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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농업 스마트화의 답을 찾다
스마프

관심과 애정은 창조적인 비즈니스를 낳는다. 전자공학과 출신의 청년은 직장에서 버섯 재배 원격제어 연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농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귀농을 하여 직접 농사를 지어본 후 농업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게 무엇인지를 알고 노지농업 스마트화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스마프 창업자 채한별 대표의 얘기다. 스마프는 태국 현지 농장에 ‘스마트 노지 관리 시스템’을 공급한 K-농업 스타트업이다.

확대보기정밀 관수장비

노지농업 선진화에 주목

스마프(대표 채한별)는 해외 시장에서 스마트농업의 성공 가능성을 경험한 몇 안 되는 K-농업 선도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팜이나 식물공장과는 엄격히 다른 갈래를 개척했다. 노지농업 관리 스마트 솔루션이다. ‘노지재배’란 말 그대로 땅 위에서 비바람 맞고 병충해와 싸워가며 자연과 상생하는 기존의 농업 방식을 말한다. 교외로 나가면 대량의 쌀이나 보리, 콩, 고추 등 전통 작물 재배가 아닌 이상 비닐하우스 단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요즘의 농촌 풍경. 그러니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채한별 대표가 키워온 노지 스마트농업에 대한 열정을 들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는 농촌 출신이 아니라서 성장 환경도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대학생 시절 미국 파머스마켓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농산물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느낀 정도였죠.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인 공기업 퇴사 후 산림버섯연구센터의 원격 재배사 제어 연구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농업의 매력에 빠져 귀농했습니다.”
스마프 창업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충북 옥천에 땅을 구해 버섯농장을 운영했다. 전공지식을 살려 IoT를 접목하고 생산성을 늘려보려고 노력하던 중에 스마트팜을 꾸며봤지만, 역시 노동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6차산업은 생산 활동을 바탕에 두지 않으면 리소스의 분산만 가져왔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병행했던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결코 공유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 만난 한 사람과 스마트팜 회사를 공동 창업했지만 상대 대표는 도시농업을 하고 싶어 했을 뿐 생업으로서의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창업한 회사가 스마프였다. 농업 현장, 유통, 관련 기술 등을 두루 체험한 몇 년간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식량안보 문제와 스마트 노지 관리 솔루션의 필요성을 깨달았던 것.
채 대표는 스마트팜에서 ‘스마트’보다는 ‘팜(농장)’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식물공장이 주축을 이룬 스마트팜은 한계가 보였기 때문이다. 토마토, 허브, 참외, 딸기 등 엽채류나 가능할 뿐 대량 생산 농작물이나 과수 재배에는 노지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가 노지 관리 솔루션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확대보기채한별 대표 / 정밀 관수장비1_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노지 관리 솔루션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채한별 대표
2_ 현지 농장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밀 관수장비

