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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과 도시청년의 삶기술을 연결하다
자이엔트 _ 삶기술학교

확대보기삶기술학교 참가자들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삶기술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

주말이면 조용해졌던 천안아산, 왁자지껄 파티가 열리다

전 세계에 통하는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글로벌 개미가 되겠다는 자이엔트(GIANT, 대표 김정혁)는 천안아산에서 시작됐다. 창업 1년 전인 2012년, 대학생 문화기획단인 ‘덕클라우드’라는 동아리를 만들면서부터다.
“천안아산 지역에 13개의 대학이 있고, 약 14만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어요. 그런데 주말만 되면 모두 서울로 가는 거예요. 여기도 놀 수 있는 문화자원이 풍부한데 그걸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럼 우리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문화기획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덕클라우드를 시작했습니다.”
덕클라우드는 ‘캠퍼스 개더링’이라는 소셜 파티를 기획했고, 인근 대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평일에는 약 800명, 주말에는 약 1,000명의 학생들이 평소 같으면 잘 찾아오지 않을 곳에 위치한 파티 장소를 찾아 모여들었다. 학생의 시선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획을 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김정혁 대표는 문화산업과 문화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정보의 불균형에 의한 문화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한 그는 이러한 문제를 IT기술과 접목하면 솔루션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ICT를 융합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자이엔트를 창업했다. 무엇보다 문화적 자산이 충분한 충청남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이엔트의 첫 비즈니스 모델은 O2O서비스로, 소셜 티켓팅 앱인 ‘지벤트(GVNT)’였다. 지벤트는 문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누구나 정보를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자이엔트의 또 다른 사업은 지역특화문화 콘텐츠 기획 및 컨설팅이었다. 지역의 스토리를 발굴해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것으로, 충남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기획했다. 그렇게 자이엔트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산시를 상징하는 수리부엉이를 살려내며 ‘아울페스티발’과 천안의 독립문화예술제인 ‘인펜’을 탄생시켰다.

확대보기회의중인 자이엔트 팀원들경영본부가 있는 천안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자이엔트 팀원들

청년 성장 코칭 프로그램 ‘삶기술학교’

자이엔트에게 2019년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삶기술학교’가 있다. 그동안 축제나 행사와 같은 일회성 이벤트를 진행하며 허탈감을 느꼈다는 김 대표는 지속가능하면서도 사회에 필요한 솔루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에 삶기술학교를 공모한 자이언트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를 열었다. 이는 ‘지방 재생’, ‘인구 소멸’과 같은 지역 사회의 문제와 도시의 ‘청년 문제’를 자이엔트만의 방식으로 제안한 것이다.
“삶기술학교는 지역사회 큐레이션 서비스로, 지역주민들이 가진 삶기술과 도시청년이 가진 삶기술을 교환하며 자립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는 주민과 청년들 중간에서 서로 신뢰를 형성하면서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큐레이팅하는 거죠. 그 속에서 구성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업과 창직이 이뤄집니다. 실제로 소곡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빵을 만든 친구도 있고, 한산모시를 가지고 패션 상품을 만든 친구도 있습니다.”
현재 삶기술학교는 한산캠퍼스를 시작으로 올해 9월 서천군 판교면에 판교캠퍼스를 오픈했다. 이곳에 입학한 청년들은 건축하며 한달살기, 글 쓰며 한달살기, 예술하며 한달살기 등 10가지 테마로 구성된 한달살기 프로그램에 먼저 참여한 후, 이곳에서의 삶이 마음에 든다면 3개월 정규과정으로 전환해 교육을 받고, 자신만의 삶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비용을 제공받는다.
김 대표는 삶기술학교가 대한민국 청년들의 성장 코칭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자이엔트의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에 입학한 참가자 93명 중 47명이 이곳 한산면에 정착했으며, 23명은 아예 주소지를 이곳으로 옮겼다. 인구 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서천군의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확대보기김정혁 대표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김정혁 대표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의 아지트를 꿈꾸다

8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늘 좋은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삶기술학교’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난 시간 동안 자이엔트가 경험하고 쌓아온 노하우 덕분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IT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지속했기에 새로운 상황들을 맞이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저희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동안 고집스럽게 지역 안에서 활동한 것이 저희만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충남의 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자이엔트의 또 다른 목표는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을의 유휴공간이나 폐가를 활용한 마을호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폐업한 서광장여관을 리모델링해 청년 주거공간이자 관광객을 위한 숙박업소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한산향교인 유림회관을 청년들을 위한 언택트 센터로 오픈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산면의 전통산업 중 하나인 ‘소곡주’를 새롭게 브랜딩해 유통사업을 혁신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전통주 마케팅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자이엔트가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곡주에 대한 AI 학습용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삶기술학교가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들이 방문할 수 있는 글로벌 노마드 타운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하정희 기자, 사진 김성헌 기자

조회수 : 2,576기사작성일 :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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