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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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동기를 부여하면 직원 스스로 알아서 일합니다
㈜오디에이테크놀로지 김정석 대표

 

김정석 대표는 공대를 졸업했다. 고교시절, 미대 진학을 권유받을 정도로 그림에 소질이 있던 그는 뜻밖에 공대생이 됐다. 졸업하고 8년 남짓 직장생활을 하던 2005년, 회사를 창업해 독립한 뒤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이젤 앞에 다시 섰다. 다른 일은 모두 잊고 오로지 새하얀 도화지를 채워나가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더욱이 그리면 그릴수록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김 대표는 그림을 그리듯, 경영을 한다. 기업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매순간 그때마다의 화두로 선을 긋고 선택이라는 색을 더했더니, 그 선택이 하나둘씩 모여 지금의 ㈜오디에이테크놀로지를 만들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는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산업용 설비나 완제품 제조후에 특정 전압이나 전류에서 해당 제품이 최적의 성능을 내는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데 전력전자계측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동차, IT, 철강, 전자 등 전 산업계에 필요한 전력전자계측기기 시장은 국내 규모만 10조 원을 웃도는 방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외업체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오디에이테크놀로지(대표 김정석, 이하 오디에이테크)는 이 독점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강소기업이다. 2005년, 프로그래머블 DC 파워서플라이 국산화를 시작으로 2008년 스위칭타입 프로그래머블 DC 파워서플라이, 2011년 프로그래머블 DC 일렉트로닉 로드, 최근에는 충·방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국산화에 성공하며 외산 중심의 독점 구도에 크고 작은 균열을 내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08년 12억 9,000만 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적게는 80억 원, 많게는 90억 원을 웃돌 전망이다. 직원도 60명 규모로 늘었다. 김정석 대표는 “공격적인 R&D투자는 물론, 꾸준한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젊은 기업문화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성과를 내는 것일 뿐”이며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화두Ⅰ기업문화
젊다는 것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라는 것이다

김정석 대표의 강한 자신감 뒤에는 오디에이테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든든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잔업 지시를 따로 하지 않는다. 일이 많으면 직원들이 스스로 남아 일을 하고, 생산팀에 일손이 모자란다 싶으면 영업팀 등에서 여유가 있는 직원이 흔쾌히 일을 돕는 게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납기가 촉박하면 전 팀이 모여 납기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결정이 나면 자발적으로 착착 진행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젊은 문화가 정착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젊다는 의미 아닐까요? 기업문화라는 게 작정하고 만든다고 생겨나는건 아니더라고요. 다만 창업 초부터 저를 포함해 4명의 창업 멤버들이 역할은 나누되, 일을 서로 미루지 않고 언제나 내 일처럼 자발적으로 하던 것이 사내에 자연스럽게 퍼지고 정
착한 것 같아요.”
‘오너’가 아닌 ‘리더’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너가 소유의 개념이라면 리더는 함께 가는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 팀마다 리더가 있고, CEO는 이 팀 전체를 아우르는 또 한 명의 리더라는 것이다. 또한 각 팀 리더에게는 팀 전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인력 채용부터 진급, 급여 인상에 이르기까지 팀을 이끌기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을 줬다는 것이다.
“저희는 팀별로 운영하기 때문에 팀과 팀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팀장이라고 생각해요. 팀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어떤 팀원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승진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등은 함께 일하는 팀장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죠. 중소기업 대표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소소한 일까지 직접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CEO는 그야말로 기업의 비전과 방향 등 큰 그림을 그려야죠.”
물론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도 있는 법이다. 이곳에도 “우리 회사는 CEO가 4명”이라며 퇴사한 직원이 있었다고. 김 대표는 “모든 직원이 능동적으로 일하는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는 직원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런 직원은 스스로 수동적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때 김 대표의 고민이 깊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나무가 있으면 장성한 나무도 있어야 하듯, 기업도 젊고 도전적인 직원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할줄 아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신구(新舊)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채용한 경력직 직원들이 사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해버리는 일이 몇차례 반복됐다. 김 대표는 이들의 열정이 다르고 이미 익숙해진 매뉴얼을 버리지 못해 당사의 젊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 장고 끝에 ‘신구의 조화’가 필요하더라도 억지로 끼워 맞추지는 말자고 결론 내렸다. 그때부터 그는 직원들의 나이나 경력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대신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으로 키우면서 젊은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정석으로 알고 있는 경영 이론이 모두 당사에 맞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화두Ⅱ동기 부여
직원이 경영자와 같은 마음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것은 모든 경영자들의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일본 교세라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도 자신의 책에서 “경영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혼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규모에 상관없이 회사를 발전시키려면 경영자와 같은 마음으로 일해줄 직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고민도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신나게 할 수 있을까? 그가 찾은 답은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동기 부여라는 게 별 게 있습니까.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잘하면 잘했다고 상주고, 그러면 직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일하더라고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방법은 간단하다.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는 월급 인상이나 승진 등으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는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현재 오디에이테크는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열정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누구나 이사로 등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는 3명의 직원이 이사 등재를 확정했다. 또, ‘직원 700명, 수출 300억 원, 전체 매출 1,000억 원’이 되는 때에 자신이 퇴임하겠다는 것을 공표해뒀다. 그때 사내 직원들 중에서 대표를 선출하고, 만약 사내에 대표를 할 만한 인물이 없다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계획을 밝혔다. 뿐만 아니다. 회사에 가족을 임의로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는 김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창업멤버도 마찬가지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른바 낙하산을 태우는 것은 기업이 쇠락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일련의 약속과 실천은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기술연구소에서 재직 중인 정광석 대리의 예를 전했다. 고교시절 실습생으로 방문해 사내 분위기와 비전에 반한 그는 2007년 겨울, 졸업도 하기 전에 생산팀 직원으로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전자회로에 매력을 느낀 그는 짬짬이 연구소를 찾아가 회로를 보는 기본 방법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새벽 2~3시까지 연구소에 머물면서 공부에 몰두했다. 그러기를 2년여, 결국 정 대리는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인정받는 연구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원하는 기회를 얻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회사라는 걸 정 대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정 대리의 이 같은 성장에는 연구소 직원들이 그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오디에이테크만의 분위기가 단단히 한몫했다.
“대부분의 회사 임금체계가 자신의 기술이나 노하우,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임금을 정하는 식이에요. 자연히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되죠. 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상대에게 가르쳐줄 수 없어요. 부서간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팀-영업팀 간의 트러블이 잦은 것도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다릅니다. 내 기술은 이미 나의 것이니 모두가 공유하고, 나는 더 나은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러니 누가 물어보더라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겁니다. 내겐 효용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효용이 있다면 전수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실컷 키워놓으면 더 큰 회사로 이직한다고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대표들이 있는데, 이직할 것을 걱정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회사도 발전할 수 없어요. 직원을 키우고 선택할 기회를 준 다음, 당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나가는 것이 회사를 더 크게 발전시키는 동력이지 않을까요?”

