회에서 공헌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반면에 가족갈등 및 상속 분쟁, 후계자의 능력 부족, 세대 간의 의사소통 장애, 오너의 독단적 경영, 원칙 없는 가족참여, 승계 무계획이 실패 요인으로 꼽힙니다. 성공하는 기업은 위의 것을 모두 실천해야하는 반면, 실패하는 기업은 실패요인 중 하나만 나타나도 망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는 기업은 모두 닮았지만, 실패하는 기업은 각기 다른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대개 30년 이상 살아남았다는 것은 규모와 상관없이 성공한 겁니다. 대부분 좋은 경영철학이나 이념을 잘 지켜왔기 때문인데, 이를 명문화해야 합니다. 왜 기업을 시작했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요. 또 기업문화로 형성될 때까지 700번 반복하라고 해요. 창업자의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은 필수고요.
다음은 미리 승계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바빠도 틈을 내서 해외전시회 갈 때 데리고 가고, 비행기 안에서 보람이나 애로점을 나누는 겁니다. 학생 때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교감한 자녀들은 거부감 없이 승계할 가능성이 큽니다. 장성한 자녀라면 임원이 되기 전까지 최소 5~10년, 대표가 되기 전까지 15년 정도 훈련시키라고 권합니다. 관련 비즈니스 전방이나 후방 기업들에 입사해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승계계획에 자녀 동참 필수
확대보기 ㈜에프비솔루션즈 김선화 대표컨설턴트는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을 출간하는 등 가업승계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창업이념을 지키기엔 기업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합니다.
철학과 이념은 지키되 나머지는 계속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으려 해서 대부분 망하는 겁니다. 세금 없이 물려줘도 자녀가 능력이 있어서 변화한다면 모르지만, 살아남기 힘듭니다. 다만 불가피하게 업종을 바꿔야 한다면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바꿔야죠. 가족분쟁도 예방해야 합니다. 대부분 아버지가 혼자 계획을 세우는데,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없어지면 지켜지나요? 과정이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족을 참여시켜야 합니다. 거기에 맞는 소유권 보존방법과 절세방안을 찾는 게 마지막 절차입니다.

기업 매각이나 전문경영인 도입과 같은 방법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요?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M&A가 될 확률이 적습니다. 판다면 살 사람 관점으로 제일 좋을 때 팔아야 제값을 받습니다. 또 가족들이 오너십만 가지는 지배구조를 만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창업자들의 착각 중 하나가 직원에게 기업을 물려준다는 생각인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너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체제라면 자녀에게 승계해도 됩니다. 이 정도로 똘똘한 직원들은 보통 자기 사업을 할 뿐더러, 부채가 많은 기업에서 이런 리스크까지 모두 껴안고 직원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모든 의사결정 다 하는 ‘창업자 함정’ 경계
창업자가 승계자와의 관계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창업자들은 실패를 무능하다고 여기며 자녀의 의사결정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시키는 것만 하니 자녀에겐 기업가 정신이 생기지 않는 거죠. 어떤 분은 연간 10억 원 하던 매출이 승계 후 첫해에 3억이 줄었는데, 경영 수업료라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지불할 거라면 내가 살아있을 때 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자녀는 기업가 정신이 생겨요. 모든 의사결정을 창업자가 다 해서 사후에 폭삭 가라앉는 창업자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승계자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요?
승계자는 조급하게 변화하려 들지 말아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부모님을 존중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사장 자녀로 행동하면 안 되는 거죠. 주변 사람들은 당장의 성과보다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는지, 어떻게 권위를 쌓는지 그 과정을 봅니다. 급하게 성과를 보여주려 하면 부모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겁니다.

최윤경 전문기자 사진 손철희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131기사작성일 :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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