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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구독하기 있기 없기?”
구독만 과장의 구독 24시

“구독, 구독, 구독….”
구독만 과장은 이렇게 외치다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꿈속 일을 떠올렸다. 온갖 것을 구독하다가 막판엔 사장 자리를 구독하는 꿈까지…. 그는 여자친구 은비에게 핸드폰 메시지를 날렸다.
“나, 구독증후군인가봐!”
“요즘 구독 비즈니스 사업 구상한다며? 살살 해!”
“그래야겠어.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암튼 이따 봐!”
구 과장은 구독 중인 커피 브랜드 ‘지니’의 에스프레소 머신에 브라질산 ‘지니’ 캡슐 커피를 넣었다. ‘지니’ 구독의 장점은 매우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끼리 똥에서 찾은 원두로 만든,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 ‘블랙 아이보리’ 캡슐도 월 1회 제공받는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뮤직에어’에 접속했다. 이 음악 플랫폼은 월 이용료가 비싼 편이지만, 이용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고르는 큐레이션이 아주 뛰어나다. 가입한 지 하루 만에 구 과장이 말랑말랑한 재즈를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할 정도였다. “누구 노래야?”라고 물어보면 어느 나라의 아무개요, 라고 바로 대답하는 똑똑한 녀석이다. 현관문을 연 그는 밖에 놓여 있는 ‘아침이요!’ 박스를 들고 다시 주방으로 온다. 박스에서 금요일 메뉴로 선택한 아침거리를 꺼낸다. 바게트, 사과, 채소, 딸기잼, 버터, 양송이 수프…. 여기선 고객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심, 저녁거리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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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에 그는 남성 신사복 구독 서비스 ‘젠틀킹’에서 보낸 새로운 재킷을 입어본다. 편안하게 잘 맞는다. 소매 길이도 적당하다. ‘오늘은 비 올 확률이 높다’는 정보를 접했고, 그는 붉은색 영국제 명품 우산을 현관 옆에 꺼내놓는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사람들이 모두 그 우산을 쳐다볼 것이다. 수십만 원짜리 그 우산도 ‘젠틀킹’ 서비스에 포함된다. 잃어버리거나 훼손시켜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집을 나선 그는 주차장에서 어제 바꾼 지프차에 올라탄다. 3일간 예약한 이 지프차는 시속 100㎞까지 불과 8초 만에 도달하는 최고급 엔진을 갖고 있다. 다양하고 값비싼 차량을 몰아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덕분에 억 단위의 이런 차량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음 달엔 스포츠카도 예약할 예정이다. 그는 지프차를 타고 회사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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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팀이 근무하는 ‘여기저기’ 오피스는 회사 본사에서 1㎞쯤 떨어져 있다. 팀이 정기구독 중인 ‘여기저기’는 이용자 입장에서 공유오피스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 정기구독을 하면 전국의 모든 ‘여기저기’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고, ‘별책 부록’이라는 인근의 별장형 오피스도 이용할 수 있다.
얼마 후 회의 시간에 테이블에 앉은 팀원들에게 마케팅 이사가 말한다.
“구독 비즈니스의 핵심은 철저히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뭔가 없던 게 튀어나오죠. 구 과장, 어제 우리가 구상한 제품을 디자인해봤죠?”
구 과장은 ‘만능 자판기’ 모델을 스크린에 띄웠다. 3D로 그려진 그 모델이 스크린에서 빙글 돌아가자 팀장이 놀란 얼굴로 묻는다.
“와! 새로운 디자인 툴인가요?”
“네. 그저께 구독 신청한 3D 디자인 툴이에요. 동시에 3명까지 쓸 수 있어요.”
구 과장은 우쭐한 표정으로 말한다. 회의가 끝난 후 그는 큰일을 보러 화장실에 간다. 전에는 변기 안의 물이 청정제 때문에 파란색이었는데, 오늘은 하얗다. 그 사실을 관리실에 알리자 “그러면 변기가 쇼핑몰로 주문하게 돼 있는데, 그 기능이 고장 났나봐요”라고 대답해온다.
“변기가 주문을요? 세상에! 하하.”
퇴근 후 그는 은비와 함께 정기구독 중인 식당과 칵테일 바에서 사귄 지 100일째 되는 날을 기념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달콤한 시간이 지나고 헤어질 무렵에 둘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은비는 목걸이, 팔찌 등 장신구를 1년간 맘대로 골라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구독권을, 그는 베스트셀러 오디오북 구독권을 받는다. 그리고 축하 키스…. 몇 시간 뒤 잠자리에서 그는 구독 중인 인공지능 ‘그녀’로부터 자장가와 함께 “주인님, 오늘도 수고했어요. 이제 푹 쉬세요”란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은비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근데 아무거나 구독하기 있기, 없기?”
“어… 없기!”
그는 은비가 혹시 남친 감시용 앱을 구독했나, 하는 의심을 하면서 ‘그녀’의 서비스 신청을 취소한다.

글 김진우 소설가 | 일러스트 이설이

조회수 : 1,822기사작성일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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