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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관리에 혁신 가져다준 SCM
㈜지피엔

PCB 제조는 세부 공정과정이 많게는 100여 단계에 달한다. 게다가 소량 다품종이라는 특성이 있어 납기를 재촉하는 고객사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응력 확보 자체가 어렵다. 이로 인해 적잖은 기업들이 업계를 떠나기도 한다. ㈜지피엔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에 SCM을 통한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섰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회사는 생산현장의 더 큰 혁신과 성과를 위해 지금 MES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확대보기QR코드를 활용한 생산공정 관리시스템PCB 제조 전문기업인 ㈜지피엔은 QR코드를 활용한 생산공정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확대보기PCB 제조공정PCB는 제조공정이 세부적으로는 100여 개에 달해 공정과정별 진행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기가 쉽지 않은 품목이다.

100개에 육박하는 공정, 생산현황 파악 문제 시급
㈜지피엔(대표 단현국)은 군수, 의료, 생활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부품인 PCB(Printed Circuit Board, 인쇄회로기판) 제조 전문기업이다. 2002년 창업 이래 ERP 도입과 미국 UL, ISO인증 획득 등을 통해 혁신과 기술 역량을 강화해왔다.
PCB는 특성상 제조공정이 크게는 13개, 세부적으로는 100여 개에 달해 여느 제조업에 비해 여간 까다롭고 복잡한 게 아니다. 납기준수에 수시로 애로점이 발생하는 만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고객 대응력 부재로 도중하차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지피엔은 제조공정 관리에 있어서 나름대로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일찌감치 지난 2007년 자체 생산라인에 유선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코드 시스템이 적용된 ERP를 도입, 운영해왔다. 하지만 초중종물 관리 시에 일일이 제품을 가져다 PC와 연결된 바코드 스캐너로 인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보니 작업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작업자들은 바코드 스캐너 활용에 철저하지 못했고, 생산관리를 전적으로 수기에 의존해야 했다. 제품 불량률 개선은 물론이고 생산공정 흐름에 대한 현황 파악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가 맞닥뜨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주량 확대와 함께 외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관리는 더욱더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PCB는 100% 고객 주문생산 방식인 데다 소량 다품종이 특성이다. 게다가 거래처가 늘고 종류도 다양해지다 보니 도금과 표면처리 공정은 외주 협력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1번부터 70번까지의 공정에 중간중간 제품이 외주 협력사로 이동했다가, 작업이 끝나면 다시 입고되어 자체 공정이 진행되고, 또다시 외주 협력사로 이동했다가 재입고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게다가 외주 협력사가 자그마치 27개사에 달하니 제품이 현재 어느 생산 공정에 있는지, 언제쯤 생산이 완료되어 납기가 가능한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쯤 되고 보니 제조지원팀 인력들은 하루에 한두 번 이상 생산부서나 외주업체 담당자에게 전화로 일일이 진행 상황을 체크해야 했고, 이마저도 협력회사 담당자와 통화 연결이 안 되면 막막했다. 제조공정관리 및 생산현황 파악이 안 되니 공정별 인력 대기로 인한 불필요한 잔업만 생겨났다. 이처럼 복잡한 아날로그식 시스템에서는 고객사 담당자들의 납기 문의에 따른 영업부서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외주 협력사, 제조지원팀, 영업팀, 고객사, 모두가 제각각 각자의 입장에서 애로점만 가중됐다.

확대보기스마트폰 앱 화면, QR코드를 활용한 공정 현황 업데이트, 재고현황1_ 위탁 협력사를 중심으로 만든 SCM은 스마트폰 앱만 열면 영업사원도 제조관리 담당자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생산공정 위치와 작업완료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2_ 각 공정을 거칠 때마다 작업자들이 QR코드에 스마트폰을 접근시켜 공정 현황을 신속하게 MES 서버에 업데이트하면 MES 모니터, PC, 스마트폰 앱으로도 연동되어 나타난다.
3_ 현재 MES 고도화를 추진 중이며, 구축이 완료되면 스마트폰으로 재고현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