화두Ⅲ지속가능한 경영
독자 브랜드, 완제품, 기술투자, 그리고 초심

김정석 대표는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독자 브랜드, 완제품, 기술개발(투자)’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창업 초부터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많게는 매출의 12%를 R&D에 투자하며 기술력을 다져온 데는 이 같은 신념이 작용했다.
실제로 오디에이테크의 성장은 제품개발과 함께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프로그래머블 DC 파워서플라이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두각을 드러냈고,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스위칭타입 프로그래머블 DC 파워서플라이(EX시리즈)를 개발, 외산 대체에 성공하면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EX시리즈는 세계 세 번째 개발품으로, 리니어 타입에 비해 크기가 4분의 1로 줄고 무게가 5분의 1로 가벼우면서 노이즈가 적다고 인정받았다.
2012년에는 2011년에 개발한 프로그래머블 DC 일렉트로닉 로드를 기반으로 고성능 전기차용 충·방전 시험장비 국산화에 성공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 같은 제품 출시와 함께 시나브로 매출도 늘어서 올해는 80억~9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태양열 발전용 집열판소자 시험장비를 위한 신제품을 출시한 데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프로그래머블 AC 전원공급장치 개발을 완료해 가전제품, 조명 등과 함께 올 7월부터 상용화에 나서면 기대 매출이 더 커질 전망이다.
“아직은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것을 벤치마킹해 국산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그동안 국내 시장을 점령해온 휴렛팩커드나 아메텍, 일본 기쿠수이 등과 경쟁하며 이들의 독주를 막는 데 집중해온 거죠. 여전히 개발해야 하고, 개발하고 싶은 제품이 많습니다. 자신도 있고요. 이제부터는 하이엔드 제품으로 정면승부에 나설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더 나은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마음에 새긴 초심은 ‘내가 직장생활할 때 느꼈던 생각, 직원으로서 회사에 바랐던 것’을 최대한 회사에 구현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는 항상 직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고. 사내에 젊고 활기찬 분위기,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이 같은 그의 생각과 노력이 직원들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회사는 제 소유가 아니라 제 미래입니다. 회사가 성장해가는 것이 곧 저의 미래가 되는 거죠. 간혹 회사가 잘되면 제 몫부터 챙기려는 CEO들이 있는데, 이러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회사에서 저의 몫은 성장 로드맵을 그리는 겁니다. 그게 저도 살고 직원도 사는 길이죠.”
요즘 김 대표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33,000㎡ 규모의 공장을 마련하고 그 옆에 널따란 잔디축구장을 만들어 수요일 오후마다 전 직원이 함께 축구하며 즐거워하는 풍경이다. 축구에서 팀플레이가 승패를 좌우하듯이, 전 직원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머지않아 이 행복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김 대표와 직원들의 행복한 그림 그리기, 현재진행형이다.

김정석 대표가 귀띔하는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회사보다 일을 선택하는 당신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무게중심을 두는 당신이야말로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다. 회사 이름보다는 일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훨씬 더 넓은 무대가 나타난다. 회사에 따라 자신을 맞추려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따라 회사를 선택하면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스스로 발전하는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열정을 먼저 보이는 당신 어떤 회사를 다니건, 어떤 일을 하건, 중요한 것은 스스로 솔선수범하고 열정을 보이는 것이다. “제가 먼저 할게요”라고 외치는 당신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환영받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열정은 업무 효율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나를 더 나은 위치로 올려주는 발판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처음 마음, 끝도 같은 당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비단 대표뿐만이 아니다. 회사의 구성원 모두 처음과 같은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건 두말 하면 잔소리. 입사했을 때의 첫 마음,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잊지 말아야 스스로 성장하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

이은정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606기사작성일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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