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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밖으로! 경계 밖으로! 행군하라
오픈 이노베이션, 왜?

고장난명(孤掌難鳴).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산업계에서도 화두다. 급박하게 바뀌는 산업 환경으로 인해 기업의 내부 자원과 역량만으로 성장하는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금 경영계는 기업 규모, 업종, 분야를 불문하고 외부와 합종연횡하는 개방형 혁신 바람이 거세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이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이다.

확대보기오픈 이노베이션 일러스트

왜 지금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목하는가?
기업이든 사람이든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천하의 히트 제품도, 철옹성 같은 대기업도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면 한순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한 예로, BMW는 얼마 전에 치열한 경쟁 상대인 도요타와 손을 맞잡았다.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외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경계를 넘나들며 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란 기업의 내부 자원뿐만 아니라 외부 자원까지 함께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방형 혁신 이론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2003년에 처음 선보인 것으로, 기존의 ‘아웃소싱(Outsourcing)’이나 ‘폐쇄형 혁신’과는 다르다. 아웃소싱은 한쪽 방향으로 역량을 이동시키고,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은 기업 내부의 R&D 활동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기업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다른 기업, 전문가, 연구소, 소비자 등과 함께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혁신의 동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미 2003년에 발표된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로 R&D 중심으로만 적용되다가 최근에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예측할 수 없는 급속한 산업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소비자와 시장은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하고 빠르고, 다양한 것을 요구하는데, 한 기업이 가진 역량으로 이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역량도 문제려니와 대응해야 할 전략도 워낙 변화무쌍하고, 비즈니스의 범위도 예전보다 점점 더 깊고 넓어져 단일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서로 합종연횡하며 오픈 생태계를 갖추는 전략이 급속한 변화 시대의 솔루션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오게 마련이라는 말이 산업계에도 적용된 셈이다.
또 인터넷의 발전과 융합 인프라 보급도 오픈 이노베이션 열풍을 불러온 배경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려면 기업 외부의 아이디어나 노하우, 경험 등을 쉽고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적 환경과 네트워크가 과거에 비해 체계적이고 시스템화되었다. 그만큼 오픈 이노베이션을 효과적으로 편리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계 넘나들수록 혁신 동력과 성과 높아
오픈 이노베이션의 강점은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폐쇄형 혁신이나 아웃소싱보다 효율적인 혁신 전략으로 꼽히는 것도 이 같은 무(無)경계 덕분이다. 산업 간, 업종 간, 기업 규모 간의 장벽이 없으므로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외연이 넓어지고 그만큼 혁신 기회도 확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원을 활용하지만 서로 독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기간과 비용 부담을 덜면서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글로벌 완구기업 레고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활용해 부활에 성공했다. 회사 내 소속 디자이너 외에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의 아마추어 디자이너 12만 명을 확보하는가 하면, PC와 연결해 사용자 마음대로 프로그래밍하는 로봇 소프트웨어 ‘마인드스톰’을 오픈 소스화하는 등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2004년 이후 10년간 매출이 기존 대비 5배나 뛰는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기업 P&G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주가가 반 토막이 나자 외부 아이디어 활용 비율을 4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기업 경쟁력과 수익에 도움이 되면 외부 역량도 수용하는 전략이다. P&G의 대표 제품이었던 ‘프링글스’도 기업 내부가 아니라 한 대학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경계를 허무는 전략이 ‘곡선 모양의 감자칩’이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 결과 매출 상승은 물론 생산성도 60%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특정 범위나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우선 협력 대상이 과거에는 연구소 등 전문기관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에는 기업, 일반 소비자, 개인, 집단지성 등으로 폭넓어졌고, 기업 간 규모도 대기업끼리, 중소기업끼리가 아닌 대기업, 스타트업, 중소기업 구분 없이 다양해졌다.
나라 간, 업종 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식품기업이 바이오 기업과, 국내 의류기업이 유럽의 IT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가령 현대자동차가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 중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 바이두, 이스라엘 스타트업 옵시스 등과 각각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올해 들어 더욱 활발해졌으며, 갈수록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계를 넘나들수록 혁신 동력이 커지고 성과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뒷받침되어야
오픈 이노베이션 유형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공동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하다. 콘텐츠나 아이템만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으며, 콘텐츠와 플랫폼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트업 투자나 M&A를 통한 협력, 사내 벤처 지원,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상생 협력 펀드 조성 등의 확장된 개방형 혁신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추세다. 카카오가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개발한 스타트업 록앤올을 M&A 협력을 통해 ‘카카오내비’로 발전시킨 것이나, 삼성전자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외부로 확대해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구글 안드로이드도 벤처기업 ‘안드로이드’가 개발한 것을 구글이 M&A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과 결합해 지금의 개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 전략이 그렇듯, 오픈 이노베이션 역시 자원이 한정적인 중소기업에는 걸림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어도 마땅한 파트너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믿을 만한 가치와 역량을 확보한 파트너를 만나지 못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성과 창출은커녕 자칫하면 기술과 정보 유출까지 초래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검증된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탄탄한 네트워크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미경 전문기자

조회수 : 4,037기사작성일 :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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