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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인간의 욕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 것인가?
뉴 노멀 시대의 트렌드 읽기 _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흔들었다. 변화는 급격했고, 거의 강제적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것들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커져왔던 욕망이 감염병이라는 재앙 앞에서 재빠르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일 뿐이다. 그 단서를 미리 관찰하고 있던 기업은 대중의 욕망을 빠르게 이해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코로나19의 경험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년 넘게 데이터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읽고 해석해온 그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니 기업은 이제부터라도 대중의 욕망을 관찰하고, 그 욕망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사유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부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회사 내부 어디에도 그의 자리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힌트를 얻어야 한다.

확대보기송길영 부사장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일상적인 기록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셔츠 소매 깃에 ‘Mining Minds’를 새겨 넣은 그는 자신의 이해와 해석을 전달하기 위해 강연을 하고 글을 쓰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생각의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변화나 트렌드를 찾아내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280억 건의 데이터를 모아왔는데, 모두 일상적인 기록들이다. 소셜 미디어의 글이나 뉴스 댓글 같은 것들이다. 20년 치 데이터가 쌓이면 중요한 개념어나 표현어가 보이고, 그것들의 흥망성쇠까지 보인다.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또는 특정 국가 사람들의 생각의 합의점과 변화의 지점을 알 수 있다.

얼마나 오래 관찰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나?
의미를 알고자 하는 것의 층위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한 키워드의 상승과 하강은 2∼3년의 데이터로도 가능하다. 그런데 트렌드라면 3∼5년은 봐야 한다. 문화로 가려면 30년 이상 필요하고. 어떤 현상이 문화와 관습이 되려면 긴 시간이 요구된다. 가령 ‘혼밥’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10년도 채 안 됐다. 이것을 ‘분화하는 사회로의 진화’로 본다면 오래전부터 벌어졌던 일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980년에 2.82였다가 1983년에 2.06으로 떨어졌다. 사회가 훨씬 더 잘게 쪼개진 것에 대한 출발점을 이 데이터에서 읽을 수 있다. 데이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걸 종합적으로 바라보면 사회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와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
데이터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런데 필수조건인 것은 맞다. 내가 읽은 댓글이 소수 의견을 담은 것일 수도 있고, 읽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그 기사를 쓴 사람의 의지나 의도에 따라 댓글이 유도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는 개인의 경험치 중에서 작은 우연에 불과하다. 이것을 하나의 수직층으로 모아서 보고, 더 나아가 시계열로 연결해서 2D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간 축으로만 보면 그 시간대에 나타난 현상인데,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 그것까지 관찰해야 한다. 그러려면 툴이 있어야 한다. 그게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툴을 통해 나온 현상을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만 데이터가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해석하는 사람의 통찰의 깊이, 지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강제화된 수용,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올 한해는 코로나19 이슈가 너무 강력했다. 기자로서 다양한 이슈의 기사를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해였는데,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에게는 어땠나?
나도 굉장히 비슷하다. 충격이 컸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이 개인적으로도, 일로도 왔다. 내 기고 글을 보면 예전에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얘기했다. 그런데 올해 기고한 글은 코로나19 관련 이슈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당연한 얘기다. 내 삶도 바뀌었으니까. 전체 그룹사의 전략을 전부 바꾸겠다는 회사도 있었다.

