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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마음껏 상상하고 고민하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서프보드로 세계를 제패한 ㈜우성아이비 이희재 대표

 

상상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상상의 산물로 둘러싸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퇴근할 때 타고 나니는 지하철과 자동차, 늘 손에 쥐고 사는 스마트폰, 이제는 일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각종 컴퓨터 관련 기기들…. ㈜우성아이비의 이희재 대표는 ‘상상력을 담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성공하는 기업의 비결’이라고 믿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일치감치 수상레저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며 25년째 매진해왔다. 그는 ‘보트는 하늘을 날 수 없을까’, ‘카약은 왜 손으로만 저어야 할까’, ‘알래스카에서 래프팅을 하면 어떨까’ 등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상상을 결국 현실로 만들어낸 인물. 국내 유일무이한 수상레저 기업인 우성아이비를 현재 60여 개국에 수출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오늘도 집무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강으로 바다로 떠나기 좋은 계절, 상상력을 엔진 삼아 인생의 돛을 띄운 우성아이비의 이희재 대표를 만났다.

인문학적 발상이 곧 기업의 힘이다
집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 방의 주인이 남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임금이 앉는 어좌(御座)처럼 몇 개의 단을 쌓아 견고한 나무의자를 놓아두었는데, 여기에 앉으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통창을 통해 가까이는 한국GM 부평공장과 산업단지, 멀리는 원적산과 관모산이 보였다. 대개의 CEO들은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증명하듯 수상한 표창과 훈장, 트로피 등을 잘 보이게 장식해두는데, ㈜우성아이비 이희재 대표는 달랐다. 집무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른바 ‘생각하는 의자’다.
성공한 CEO의 자리는 모두가 탐내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천금 같은 무게를 홀로 감내해야 하는 가시방석이다. 그때마다 이 대표는 이 의자에 앉아 시름을 덜어내고, 자신만의 공상에 몰두한다고 했다. 출장길에도 어김없이 소설책을 챙길 정도로 독서광인 그는 여기에 앉아 소설이나 동화, 신화를 읽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마음 가는 대로 공상의 날개를 펼쳤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플라잉 피시(flying fish)’다. 여름철 바닷가나 호수에서 스릴 넘치는 수상 스포츠로 인기가 많은 이 제품을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
“새로운 제품은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닙니다. 시장과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는 항상 틀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왜 보트는 하늘을 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모터보트가 시속 30노트로 끌고 달리면 공기저항으로 인해 보트는 수면 위로 6m까지 떠올라 날아갑니다. 바나나 보트의 스피드와 패러세일링의 쾌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제품이죠.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수상레저로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에서의 해외특허도 우성아이비가 갖고 있습니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엉뚱한 상상력의 산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 위를 달리는 자전거를 상상하며 손 대신 발로 노를 젓는 ‘미라지 카약’을 만들었고, 영하 4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원단을 개발해 알래스카에서도 래프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공기주입식 기술을 이용한 카우 매트리스(Cow Mattress)는 밴쿠버대학에서 6개월간 연구한 결과, 매트리스를 사용한 젖소의 우유 생산력과 DHA 함유량이 30%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현재는 이동과 보관이 편리한 공기주입식 유아용 카시트를 만들어 볼보(Volvo)와 납품을 협의 중이다.
“20년 넘게 보트를 만들며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수상레저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사실 제가 상상하는 것은 그 이상입니다. 우성아이비의 미래는 수상레저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기주입식 제품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니까요. 식탁, 가구, 책상, 의자 등 모든 분야의 제품 제작이 가능합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도태하는 거 아닐까요? 엉뚱한 상상도 마음껏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면 현실이 됩니다. 인문학적 발상이 곧 기업의 힘입니다. 기업가는 소설가 버금가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순수 기술력, 자체 브랜드로 꽃피우다
세계 수상레저 업계에서 ‘살아 있는 신화’로 통하는 이 대표. 그의 엉뚱한 상상력은 공기주입식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단위당 공기 압력을 나타내는 PSI(Pound per Square Inch)로 제품의 안전성과 강도를 알 수 있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강도가 강하다. 통상 우리나라 특수부대인 UDT 대원들이 타는 고무보트는 3PSI 정도. 이에 반해 우성아이비의 제품 강도는 최대 17PSI까지 견딜 수 있게 제작된다고 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5배나 단단한 셈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그가 이끄는 우성아이비는 세계 수상레저 업계에서 소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만큼’ 유명하다. 공기주입식 서프(SUP : Stand Up Paddle) 보드와 보트, 구명조끼와 워터파크 제품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연 매출이 400억 원에 육박한다.
“수상레저는 물과 직접 맞닿는 제품이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 인증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이러한 인증이 없을 경우 해외통관이 불가능하거나, 수출을 하더라도 반품되기 일쑤지요.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해 우리도 초창기에는 여러 차례 애를 먹었습니다. 500~600페이지에 달하는 우편번호 책보다 두꺼운 인증 책자를 일일이 번역해서 유럽의 통합품질인증(CE)과 북미의 해양제조산업협회(NMMA) 등 여러 인증 테스트에서 합격했습니다. 못 하나부터 노걸이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품을 직접 개발했지요.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보트연구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현재는 110여 개가 넘는 관련 산업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 대표가 세계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한 효자 상품은 공기주입식 고무보트 ‘제벡(ZEBEC)’이다. ‘대서양의 범선’을 뜻하는 제벡은 ISO9002와 CE마크를 획득함으로써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단초를 열어주었다. 현재 60여 개국에 수출하며, 세계 래프팅 선수권대회에서 공식 보트로 사용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조디악(Zodiac)과 영국의 에이본(Avon)사와 함께 우성아이비가 당당히 세계 5대 브랜드로 꼽힌다. 제벡의 탄생이 성장의 신호탄이었다면, 공기주입식 서프 보드는 현재의 우성아이비를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무겁고 이동이 불편했던 기존 서프 보드의 단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제품으로, 공기주입식이기 때문에 4m에 이르는 커다란 보드도 바람을 뺀 뒤에 돌돌 접어 가방에 간편하게 넣을 수 있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탈 수 있는 데다 카약, 피싱, 요가와도 접목할 수 있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수상레포츠 중 하나다.
“중국 제품이 잠식해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력에 밀리던 상황이라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습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수상레저의 한 종목으로 서프 보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공기주입식은 전무한 상태였지요. 이때 아무도 하지 않던 공기주입식 제품을 과감히 개발했고, 지금은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선 최고 히트작이 되었습니다. 2011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매년 3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 중입니다.”