확대보기PCB 제조공정PCB는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외주 협력사로 제품이 이동하는 만큼 공정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 SCM 중심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SCM 기반의 스마트공장 구축
2018년에 들어서면서 지피엔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외주 협력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관리가 시급한 상황을 인식하고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섰다. 그해 5월 스마트공장지원사업추진단에 노크한 결과, 자부담 5,000만 원을 포함해 총 1억1,000만 원으로 QR코드 도입을 통한 생산공정관리 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자체 생산관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MES(제조실행시스템)를 구축한다. 하지만 지피엔은 도입 배경이 특수했던 만큼 여느 업체들과는 달랐다. 외주 협력사 생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기반의 스마트공장 구축이었다.
시스템의 핵심은 QR코드와 스마트폰이었다. 컴퓨터 입력과 수기로 작성한 작업지시서에 바코드와 QR코드를 부착해 PC와 모바일로 실시간 작업의 흐름을 손쉽게 체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PCB 공정에 들어가기 전 작업지시서에 바코드와 함께 언제든지 스마트폰으로 찍어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해 생산용 프린트로 인쇄한다. 각 공정을 거칠 때마다 작업자들이 QR코드에 스마트폰을 접근시키면 공정 현황은 신속하게 SCM 서버에 업데이트되는 방식이다. 외주 협력사 담당자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진행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로 사내 대형 모니터(현황판), 태블릿PC, 스마트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회사와 협력사의 생산현장은 물론이고 사내외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지 관계자 모두가 생산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사내 ERP시스템과 연동된다. 전 공정을 거쳐 최종 검사를 마친 제품은 포장까지 끝난 후 다시 바코드를 찍어 생산 완료를 입력하고 ERP에 업로드된다. 집계한 데이터와 납기일자는 전 직원이 언제든 파악이 가능하다.
새롭고 획기적인 도전이었기에 이러한 도입 과정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생산공정과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체 모니터링 프로그램 외에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은 사내용과 외주업체용 콘텐츠가 각각 다르게 구성돼야 했다. 구축기간이 2018년 5월 1일부터 2019년 1월 10일까지 총 8개월 소요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무엇보다도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단현국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결정적인 계기이자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고객만족’이었다고 말한다. 품질은 기본이고 납기일까지 제대로 충족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데, 스마트공장 구축 이전에는 PCB 공정의 특성상 이것이 쉽지 않았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는 “고객사는 항상 적시 공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리 현황을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는 대응력과 납기준수로 고객만족을 이끌어내고자 했다”며, “시작 당시 비용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결과가 만족스러운 만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피엔의 SCM 구축에서 비용이나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의 애로점보다도 더 큰 어려움은 외주 협력사들을 설득시키는 일이었다. 그들로서는 당장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용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번거로운 절차가 뒤따르는데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경우에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에 대한 부담도 간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초기에는 서버와의 접속장애가 발생해 안정화되기까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시스템 구축을 직접 총괄 담당해야 했던 제조&기술부 김지훈 부장은 “업체 관계자들과 수차례에 걸쳐 미팅을 하며 설득을 해나가는 일이 필수였다”며, 외주 협력사와의 갈등을 해소시켜온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확대보기최종자동검사장비 AFVIMES 고도화를 위해 고가의 최종자동검사장비인 AFVI를 도입, 불량률을 제로화하는 품질관리로 고객만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품질 및 설비 관리를 위한 MES 고도화 추진 중
SCM이 안정화되면서 지난해 초부터 지피엔에선 한눈에 보이는 생산관리 혁신의 효과가 일어났다. PC, 모바일 앱에서 온라인 시스템에 로그인하면 납기일과 진척 현황까지 확인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누구보다도 신이 난 사람들은 영업팀 직원들이었다. 고객 미팅 시 외부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으로 회사 프로그램을 로그인하면 납기 일정을 바로 점검해줄 수 있어 고객사의 신뢰도가 한층 두터워졌다. 2018년엔 수주물량이 늘면서 매출이 10% 증가했고, 이에 편승해 지난해에는 인력 5명을 신규 채용하는 고용 증가 효과도 거두었다.
또한 생산관리 책임자들의 경우 과거에는 어느 절차까지 공정이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거나 발품을 파는 등 시간 낭비가 컸지만, 이젠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서 기존의 시스템에서 겪었던 업무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QR코드 작업공정에 익숙해진 외주협력사 담당자들 역시 편리성과 효율성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이제는 세금명세서도 실시간 전자서명으로 승인하는 시스템으로 가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피엔의 SCM 구축은 대외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기업의 홍보효과도 챙겼다. 업계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방문이 잦아지고 매스컴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수의 외주 협력사 생산공정 현황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보기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으로 효과를 본 사람은 또 새로운 시도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SCM 구축으로 다양한 효과를 거둔 지피엔의 스마트공장 혁신 욕구는 더욱 커져만 갔고, 지난해 말부터는 MES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고액의 최종자동검사장비인 ‘AFVI’를 도입해 불량률을 제로화하는 품질관리로 고객만족을 강화하고, 설비관리까지 가능한 시스템 구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고도의 스마트공장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부담 비용이 무려 2억 원에 달하지만, 경영진은 미래를 위해서는 아깝지 않은 돈이라는 입장이다. 지피엔이 발 빠르게 ERP를 도입하고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SCM 도입에 성공했듯, 앞서가는 기업은 스마트공장 역시 뭔가 다르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피엔의 스마트공장 구축 타임라인
확대보기스마트공장 구축 타임라인

스마트공장 추진 실무자의 핫 어드바이스


“가장 필요한 혁신시스템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도전하세요.”
제조 & 기술부 김지훈 부장

확대보기김지훈 부장 스마트공장은 제조업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혁신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기업이 더 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지레 두려워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용기를 내서 도입에 나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PCB 제조 분야의 경우,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우리도 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경영진의 과감한 선택이 있었기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다수의 외주 협력사를 둔 우리 회사의 SCM 구축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이 없어서 앱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습니다. 또 스마트공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직원들은 물론이고 외주 협력사 담당자들까지 이해시키고 동참하게 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갖고 대화로 차근히 풀어나가다 보니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만들어놓고 보니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우리의 구축 사례를 접한 많은 기업 담당자들로부터 문의를 받곤 합니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관심있는 기업을 위해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정부보조금으로 장비를 구입하겠다는 착각은 금물이라는 겁니다. 스마트공장 구축에는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비용 외에도 하드웨어에 필요한 비용이 결코 적지 않게 투자돼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 회사에 가장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혁신을 위한 도전이라는 자세로 차근차근 접근해나가길 권해 드립니다.

박창수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조회수 : 4,546기사작성일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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