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Spotlight
우리 식초의 우수성 알리는 전통식초 전도사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중소기업들_초산정

 

식초에도 명품이 있다는 거 알아?
글쎄 말이야. 식초는 식초인데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 한 가지도 아니고 무려 다섯 가지 곡류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는 처음이라던데. 몸에 좋은 건 다 들어간 거지. 그것도 몇 달이 아니고 무려 1년씩이나 숙성시켜 만든 식초라네. 한마디로 전통제조법으로 만든 식초인 거지. 그런데 일반 식초처럼 그걸 먹어보려고 한다면 생각 좀 해봐야 될걸. 가격이 무려 10배는 되는 것 같더라. 그런 명품 식초를 누가 먹냐구? 그런 말 하지 마. 웰빙시대라서 그런지 먹는 사람들이 있더라구.
그 식초 개발한 남자도 참 재밌더라.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군 장교 출신으로 한때는 IT 관련 회사에 다녔다더라구. 완전 다른 분야에 뛰어든 거잖아. 고향에 내려가 홀어머니 모시고 살려고 식초를 만들었다네. 보기 드문 효자야. 요즘 그 남자가 난리났더라. 여기저기 강의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던데. 사람 뜨는 거 한 순간이라구? 그렇지도 않더라. 벌써 10년이 넘었다던데. 대체 식초가 뭐길래….

오곡 재료와 전통제조가 아니었다면 명품이 되었을까?
경북 예천의 전통제조 식초 회사 초산정의 ‘오곡명초’와 이를 탄생시킨 한상준 대표는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전국 450여 개의 매장에서 판매되는 오곡명초는 이른바 식초 중의 명품으로 불린다. 같은 용량의 일반 제품이 1,000∼2,000원대라면 이 제품은 1만 8,000원 선이다. 의도적으로 입소문을 낸 것은 아니었다. 그간 한 대표가 각종 강연 활동과 전통제조 식초와 관련된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초산정의 오곡명초 역사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T 관련 회사에 다니던 한 대표는 고향인 경북 예천에 있는 홀로된 모친을 모시고자 귀농을 결심하면서 귀농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때가 2002년. 중국의 쌀식초, 일본의 흑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포도식초(발사믹 식초), 미국의 사과식초 등 각 나라마다 그 나라 고유의 전통식초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대중화된 전통식초가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각 가정에서 식초를 직접 만들어 먹었지만 191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전통식초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고, 이때부터 멀리 일본까지 찾아가는 등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전통식초 제조법을 독학으로 연구했다.
3년 후인 2005년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경쟁력 있는 식초를 만들고자 우리 조상들의 대표적인 곡식인 현미, 보리, 수수, 기장, 차조 다섯 가지를 혼합해 제조를 시작했다. 경북 예천 지역에서 재배된 현미를 비롯한 곡물과 솔잎으로 누룩을 띄우고, 전통옹기에서 미생물 증식으로 2개월간 발효시킨 후 땅속에 묻은 항아리로 들어가 1년 이상 숙성을 거치면서 전통 발효식초인 초산정의 오곡초가 탄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식초는 부드럽고 곡물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난다. 아미노산이 일반 식초의 15배에 달하는 만큼 인체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고혈압, 당뇨, 간 질환, 소화계통 등에 좋은 식품으로 제격이다.
문제는 유통이었다. 처음부터 일반 식초와의 경쟁은 불가능했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데다 재료, 제조방법, 기간, 품질 등에서 엄격히 차별화되는 만큼 가격 또한 고가이다 보니 백화점 같은 매장이 적격이었지만 선뜻 받아주질 않았다.
2007년부터 한살림과 같은 친환경단체 소비자들을 비롯해 건강을 위해 찾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판매되면서 오곡명초는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0년 현대백화점 판매를 시작으로 백화점들이 입점을 요청하는 명품식초로 거듭났다.

세상에 알리려 노력하지 않았다면 성공했을까?
아무리 좋은 제품일지라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초산정의 오곡명초도 그랬다. 우리 재료로 숨 쉬는 항아리에서 초산발효를 거쳐 300여 일 이상을 땅속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자연발효 식초이니 특유의 향과 맛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를 인정하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어야만 사업으로서의 가치가 있지 않는가.
전통제조기법으로 만든 곡물식초이다 보니 품질인증을 위한 규격조차 전무했다. 이에 한 대표는 전통 재래 쌀누룩 제조를 복원하는 기술과 한국 전통식품인 곡물식초의 초안을 마련해 농림부,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새로운 품질 인증 규격을 만들어냈다. 이어서 처음 식초를 접했던 초심을 유지하며 우리 식초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전통식초 알리기 운동에 나섰다. 현재 13기생을 교육 중인 서울 서초동 소재 ‘한상준식초학교’를 운영하며 대학 문화센터, 요리학교 등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다니면서 전통식초 제조와 홍보에 나섰다. 이로 인해 그에게 ‘전통식초 명인’이라는 호칭이 생겨나면서 초산정의 오곡초는 유명세를 탔다. 또한 전통식초 알리기 운동 등을 인정받아 국내 최초로 전통식초 신지식인에 선정되었다. 이제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보니 초청하는 강의에 모두 응할 수 없을 정도다.
한 대표는 “주변에서는 애써 고생하며 찾아낸 전통제조 노하우를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같다면 공유해야죠. 식초는 ‘자연이 준 기적의 물’로 불립니다. 발효음식에 관한 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 조상들의 전통제조기법이니 우리가 보존해야 하잖아요”라고 전통식초 전도사다운 말을 전한다.
초산정의 오곡명초는 생산량의 60∼70%가 먹어보고 다시 찾는 건강 마니아들의 명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나머지 30%는 선물용품으로 판매되지만, 수요는 날로 증가 추세다. 앞으로는 중국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대량생산 품목이 아니다보니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항아리를 묻고 설비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 이에 따라 곧 제2공장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 예천군 용궁면에 소재한 초산정에서는 가을 햇살 아래 500여 개의 항아리(200리터)에 든 오곡명초가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또 하나의 우리 전통식품이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제공 초산정

 

조회수 : 3,059기사작성일 : 2015-10-01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5점 / 2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