거침없는 항해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 사람이 상상하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그것을 목표로 전진할 때는 반드시 현실이 된다. 이 대표는 종합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지내던 30대 시절, 노출을 금기시하는 중동에서도 수상레저가 발달한 것을 보고 일찌감치 이 분야의 밝은 미래를 꿈꾸었다. 수상레저용 보트라고는 호수 위의 오리보트가 고작이었던 시절, 지하 단칸방에서 4명의 직원과 자본금 1억 원을 가지고 1992년 우성아이비를 설립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보트를 가져다 무작정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수천번, 어렵게 기술을 독학하고 드디어 샘플을 완성했다. 그러나 창업자금은 일찌감치 바닥이 났고, 직원들 월급은 다섯 달이나 밀렸다. 그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보트 개발에 애착을 가졌던 직원들이 카드 대출을 받아 개발 자금에 힘을 보탰다.
“어렵게 해외전시회에 나갔지만 ‘한국에서 만든 건 믿을 수 없다’는 냉담한 반응만 듣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스페인의 한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물건은 마음에 드는 눈치였는데, 문제는 안전성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물론 국내 어디에서도 안전성 테스트를 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실전 테스트를 제안했습니다. 바이어를 눈 내리는 한강에 직접 데려왔죠. 저와 직원들이 몸무게를 잰 뒤 보트에 승선했습니다. 전 직원이 모여도 목표 중량인 1,000㎏을 채울 수 없어서 급기야 임직원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동원했습니다. 결국 모든 부분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보트 안에 물을 가득 채우고 사람을 저울추 삼아 무게중심, 부력, 공기압, 복원 능력의 우수함을 증명한 것. 바이어는 미친 짓이라고 혀를 내둘렀지만, 결국 4,000만 원어치를 발주했다. 감격적인 첫 수출과 함께 업계의 큰손으로 이름난 바이어의 신뢰를 무기 삼아 우성아이비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직원들이 현장 테스트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사내 동호회 직원들이 국내 카약, 카누, 서핑 대회에서 심심치 않게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다. 해외전시회 및 대회 참가는 물론 수출이 90%에 달하는 까닭에 140명 직원의 3분의 1이 항상 해외에 있지만, 우성아이비를 세계 1위의 수상레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그들의 열정과 도전은 언제나 뜨겁다.
“중소기업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편할 날이 없지요. 대기업과는 달리 살아남으려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요즘 미국은 물론 한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스포츠가 서핑보드입니다. 지난해부터는 유럽 정통 수상레포츠 브랜드 미스트랄(Mistral)을 국내에 론칭했습니다. 1976년 윈드서핑을 모태로 탄생한 브랜드인데, 우리를 파트너로 삼아 2년간 로열티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여가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글로벌 수상레저 그룹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상상력을 엔진 삼아 전 세계의 물길 위로 인생의 돛을 띄운 우성아이비의 이 대표, 그의 진짜 항해는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이희재 대표에게 배우는 블루오션 전략
"세상은 미래를 꿈꾸는 자에게만 길을 내어준다.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누구보다 잘해갈 것 같은 자신감, 이게 성공의 종자다."

