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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희망을 꿈꿉니다”
영화로 만나는 이슬람

 

‘무슬림=테러리스트’ 편견에 도전
아마도 현 시점에서 전 세계로 확산된 가장 큰 문화적 편견을 꼽으라면 단연 ‘이슬람교=테러조직’일 것이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악명 높은 테러를 자행한 IS가 이러한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코란, 알라, 이슬람, 중동’이라는 이미지를 ‘폭력, 살인, 테러’와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편견과 오류다. 순수한 종교로서의 이슬람교는 그 자체로 평화와 순종을 지향하고 있으며, 실제 이슬람의 종교지도자들은 이러한 종교적 신념을 현실에서 지켜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알카에다, IS 같은 극단적 폭력조직은 종교의 외피만 썼을 뿐,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테러조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IS가 자신들의 테러활동을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거 독일의 나치가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할 때 ‘예수를 못 박은 유대인을 심판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이슬람 국가들의 영화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주제, 한 장면을 3~4분씩이나 찍는 롱테이크 기법, 무엇보다 ‘이슬람’이라는 문화적인 차이가 쉽게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슬람 문화,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 이슬람 국가 사람들의 삶을 알고자 한다면 역시 가장 빠른 길은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집단으로 보는 시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화라면 단연 「내 이름은 칸」(감독 카란 조하르, 2010)을 들 수 있다. 감독의 국적도 영화가 제작된 곳도 인도이지만, 특이하게도 무슬림을 다루고 있다. 우선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칸’이라는 이름이다. ‘칸’은 무슬림을 대표하는 명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9·11테러로 인해 겪게 되는 가족 간의 비극을 중심으로 ‘무슬림이라고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천재적인 지적 지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리즈반 칸은 9·11테러 이후 자신의 이름 때문에 무슬림 과격분자로 오해받고, 그로 인해 아들을 잃고 아내로부터도 일방적인 이별을 통고받는다. 하지만 아내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내 이름은 칸입니다. 그리고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다시 받아주겠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리즈반 칸의 길고 오래된 여정이 시작되는데, 그 와중에 그는 또다시 테러리스트로 오인받아 수감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테러, 무슬림, 가족 간의 사랑, 인류애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한 인간의 눈물겨운 여정으로 세계인들의 편견을 지우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슬람 여성들의 인권을 다룬 영화 「와즈다」(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2012)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영화가 제작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만큼 영화제작이 금지돼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 「와즈다」가 갖는 의미는 크다. 무엇보다 여성감독이 공공장소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영화를 찍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면서 수많은 위협과 협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이후 2012년 밴쿠버영화제에서 신인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2012~2013년에 총 14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소녀가 이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통해 여성의 인권을 논하며, 보수화된 이슬람 사회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예를 들어 생리 중에는 여성이 코란에 손도 댈 수 없다는 점, 백화점에 여성 전용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 ‘여성의 목소리는 벗은 몸과 같아서 크게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대사들은 오늘날 이슬람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인권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가 개봉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가 허용되었다. 한 국가의 여성정책과 문화를 바꾼 영화 「와즈다」를 보는 것은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이슬람의 현실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현 이슬람 국가의 문화와 사회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천국의 아이들」「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모두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아주 특정하고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사회, 문화와의 갈등과 대립을 겪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란에서 만들어진 「천국의 아이들」(감독 마지드 마지디, 1997)은 가난한 형제들의 신발을 둘러싼 에피소드, 그리고 부정(父情)을 중심축으로 이란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알리는 동생 자라의 구두를 수선해 집으로 가져가다가 그만 잃어버리고 만다. 그 후부터 자신의 낡은 운동화를 동생과 번갈아 신으면서 (오전반과 오후반) 학교를 다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알리가 이러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혼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발을 또 사려면 빚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알리는 학교 달리기 대회에서 3등을 하면 신발을 준다는 이야기에 대회에 출전하면서 1등이 아닌, 꼭 3등이 되기를 원한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은 현 이슬람 국가에 만연해 있는 빈부격차, 계급적 차이, 이것을 극복해나가려는 순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개봉 이후 몬트리올영화제 3관왕을 비롯, 파지르 국제영화제 입상 등 상당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87)는 자신 때문에 친구가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친구 집을 찾아가는 소년의 여정을 다룬다. 주인공 아마드는 실수로 친구의 숙제노트를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친구에게 ‘한 번만 더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퇴학을 시키겠다’며 겁을 준 상태이고, 아마드는 친구의 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친구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른들이다. 이 어른들은 한결같이 퉁명스럽고 무뚝뚝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존재들이다. 감독은 이슬람 국민들의 단절된 소통, 일방적 명령,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를 보여주면서 극도로 피로해진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선선한 가을 저녁, 한국 영화와는 사뭇 다른 이슬람 국가권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사회와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남훈 전문기자​

조회수 : 1,516기사작성일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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