과감한 전략의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변화가 급격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분석 시스템이 통상 1만2,000∼1만7,000건의 개념어를 보는데, 변화를 보이는 것은 기껏해야 700∼800개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2,000개가 넘는다. 다른 의미로 쓰였거나 주목도가 높아진 키워드가 예년의 3배 이상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우리 모두가 했다. 이건 굉장히 소중하다. 혁신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수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혁신이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부장’도 재택근무를 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썼다. 강제로. 더구나 그 경험치의 범주가 글로벌했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모두 같은 경험을 했다. 동시에 합의할 수 있는 기저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의 수용성이라는 것은 내재된 욕망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은 거대한 집단의 합의로 움직인다. 뛰어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수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용이 강제화됐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지속성에 의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요즘 기업에서 강연을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언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이다. 단언컨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래 변화라는 것이 그렇다. 비가역적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생각보다 수혜자가 많다. 해외 출장을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는 1시간 미팅을 위해 이틀을 써야 했다. 기업에서도 상당한 금액의 출장비를 들여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비대면이라는 것이 기존에 없었던 게 아니다. 스카이프가 나온 지 20년 됐다. 그러면 왜 안 썼을까? ‘김부장’ 때문이다.(일동 웃음) 그가 혁신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관행이나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는데, 코로나19로 그런 금기가 단번에 깨진 것이다.

확대보기송길영 부사장

이미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던 일,
나만 몰랐다면
주도권과 차별성을 놓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거나, 예상했던 일이 안 일어나지는 않았나?
갑자기 나타난 것은 없다. 추세로는 이미 있었던 일이다. 코로나19로 가정 간편식(HMR) 시장과 배달 시장이 폭증했다. 그렇다고 해서 없었던 게 나온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이미 4∼5년째 유망 기업이었고, 코로나19로 하던 일의 범주가 더 넓어졌을 뿐이다. ‘혼밥’의 경우 우리 데이터에서는 이미 2013년에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왔다. 지금은 ‘혼’이 붙는 단어가 65개나 된다. 자기 습관을 안 버린 사람에게만 처음 생긴 일이다. 가장 무서운 건 나만 몰랐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못하게 된 것 같은 기존에 예상하지 못했던 제약도 많았다.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컨퍼런스, 해외 개인투어 등에서는 제한이 있었다. 이런 제한은 비대면 산업의 촉발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건 말초의 일이다. 근원적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왜 갈까? 여유로운 삶, 주도하는 삶을 원해서다. 이유가 그거라면 집에서 그만큼 여유롭게 보내면 된다. 표출하는 방식이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을 뿐, 사람의 근원적인 욕망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욕망을 어떤 층위에서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로 들린다.
그냥 ‘행위’로 보는 순간 수많은 카피캣이 나온다. 이렇게 접근하면 결국 이전투구가 된다. 욕망을 층위로 봐야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행위는 그냥 대상물에 대한 탐닉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를 선호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얘기가 달라진다.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위상과 공간이라는 층위로 넘어간다. 더 나아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한다면, 내 삶의 주도권과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얘기로 넘어간다. 커피라는 사회문화적 형태의 합의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의 움직임, 우리 사회의 공감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넓고 의미 있는 층위를 볼 수 있고, 그것을 볼 수 있다면 기업의 비즈니스 옵션도 많아진다.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방식을 흉내라도 내고 싶어 한다. 가능할까?
많은 기업이 그러길 희망한다. 실제로 사회현상에 대한 근원적 탐색을 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이건 아주 슬픈얘기다. 기술의 차별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더 나은 수준의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축복을 주었지만, 공급자에게는 재앙처럼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기회를 빼앗았다. 그러다 보니 기술이 살갑게 우리의 삶을 가다듬고 있는지, 기업이 주장하는 철학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철학을 도외시하는 순간 기업은 ‘기능’, ‘도구’로 격하된다. 그 제품이 사회에 이롭기 때문에 만드는 것과,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깊이에서 갈린다. 더 나은 방향과 더 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욕망의 어떤 층위를 보느냐에 따라
기회는 달라진다

기업에서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답을 원하지 않나?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 트렌드를 제시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 트렌드를 놓고 기업이 어떤 형태의 일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지금의 중소기업은 마케팅 컴퍼니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 1차 협력업체, 2차 협력업체의 위치를 차지하고 원청에서 준 스펙에 맞춰 단가 싸움을 했다. 지금은 다르다. 하청을 할지언정 원청자 고객의 니즈까지 바라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대중을 보기 시작했다. 대중이 바라보는 눈높이에 맞는 식견을 가지려면 그만큼의 눈높이를 가진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인재를 모셔오려면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건 당위다.