우리나라는 수상레저 산업의 불모지에 가깝다. 창업의 계기가 궁금하다.
종합무역상사에 근무하며 중동에서도 수상레저가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노출을 금기시하는 그곳에서도 카약을 타고, 래프팅을 하더라.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면 자동차, 7,000달러면 침대, 1만 달러면 수상레저가 뜬다는 ‘공식’이 이미 있었다.

현재는 자체 기술력이 상당하지만 창업 당시에는 어떠했나?
아무런 기술도 없었다. 처음에는 양복 만드는 것처럼 재단을 잘하고 접착제를 붙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당시 직원 월급이 40만 원이었는데, 열 배가 넘는 400만 원을 호가하는 유명브랜드 보트를 모조리 사들였다. 1년 넘게 분해하고 조립하며, 겨우 샘플을 완성했다. 하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바람이 새거나 균형이 맞지 않아 물에 빠지는 등, 수백 번 넘게 시행착오를 겪었다. 산업초기라서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그동안 제작한 보트 매뉴얼로 보트학과를 만들어도 될 만큼 노하우가 쌓였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수출을 목표로 한 것이 남다르다.
OEM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 수는 있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창업때부터 제품보다 ‘제벡(ZEBEC)’이라는 브랜드를 먼저 만들었다. 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자체 브랜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출에 매달렸다. 현재 150종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 60여 개국에 생산품의 90%를 수출하고 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60개국에 수출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모두 갖췄다는 말이다.

바이어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것 같다.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
제품 개발마다 맞춤 사양을 지향한다. 우리 직원들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한겨울에도 얼음 깨고 들어가서 보트 테스트를 할 정도다. 하지만 개발을 잘해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 초창기에 ‘한국 중소업체가 만든 보트를 타면 죽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리 모터쇼였는데, 그날부로 ‘세계 어디든 찾아가 무상수리를 해준다’고 써 붙였다. 실제로 스페인이나 두바이에 단 한 건의 수리 때문에 해외출장을 보낸 적도 있다. 이런 사후 A/S 덕분에 바이어와의 신뢰가 더 돈독해졌다.

자체 브랜드인 만큼 인지도 향상을 위해 홍보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
2015년 5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10대 서프레이스 대회 중의 하나인 ‘로스트 마일즈(Lost Mills)’에 공식 스폰서로 나섰다. 국내에서는 한강공원에서 서프보드 및 카약 무료체험 행사를 여름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고아웃 캠프에도 나갔다. 해외에서는 이미 서프를 활용한 크로스핏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에서 도입될 것이라 내다보고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자와 후배 기업인에게 실질적인 조언 한 말씀 부탁한다.
기업을 이끌며 그 속내가 편한 사람이 있을까? 세상은 미래를 꿈꾸는 자에게만 길을 내어준다.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초기에 나는 벽에 이렇게 붙여놨다. ‘졸리면 자고, 눈뜨면 일한다.’ 패기 하나로 시작해 주춧돌을 놓는 심정으로 25년의 세월을 보냈다. 보트 만들기를 내 사명으로 여기고, 누구보다 자신감을 갖고 매달렸다. 성공하는 기업이 가져야 할 첫 번째 자질이 자신감이다. 제품에 자신감을 가지면 승부욕이 발생한다. 이런 열정을 지속하면 된다. 그리고 이제 와 돌아보니 여기에 사명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분야에서 유효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누구보다 잘해갈 것 같은 자신감, 이게 성공의 종자다.

이계선 객원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522기사작성일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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