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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랑하면 안 될까요?
로봇과 인간의 사랑

AI가 점점 발달하고 있는 시대에 ‘로봇과의 사랑’도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일부 과학자들은 로봇이 감정을 느끼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또 일부 과학자들은 ‘로봇과의 사랑은 관념에 머무르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감정을 느끼는 로봇과의 사랑을 다룬 영화와 현재의 기술적 발전 수준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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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흥미로운 결말들
※ 스포 주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늘 수십 년을 앞서가지만, 때로는 매우 정확하게 미래를 예견하기도 한다. AI가 과학계의 화두로 등장한 이후 로봇과의 사랑은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뉴욕타임스》로부터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등장했다. 편지를 대필해주는 주인공 테오도르와 그가 산 AI ‘사만다’는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사만다는 사만다 다름대로, 테오도르는 테오도르 나름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결국 사만다는 운영체제와의 결별을 통해 사라지지만,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만다가 무려 8,000명이 넘는 다른 주인들과 대화를 하며, 그중에서 640여 명에 이르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사만다는 여러 명과의 사랑이 오히려 테오도르와의 사랑을 강하게 한다는, AI 특유의 ‘딥러닝’에 대한 아이러니한 자신감을 보인다. 이러한 사랑의 관계 설정은 인간의 일반적인 상식과 완전히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로봇과의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조(Zoe)〉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더욱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커플매칭연구소에서 일하는 여성 직장인 조는 회사 남자 동료인 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조는 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실 조는 콜이 만든 AI 로봇이었다. 하지만 조는 스스로 인간이라고 생각하도록 설계되었기에 자신이 로봇이라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매우 다른 내면 상태를 가지고 있다. 실제 인간인 콜은 ‘베니솔’이라는 약을 먹어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정작 로봇인 조는 교감을 매우 잘하고 감정에도 예민하다. 이러한 설정은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오히려 로봇이 인간보다 감정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영화 〈그녀〉가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하지만, 〈조〉는 끝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결말을 짓고 있다.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수많은 로봇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는 결국 전원을 차단해주길 원하는데, 한편으로는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콜이 결국 사랑을 고백하자 조는 그 모습에 눈물을 흘리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하지만 애초에 조는 눈물을 흘릴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movie.1
her

확대보기영화 〈그녀〉영화 〈그녀〉의 주인공 테오도르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인공지능 ‘사만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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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확대보기영화 〈조〉영화 〈조〉의 여주인공이자 로봇인 조는 자신을 만든 설계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간의 정서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라는 테마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하나는 기술적인 면으로, 과연 로봇이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현재로서 확실한 것 중 하나는 ‘끊임없이 발전 중’이라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2030여 년 정도가 되면 컴퓨터는 인간 두뇌의 1,000배에 달하는 용적을 지니게 되고, 인간과 거의 대등한 감정적, 사회적 교류, 그리고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 정도의 수준에서 AI는 한 인간이 지닌 신경학적, 생리학적 데이터를 거의 습득하고 개인의 습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엄청난 정보도 스스로 학습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준에서 사람과 대화를 한다면, ‘사람 친구’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전과는 별개로 미래의 인간들이 주변의 실제 인간과 얼마나 친밀감을 가지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만약 인간이 실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릴 때, 어쩌면 인간은 로봇에 대해 더욱 큰 믿음을 가지고 그것이 애정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인간은 지금도 사물에게 말을 걸곤 한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는 “나 왔어!”라고 말하거나 고장난 자동차에게 “도대체 왜 그래? 어디가 아픈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치 그들이 진짜 인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과 로봇의 사랑의 문제는 로봇의 기술 발전이 인간 스스로의 문제일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인간은 결국 자신을 이해해주는 로봇에게 애정을 느끼고, 그것을 넘어 ‘사랑’의 감정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여기에서 ‘사랑’의 개념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사랑이고, 그 감정의 깊이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말이다.

조회수 : 460기사작성일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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