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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위의 스마트 전쟁 당신의 선택은?
스마트워치

 

스마트워치로 건강 챙기는 P씨 부녀
지방의 한 종합병원 오늘 아침, 이웃에 사는 친구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온 P씨는 의외로 멀쩡해 보이는 친구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시계 덕에 목숨을 구했다”는 친구의 말에 P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설에 큰아들이 사줬다며 자랑하던 바로 그 시계 아닌가. 친구의 말인즉슨, 시계가 자신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걸 병원에 알려 큰 변고가 생기기 전에 병원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들녀석이 잘 때도 시계를 절대 풀지 말라더니, 이게 신통방통하지 뭐야.” 아침 일찍 모내기할 논을 둘러보러 나갔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움켜쥐고 있는데, 병원과 큰아들에게서 차례로 전화가 오더라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더니 몇 분 만에 논 앞으로 구급차가 오더라니까. 자네도 혈압 높다고 하지 않았어? 이참에 자식들에게 하나 사달라고 하지 그래.”
친구의 얘기로는 차고 있는 시계가 심박수, 혈압과 같은 건강 정보와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계로 여러 사람과의 동시 통화나 문자 수신, 결제도 가능하단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시계로 자동차 문을 열고 술값까지 계산하며 친구가 으스댈 때만 해도 P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계가 사람 목숨을 구하다니. 친구의 짤둥한 환자복 아래에서 오늘따라 시계가 더욱 반짝거렸다. 손자손녀들과 시계로 단체 화상통화를 하는 친구를 뒤로하고 P씨는 병원 문을 나섰다. 집에 돌아온 P씨는 오랜 망설임 끝에 서울 사는 큰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의 헬스클럽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느긋하게 헬스클럽에 들른 주부 P씨는 30분째 운동 중이다. 둘째아이를 낳고 여태 살이 빠지지 않아 막연히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P씨는 얼마 전에 장만한 스마트워치 덕분(?)에 헬스클럽에 1년치를 등록하고야 말았다. 시계에 표시된 체지방지수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생체나이가 원래 나이보다 다섯 살이나 더 많다고 해서 충격이 컸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체지방 지수는 1.2%나 감소했다. 매일매일 체지방이 줄어드는 것을 시계로 확인하니 욕심이 더 생겼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운동을 해야 한다. 작은애 반의 학부형들과 가진 모임에서 브런치를 거하게 먹은 탓이다. 시계에 점심때 먹은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입력하니 총 소모해야 할 칼로리가 920kcal나 된다. 30분간 소모한 칼로리를 확인해보니 겨우 235kcal. 앞으로도 러닝머신을 1시간 이상 더 뛰어야 한다. 스마트워치가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었다.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남편의 얘기에 혹해서 샀는데, 의외로 기능이 다양하다.
심박과 혈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생체나이까지 측정해준다. 뿐만 아니라 수면 정보, 식사습관, 대화 스타일, 하루 운동량, 자외선 노출, 온도와 습도 등도 인식해서 보여준다. 사용자의 움직임 속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집약해 제공해주는 신통한 기기다.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미세먼지량 표시 기능도 유용하다. 이러니 시계를 한시도 풀어놓을 수가 없다.
막 러닝머신을 타기 시작했을 때 시계가 울렸다. 아버지다. 속도를 늦춰놓고 천천히 걸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늘 아침, 이웃집 친구분이 큰일을 당할 뻔했단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스마트워치를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혈압이 높아 한번 쓰러지신 적이 있어 신경이 쓰이던 터였다. 아버지는 필요 없다며 극구 사양을 하시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통화는 물론 건강관리에 결제까지
젊은 사람들도 스마트워치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판국에 스마트폰도 잘 안 쓰는 노인들에게 웬 스마트워치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 때와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과거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새로운 세상을 연 스마트폰은 출시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향하던 소비자들의 ‘조바심’이 스마트워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스마트워치는 400만 대에 불과하다. ‘손목 위의 컴퓨터’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LG, 삼성, 소니에 이어 지난 3월 9일 애플이 애플워치를 선보이자 각 조사기관에서 잇달아 올해가 ‘스마트워치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수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각 시장조사 기관에서는 올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전년에 비해 5∼6배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LG, 애플, 소니에 이어 중국 화웨이까지 가세해 글로벌 IT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는 답변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젓지만, 웨어러블 기기로서의 매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긍을 하는 분위기다.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시계업체들의 행보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명품 시계로 유명한 스와치와 몽블랑이 올 상반기에 스마트워치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변 중 하나는 바로 스마트워치가 ‘웨어러블 컴퓨터’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워치의 건강관리 기능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것은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꺼내서 보는 스마트폰과 달리 몸에 착용하기 때문에 운동이나 건강체크에서는 스마트폰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 삼성과 애플 등이 앞다퉈 건강관리 기능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도, 많은 의료기기 업체들이 자신의 제품을 스마트워치에 집어넣기 위해 소형화 기술 개발에 나선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사용자들은 활동량과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 맞춤형 건강관리법을 제안받을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스마트워치가 갖추고 있는 기능이다. 삼성전자 등은 심박과 혈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 헬스케어 기술을 진화시켰다. LG전자는 어베인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연속 심박 측정’ 기능도 탑재했다. 애플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애플워치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의료 연구와 웨어러블 기능 개선 등에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리서치키트(ResearchKit)’를 선보였다.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적인 성장 포인트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진화하는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넘어설까?
최근에는 디자인 면에서도 다양한 스마트워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워치는 착용감의 문제, 기기 자체에 담을 수 있는 콘텐츠의 한계, 활용도가 부족하고 디자인이 너무 투박하다는 등의 여러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기능보다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시계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손목을 감싸는 스트랩의 소재가 다양화되고 디자인도 일반 시계와 유사한 형태로 진화했으며, 스마트폰과의 연동은 물론 스마트워치가 단독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의 진화가 거듭됐다.
애플워치에 자극을 받은 삼성은 올 상반기 안에 그동안의 사각형 디자인 코드를 탈피해 원형 디자인의 새 스마트워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워치의 단점으로 꼽혔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 충전 기술이 담길 거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제품들을 살펴보면 스마트워치는 제품 자체보다는 각종 기기, 스마트폰이나 TV, 자동차 등과의 연결성이 얼마나 좋은가가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손에 차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스마트워치가 대중화 되려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스마트워치의 폭발적인 응용도 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을 알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굳이 시계를 차고 다닌다. 시계가 단순한 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기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상업화를 포기한 구글 글래스와 스마트워치는 같은 웨어러블 기기이지만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과연 이것이 정말 필요할까’라는 냉정한 이성적 판단은 남들이 가진 것을 나도 갖고 싶다는 대중심리 앞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임숙경 전문기자​

 

조회수 : 2,080기사작성일 :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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