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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의 전쟁, 첨단기술이 떴다
위조기술 vs 감별기술

확대보기자물쇠

기업 생존 위협하는 짝퉁
‘짝퉁’은 이제 더 이상 명품 브랜드나 대기업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K-팝,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산 제품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중소 제조사들도 위·변조 제품으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난해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허청의 상표권 특별사법경찰관이 지난 7년간 적발한 짝퉁 제품이 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화장품, 의약품, 건강식품, 의류, 담배와 술, 완구류,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피해 업종도 다양하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중국산 짝퉁으로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는 피해액이 연간 8조 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금전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위·변조 제품은 수출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설사 짝퉁 제품이 발견되어 국제소송을 하더라도 판결이 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판결이 난 후에도 한번 실추된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의약품과 건강식품의 경우 제조사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지만, 자칫 위·변조 제품이 유통될 경우 소비자의 건강과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완성품뿐 아니라 짝퉁 자동차 부품이나 휴대전화 부품도 문제다. 짝퉁 부품이 버젓이 순정 부품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과거에는 비교적 단순한 부품인 필터나 베어링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에어백 등 거의 모든 부품이 복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폰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통되고 있는 휴대전화 부품의 19%가 짝퉁이라는 보고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중소 화장품 제조사와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K-뷰티의 인기와 함께 중국과 동남아에서 짝퉁 화장품이 범람해 많은 국산 브랜드가 피해를 입고 있다. 과거에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들이 주로 피해를 봤지만, 지금은 그 대상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됐다. 인지도 확보가 시급한 중소 화장품 제조사의 경우, 인지도를 쌓기도 전에 짝퉁 제품이 나오는 바람에 현지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국제소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진화하는 위조기술, 홀로그램도 QR코드도 뚫렸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변조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던 기업들은 지금까지 홀로그램을 이용한 정품 스티커나 QR코드를 이용한 정품인증 방법을 도입해왔다. 홀로그램은 레이저 광원에서 나온 빛의 간섭을 이용해 위조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정품의 경우 제품을 기울이면 홀로그램의 색이 변하는 반면, 위조품은 아무 변화가 없다. QR코드도 바코드보다 진일보한 위·변조 방지기술로 꼽힌다. 최대 20여 자의 숫자 정보만 넣을 수 있는 바코드와 달리 QR코드는 가로와 세로를 모두 활용해 최대 7,089자의 숫자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복제기술이 발달하면서 홀로그램이나 QR코드 자체를 쉽게 위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얼마 전 국산 마유크림의 짝퉁 제품을 중국에서 유통시킨 일당이 적발됐는데, 이들은 계약이 만료된 진품 케이스 제조업체를 찾아가 가짜 제품을 넣을 케이스 제조를 의뢰했다. 이뿐 아니라 짝퉁 방지를 위해 개발된 홀로그램까지 감쪽같이 위조했다. 한때 ‘짝퉁 감별사’로 불렸던 QR코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병행수입물품 통관 표지의 QR코드 진품 검사율이 0.007%에 불과하다는 감사원의 발표에 따라 관세청은 QR코드 운영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짝퉁 꼼짝 마! 첨단기술 나선다
상표 위·변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각국의 보안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정교해지는 위·변조 기술에 맞서기 위해 기업들은 특히 나노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자석을 이용한 나노브릭의 ‘엠태그’와 나노메카의 ‘위조 방지용 필름’은 모두 나노기술 기반의 극미세 가공기술을 활용한 기술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자석으로 위조 여부를 간단히 확인하는 라벨 ‘엠태그(M-Tag)’는 나노 신소재에 자성이 영향을 미치면 배열이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자기장에 의해 색이 변하는 소재로 만들었는데,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라벨 1개에 균일한 크기의 미세 나노입자 수천만 개가 코팅돼 있다. 엠태그는 현재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나노메카의 위·변조 방지 필름도 최근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노메카는 제품 표면에 일반 레이저광이나 빛을 조사해 투과되거나 반사되는 빛이 특정 이미지를 나타내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노기술을 넘어 양자 단위로 위·변조를 막는 기술도 개발됐다. 영국 랭커스터대학 연구진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물질로 만든 위·변조 방지용 태그를 개발했다. 원자의 배열에 따라 방출되는 빛의 신호가 다르다는 데 착안한 기술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 신호를 캡처해 숫자 시퀀스로 변환함으로써 진위 여부를 간단히 확인한다. 태그가 원자 두께밖에 안 되기 때문에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초미세 패턴을 이용한 암호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보증서 위조를 막기 위해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가는 선으로 암호화 무늬를 새기는 기술을 선보였다. 레이저빔의 간섭을 이용해서 보는 각도에 따라 패턴의 형태가 다르게 보이는 홀로그램의 장점까지 갖춰 기존의 QR코드보다 100배 정도 정교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스타트업인 스트라티오가 개발한 휴대용 분광기 ‘링크스퀘어(LinkSquare) SDK’도 주목할 만한 제품이다. 손바닥만 한 휴대용 분광기가 물질의 성분을 분석해 카메라와 연결된 스마트폰 화면에 그대로 보여주고 판별하는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약품뿐만 아니라 음식물과 화폐까지 진품과 가품을 구별해준다.
이외에도 필름에 입김을 불면 숨겨진 정품인증 이미지의 색상이 변해 진품과 가품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는 기술, 눈에 보이지 않는 특수 광학잉크를 사용해 스마트폰 앱으로 정품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 3D 나노패턴 문자와 이미지를 숨기는 기술 등 위·변조 방지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 특히 최근에는 문서나 데이터 위·변조 방지기술의 차세대 주자로 블록체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블록’이라는 소규모 데이터를 체인 형태로 순차적으로 연결하고, 다수 참가자의 합의와 분산 저장을 통해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이미 블록체인을 이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유언장 서비스가 나온 상태로, 지난 3월 행정안전부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전자정부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조기술과 위조 방지기술. 쫓고 쫓기는 이들 사이의 ‘기술’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임숙경 전문기자

조회수 : 2,555기사작성일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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