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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사의 자부심이 되다
써보레 용접보안면

가스, 분진, 소음 등 용접 근로자는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중 가장 위협적인 것은 번쩍이는 고온의 불꽃이다. 파바박, 용접 불꽃이 튀는 순간 작업자의 눈과 피부를 향해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등이 뒤섞인 유해 광선이 인정사정없이 달려든다. 용접사는 이 빛에 맞서야만 한다. 작업 특성상 용접 부위를 수시로 눈으로 확인하면서 꼼꼼히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자 최후의 보루로 용접보안면을 쓴다. 써보레는 34년 동안 ‘자동차광 용접면’ 생산 외길을 걸어온 한국 토종 브랜드다.

확대보기용접 테스트써보레는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들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제품의 용접 테스트 장면

선택이 아닌 필수, 자동차광 용접면

용접사들 사이에 써보레(대표 서정민)는 유명한 브랜드다. 써보레 제품만 쓰고, 신제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제품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는 팬층까지 거느리고 있다. 용접 근로자들이 써보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써보레는 국내 최초를 넘어 아시아 최초로 ‘자동차광 용접면’을 상용화했다. 1989년 창립됐으니 올해로 딱 34년째 자동차광 용접면을 만들어온 셈이다. 어떤 연유에서 용접면이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서정민 대표에게 물었다.
“창업주인 서운수 회장님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용접사를 보고 안전한 보호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한 고가의 자동차광 용접면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용접사들은 재래식 용접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용접면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겠다. 용접면은 크게 재래식 용접면과 자동차광 용접면이 있다. 재래식 용접면은 절연지라고 불리는 종이 재질의 면체를 얼굴이 가려질 정도의 크기로 잘라 만든다. 눈 부위에는 흑경이란 유리를 사용해 빛을 차단한다. 하지만 칠흑처럼 까만 흑경을 쓰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재래식 용접면을 쓴 작업자는 작업 중에 수시로 용접면을 벗거나 흑경을 들어 올려 작업한다. 위험천만하다. 이에 비해 자동차광 용접면은 안전하다. 얼굴 전면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감싸주는 몸체는 한눈에 봐도 견고하다. 무엇보다 LCD가 장착된 필터 카트리지가 용접사의 눈을 보호해준다. 필터 카트리지에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용접 불꽃이 튀는 순간 투명한 LCD 창이 자동으로 모든 빛을 차단해준다. 작업자의 눈이 순간적인 빛에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작업 종류별로 차광도와 감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탑재돼 편리하기까지 하다.

확대보기자동차광 고글 용접면 아크쉴드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동차광 고글 용접면 아크쉴드

확대보기써보레의 써보글라스 모델 중 4000V 클래식과 4000V 뉴, 6000X2 제품(왼쪽부터) 써보레의 써보글라스 모델 중 4000V 클래식과 4000V 뉴, 6000X2. 제품 디자인에서도 사용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하고 있다.

섬유수출업에서 자동차광 용접면을 생산하기까지

국내에 전무하던 자동차광 용접면을 개발하기 위한 사투는 그렇게 시작됐다. 섬유수출업을 하던 고 서운수 회장은 청계천을 발로 뛰며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섰다. 전자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은 없었지만 특유의 끈기와 탐구정신으로 기초부터 쌓아갔다. 시제품을 만들고 수정하고 개선하기를 5년. 1994년에야 국내 최초의 자동차광 용접보안면 ‘써보그라스 2000’을 내놓았다.
써보그라스 2000이 나오고 현장의 반응이 바로 온 것은 아니다. 당시의 인식으로 1만 원대의 저렴한 재래식 용접면을 두고 10만 원대의 자동차광 용접면을 쓴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진입장벽이 있었다. 그것은 용접사의 인식이었다. ‘자동차광 용접면은 초보자나 쓰는 거지, 나는 재래식 용접면을 쓰고도 배를 만드는 숙련공이야’란 생각 말이다.이것을 깨뜨리기 위해 발로 뛴 것은 고 서운수 회장의 아내이자 공동창업자인 장영숙 회장이다. 장 회장은 제품을 들고 전국 공구상가와 용접 현장을 돌며 영업에 나섰다. 그렇게 하나둘 써보레 제품을 써보기 시작했고 서서히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용접사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뒤바뀐 순간이었다. 그렇게 써보레는 수입 제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뛰어난 품질의 자동차광 용접면을 만드는 회사란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현장에 답이 있다

써보레의 제품 개발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무거운 것을 꺼려하는 사람을 위해 무게가 450g밖에 안 되는 ‘써보그라스 4000V’를 선보였고, 자동으로 LCD 창이 들어 올려지는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써보그라스 5000X’가 나왔다. 그리고 넓은 시야각이 나왔으면 하는 의견에 가장 넓은 전면 창을 가진
‘써보그라스 6000X’를 개발했다. 써보그라스 5000X2는 디자인에 특히 신경을 쓴 제품이다. 아이언맨 마스크를 빼다박은 외관에 독자 기술인 RF와 오토리프트 스펙까지 적용된 써보레의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이 제품은 얼마 전 유튜브 채널 〈공구왕 황부장〉에 소개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써보그라스의 또 하나의 히트작 ‘아크쉴드’는 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의 요청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서 대표는 조선소 배관 용접사로부터 헬멧 형태로 된 보안면이 비좁은 공간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곧바로 고글 형태로 된 제품 개발에 들어갔고, 아크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없었다. 국내 안전기준법상 용접용 차광 보안경의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꼬박 10년을 기다렸다가 2013년에야 아크쉴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아크쉴드는 세계를 통틀어 최초로 만든 자동차광 용접 고글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아크쉴드의 성공으로 써보레는 일본, 유럽에 이어 미국으로까지 수출길을 열었다. 전 세계 용접사의 필요에 꼭 맞춤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동차광 용접면에 있어서는 경쟁 제품에 비해 0.1%라도 앞선다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써보레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불만이나 개선 요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객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 대표는 지금도 용접 현장에 직접 달려간다. 이런 2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 써보레를 믿고 쓰는 골수팬 층을 만들었다.

확대보기서정민 대표대한민국 용접사의 자부심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서정민 대표

전동식 호흡보호구로 용접사 호흡까지 책임진다

써보레는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해로 정했다. 도약의 신호탄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호흡연동 전동식 방진 마스크 ‘가샤드’다. 기존의 전동식 호흡보호구는 허리에 매는 형식인데 무겁고 불편하다. 반면 가샤드는 목에 거는 형태로, 무게가 600g일 정도로 단출하다. 작고 가볍다 보니 다른 보호구와 동시에 착용해도 부담이 안 된다. 가격은 기존 전동식 호흡보호구에 비해 매우 경쟁력 있게 선보일 예정이다.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알차졌다. 99.95% 이상의 고효율 헤파필터를 장착한 것은 기본이고, 호흡이 편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착용자의 호흡을 센서가 감지해 팬이 돌아가면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호흡연동’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안정된 공기 흐름, 부드러운 마스크, 강한 내구성, 빠른 배터리 충전 등의 특징을 갖춘 가샤드는 오는 3월 말 써보레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써보레는 자동차광 용접면 전문 기업이었다면, 가샤드 출시 이후부터는 모든 산업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안전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서 대표의 목표다.

확대보기필터 카트리지 검사써보그라스의 핵심 기술이 담긴 필터 카트리지를 검사하고 있다.

확대보기호흡연동 전동식 방진 마스크 가샤드호흡연동 전동식 방진 마스크 가샤드. 훨씬 작고 가벼워 다른 보호구와 동시에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강미숙 | 사진 김성헌

조회수 : 869기사작성일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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