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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통장, 카드 NO 핀테크 온다!
핀테크

 

핀테크로 H과장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오전 6시 12년 차 중소기업 경영관리팀 H과장은 오늘도 변함없이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 9시 등교제가 시행되면서 초등 4학년 딸, 2학년 아들은 늦은 등교를 한다. 덕분에 부부의 아침출근 시간도 제법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출근에 앞서 아이들의 어린이날 선물을 해외 직구로 해결해볼 생각이다. 딸을 위해서는 자전거, 아들을 위해선 파워***를 장바구니에 넣어뒀다. 이제 남은 것은 모바일결제다. H과장은 결제 시 전자화폐를 쓴다. 미국 직구는 페이팔(PayPal), 중국 직구는 알리페이(Alipay)를 쓰는 식이다. 예전 같으면 결제과정도 느리고 단계도 복잡할 테지만, 엑티브X가 없어지면서 무척 편리해졌다. 그 대신 도입된 ‘exe’는 사용자가 최초 1회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브라우저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결제를 진행한다. 듣자하니, 이러한 결제시스템이 핀테크의 하나란다. 핀테크(FinTech)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일컫는다나.
오전 7시30분 아내와 함께 출근길에 오른 H과장은 오늘은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택했다. 동창들과 저녁 술자리가 잡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지하철 출입구에선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지갑이나 핸드백, 또는 신용카드, T머니 등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지갑 대신 스마트폰을 직접 갖다 대고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전자화폐를 통해 교통비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K사의 신용카드를 썼던 H과장은 요즘 K페이를 쓰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지하철에서 인터넷 포털 뉴스를 보던 아내가 재미난 소식이라며 보여주는 것도 핀테크에 관련된 것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인 애플, 삼성, 알리바바 등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며 핀테크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삼성은 ‘삼성월렛’,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등 지난 5년 새 시장 규모가 3배나 성장했다는 소식이다.
낮 12시 점심시간을 맞아 H과장은 회사 근처 식당인 ‘짬뽕나라’를 찾았다. 이 식당은 요즘 이 일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식당을 고른 데는 맛도 맛이지만, 특별한 이유가 또 있다. 그는 얼마 전 짬뽕나라가 발행한 짬뽕채권을 산 소액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발행 조건은 5년 만기에 쿠폰 금리 10%다. 저금리시대에 찾기 힘든 유망 재테크상품이다. H과장이 크라우드 펀딩을 하게 된 이유는, 짬뽕나라 창업자인 청년사장이 인터넷 포털에 올린 창업계획사와 사연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꼼꼼히 검토해보니 여느 벤처투자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리라는 확신이 섰다. 투자과정도 쉬웠다.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그저 인터넷에 들어가 투자금액을 써 넣고 클릭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다. 짬뽕채권을 사는 과정이 핀테크를 통해서 이뤄진 것이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이 대유행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이 핀테크를 만나면서 벤처기업 자금 조달과 일자리 창출의 만능 키로 작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대로라면 5년쯤 뒤에는 짬뽕나라가 코스닥에 상장되어 1조 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소식도 들리겠지.
오후 4시 나른한 오후 시간이지만 H과장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금요일이고, 월말이라 처리할 결제가 많다. 다행히 H과장은 요즘 대금결제와 송금에서도 핀테크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은행권을 거쳐 환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로 결제대금을 주고받는 데다 해외송금도 수수료가 전혀 들지 않아 만족스럽다. 사실 H과장은 지난해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의 전자화폐가 화제가 됐을 때만 해도 이것을 남의 얘기로만 여겼다. 그런데 최근 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펀드매니저가 들려준 이야기는 핀테크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요즘 해외펀드 투자로 주목할 지역이 중국이라는 귀띔이다. 중국에서는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M&A 등을 통해 은행업 라이선스까지 보유하며 적극적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했단다. 이 중 알리바바는 결제, 송금은 물론, 여수신, 자산관리 등 전통적인 금융 영역으로 서비스를 매우 빠르게 확대하는 중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머지않아 국내 핀테크 업체들 중에서도 제 2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될 종목군이 탄생할 것이다. 물론 이런 블루칩을 미리 선점한다면 주식투자에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당연히 주식도 핀테크를 통해 구매하게 될 것이고, 웬만한 보험도 핀테크로 가입하고 있다. 아마도 오늘 저녁에 있을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떠오를 최고의 화제도 핀테크일 것이다.