관수·관비 해외 시장을 열다

노지재배는 물(관수), 거름이나 비료(관비), 병충해,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로 현실화된 기후변화는 관수, 관비, 병충해 문제를 불러오면서 농작물 재배 및 수확을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멸종되는 작물이 늘어나고 있고 냉해, 폭우, 고온 등의 영향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스마프는 대전에 본사를 두고 현장팀들은 노지농업 현장 데이터 확보에 주력했고, 연구소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다양한 정부 개발 과제를 진행하면서 농업 관련 기술 축적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선보이게 된 것이 IoT에 기반한 농장 관리 시스템, 즉 ‘노지재배 특화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대량재배를 통해 식품가공용으로 사용되는 품종의 상품성을 향상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2018년 SK텔레콤, 제과회사 오리온과 손잡고 오리온 감자 계약재배 농가에 ‘스마트 관수관비(물·비료 제공) 솔루션’을 공급했다. 스마프는 솔루션 구축과 최적의 알고리즘 개발을 맡았다. 그리고 오리온은 계약재배 농가 선정과 재배기술 자문을 지원했다.
당시 스마프의 기술 포커스는 노지에서 작동하는 펌프와 밸브, 토지의 형질을 분석하고 물과 비료를 흡수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센서 개발이었다. 개발에 앞서 작물 종류에 따라, 토양에 따라 물과 비료가 스며드는 정도를 측정해 데이터화했다. 물과 비료를 제대로 주려면 토양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 순서다. 펌프는 별도의 전력 공급이 없어도 혹독한 환경에서 가동될 수 있게 개발했다. 통신시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력 장거리 통신 시스템인 IoT 전용망 ‘로라(LoRa)’ 기술이 활용됐다.
약 4개월간 실증 재배에 돌입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감자(감자칩 생산에 적합한 직경 7~8㎝) 입고량이 29% 증가했고, 전분 밀도는 7% 상승했다. 전분 밀도가 높아지면서 기름에 튀기면 생기는 검은 반점이 사라졌으니 오리온으로서는 품질이 좋아져 대환영이었다. 이로 인해 출고 단가가 올랐으니 생산농가에게도 큰 힘이 됐다. 이에 고무되어 2019년 오리온 내몽골 농장에도 관수관비 솔루션을 제공했고, 마찬가지로 좋은 성과를 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실증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세 차례에 걸친 협업에서 이를 확보한 스마프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대량재배를 하는 식품가공용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붙은 채 대표는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 노지재배 솔루션 공급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미국의 식품 제조사이자 글로벌 1위인 펩시코를 만나기로 했다. 그는 2019년 하반기에 무작정 펩시코 아시아 지부가 있는 태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4월 귀국할 때까지 태국과 미얀마에서 반년 이상을 보냈다.

확대보기2019년 내몽골 감자농장2019년 내몽골 감자농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후 직접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태국에 스마트 노지 관리 시스템 수출 성공

동남아 국가들은 생각 외로 선진 농업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일찍이 글로벌 식품가공 기업들이 진출하다 보니 전분을 만드는 카사바, 팜유의 원료인 기름야자의 경우 시장규모만 수십조 원에 달한다. 당연히 대규모 작물 재배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채 대표는 태국 농장 곳곳을 둘러보면서 자사의 관수관비 솔루션을 현지 농장에 공급할 경우 길어지는 건기를 생산주기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채 대표는 감자 데이터를 가지고 펩시코와 미팅을 시도했다. 스마프를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마침 태국담배공사 담당자였던 농장주의 선배가 우연히 동석했다. 그날 펩시코 측에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태국담배공사에서 당장 같이 하자고 달려들었다. 실증사업도 곧바로 이뤄졌다. 고품질 담뱃잎의 상품률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연초 값을 몇 배 좌우할 정도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국담배공사는 ‘스마트 노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약 농가에 일부 자금을 지원했고, 스마프가 받을 대금의 일부도 수확이 끝나면 상승분을 나누는 식으로 농가의 부담을 덜어줬다. 스마프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정밀관수장비도 직접 개발해 공급했다.
하지만 태국 시장에서 희망을 찾으며 사업 대상 작물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중,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지난해 4월에 채 대표 일행은 귀국해야 했지만, 감염병 상황이 정리되면 언제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나나는 이미 수차례 품종이 바뀌었고, 5년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감자농사 흉작으로 감자 가공식품이 3개월간 멈추기도 했다. 지금 글로벌 식품가공 회사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며 농업 데이터 수집, 관수·관비, 병해충 방제 등의 연구에 비용 투자를 하고 있다.
채 대표는 “식량위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며 “기후위기와 가장 먼저 맞닥뜨린 북아프리카, 중미, 동남아 등의 중위도 국가들을 타깃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확대보기자체 개발한 노지 관리 솔루션을 적용한 감자농장자체 개발한 노지 관리 솔루션을 적용해 감자칩 생산에 적합한 감자의 입고량을 29% 증가시켰다.

박창수 | 사진 손철희

조회수 : 2,592기사작성일 :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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