기업 경영의 과정은 곧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감(感)에 의존하는 경우와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 어떻게 달라지나?
구글 내부의 10가지 황금률(golden rules) 중 아홉 번째가 ‘데이터가 판단을 이끈다(data drive decisions)’이다.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여달라는 구글의 철학이다. 제품의 패키지를 빨간색으로 하겠다고 할 때에는 ‘파란색보다 빨간색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도가 높다’거나 ‘우리 제품의 철학과 빨간색이 잘 맞는다’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냥’, ‘제 의견은’이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대개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의견을 내고, 그것을 전문성이라고 오해한다.

최고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작은 성공을 하고 거기에서 용기를 얻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전에는 신제품을 기획하면서 작년에 무엇을 만들었는지 참고했다면, 이제는 출간된 트렌드 관련 서적을 한번 읽어보는 거다. 그중에서 하나 골라서 비즈니스에 접목해봐도 좋다. 이왕 하는 김에 그 분야 유명 교수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쉬는 시간에 질문을 하면 더 좋고. 이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진다. 그러다가 교수의 제자를 직원으로 뽑을 수도 있다. 내부의 자신감을 키워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는 거다. 그러다가 휴일에 내가 왜 살고 있는지, 우리 공동체에서 나의 사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만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다. 그러면 생각이 커진다. 이왕 생각하는 김에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역사가 만들어졌는지, 책을 통해 공부해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내가 사는 삶의 근원적인 형성 원리를 알게 된다.
숲에선 나무가 안 보인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회사 안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는 충분히 만났으니 밖으로 나가보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상의하고, 학계 관계자를 만나고, 젊은이들과도 소통해보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시각이 다양해진다.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자동화, 개인화, 장수명화다. 첫 번째 자동화에 대해서는 이미 사람들의 니즈가 많다. 다른 사람을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예절을 챙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들이다. 심지어 전화로 주문할 때 미리 대사를 적어놓는 이들도 있다. 전화를 하면 긴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2016년부터 ‘전화공포증’이라는 키워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배달 앱 시장이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경험한 바 있다. 20대, 30대 직원들과 회의가 잡혀 있었는데, 30대 직원이 늦어서 20대 직원에게 연락해보라고 하니 문자를 보냈다고 하더라. 여러 차례 묻다가 결국 전화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문자 보냈다고요!”라고 하더라. 전화는 무례하다고 생각한 거다.

그들 사이에서는 문자 통보가 업무에 통용된다는 얘긴가?
그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금 그렇다.

아, 나 역시 꼰대였던 거다.(웃음)
‘김부장’이 금요일 밤에 전화하면 어떤가? 심장이 쿵하지 않나? 갑자기 전화를 받으면 떨린다. 그런 일을 자행하라고 내가 시킨 것이다. 자동화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의 문제다. 코로나19가 그것을 가속화했을 뿐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 사회가 비대면 1인 사회로 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을 떠나서 각자 개별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거주 방식, 교류 방식 등 많은 것이 바뀐다. 여기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세 번째로는 길어진 수명이다. 예전에는 50대에 은퇴하고 70대가 되면 인생을 정리했다. 그런데 지금은 90세까지도 현역이라고 한다. 기업은 이들을 어떤 대상으로 인지할 것인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나게 많다. 준비하면 전부가 기회이고,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가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인의 놀라운 적응 속도가 입증됐다. 전 국민이 QR코드를 찍어서 보여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슈퍼스마트하다. 그러니 기업은 소비자를 믿고 자신이 읽은 욕망을 비즈니스로 펼치면 된다.

임숙경 기자, 사진 김윤해 기자

조회수 : 3,006기사작성일 :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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