결제, 송금, 펀딩까지 핀테크가 불러오고 있는 변화들
H과장의 이야기는 핀테크가 본격화되면 당장 가능해질 일상의 변화를 예측해본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몇의 사례는 실제다. 먼저 모바일 결제 시에 ‘엑티브X’ 대신 등장한 ‘exe’ 결제방식이 그렇다. 지난 3월 말, 카드사가 액티브X 퇴출운동을 벌이면서 유통, 카드, 지불대행사(PG), IT업계는 액티브X 방식 대신 ‘exe’ 방식을 일제히 도입했다. 지난해 3월 ‘천송이 코트’ 논란을 일으켰던 간편 결제가 현실화된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금융창구에서 행해지던 일들도 핀테크로 바뀔 조짐이다. 걸림돌인 규제와 시큐리티 문제가 해결되면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ATM의 기능은 전자금융 서비스로 대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금융 거래 시 유지되던 환전, 송금 방식이 간단해지면서 그 비용도 획기적으로 저렴해지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글로벌 IT기업인 애플, 삼성, 알리바바 등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며 핀테크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전자화폐인 ‘애플페이’, 삼성은 ‘삼성월렛’,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등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다음카카오, 네이버, 올레KT 등 통신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국내 업계의 걸음도 빨라진다. 당장 모바일 간편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전자지갑(뱅크월렛카카오) 등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에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라인페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핀테크에 적극적인 중화권의 걸음이 특히 빨라지면서 국내 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 대만의 온·오프라인 최대 결제 서비스인 개시플러스가 벌써부터 국내 전자결제 대행업체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제휴를 맺었다. 알리바바는 이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티머니를 발행하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손잡고 선불형 직불카드 형태의 ‘엠패스’를 중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아직 규제가 해결되지 않아, 중국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요우커(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편의점, 대형마트, 영화관, 카페 등 전국 10만여 곳의 티머니 가맹점에서 터치 한 번으로 결제할 수 있다. 연간 800만 명이 넘는 요우커가 고스란히 알리바바의 핀테크 고객이 될 수 있다.

금융의 미래를 바꾸는 핀테크, 국내도 빠른 대응 필요
가장 현실감 있게 다가온 핀테크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주식, 채권을 발행하거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러한 규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부상하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와디즈’에서는 태극기 이어캡(휴대전화 이어폰 단자에 꽂는 액세서리), 미아방지용 팔찌 등 100여 건의 프로젝트가 모금액 달성에 성공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은 핀테크를 만나면서 특히 금융위기 이후 엔절 투자나 정책자금 문턱을 넘기 힘든 신생 청년창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핀테크 관련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이미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벤처투자의 유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국 최대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등이 좋은 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을 통해 발굴된 오큘러스 VR(가상현실기기 업체)은 페이스북에 20억 달러에 팔렸고, 최초의 스마트워치인 ‘페블워치’도 이들에 의해 발굴됐다.
그러나 핀테크가 발달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국내 핀테크 산업의 전망은 아직 밝지만은 않다. 페이팔과 알리페이 등 해외업체들의 진출이 가시화되면 연간 15조 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해외업체들이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이 더딘 이유로 각종 규제 외에도 ‘신용카드의 역설’이 꼽힌다. 해외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비밀번호 입력, 신분증 확인 등 절차가 까다롭지만, 국내에선 그냥 카드만 건네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용카드 이용의 편리성 때문에 한국은 카드사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천국에 안주하며 핀테크 산업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카드사와의 제휴과정에서 핀테크 관련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에 막히는 사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민화 KAIST 교수도 “소비자와 공급자가 즉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한국은 핀테크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자칫 세계경제의 큰 흐름인 핀테크 산업으로부터 고립되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주 전문기자​

 

조회수 : 3,425기사작성일 :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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