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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플라스틱, 멈출 수 없는 변신의 유혹
플라스틱 정밀사출 선도기업 ㈜에이티에스 이재진 대표

 

인류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플라스틱 사회를 창조해냈다. 현대인은 플라스틱 매트리스 위에서 일어나 플라스틱 칫솔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 컵에 물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상복의 상당수가 플라스틱 섬유이며, 가전제품은 물론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내외장재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일상용품 중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제품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를 정도다. 그동안 플라스틱은 값이 싸고 가볍고 가공하기 쉽다는 이유로 저평가되어온 게 사실이지만,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미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에이티에스의 이재진 대표에게 변화무쌍한 플라스틱 소재는 사업 성공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강력한 마법 같은 존재.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 클립 및 패스너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플라스틱 정밀사출 선도기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쌓고, 2016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중국, 인도, 유럽, 멕시코 법인을 설립하며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그를 만났다.

결코 가볍지 않은 플라스틱의 무게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라는 친숙한 광고 카피처럼, 우리가 쓰는 일상용품에도 경량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자동차도 마찬가지. 자동차 무게가 10% 줄면 연기는 3% 이상 향상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그만큼 줄어든다. 가속, 제동, 조향 성능이 향상되고, 각종 부품의 성능과 수명은 늘어난다. 연비가 높으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차를 만들기 위해서 더 튼튼하고 가벼운 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까닭에 과거와 달리 요즘은 내구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소재가 철강재를 대신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려면 수지를 용융시켜 금형에서 굳힌 뒤 원하는 형상을 얻는 사출성형 공정을 거칩니다. 물성은 뛰어나지만 아직 성형 가공이 어려운 소재도 많고, 디테일을 살리면서 마감까지 깨끗해야 하지요.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자동차 내외장재를 차체와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삽탈거력, 치수정밀도를 설계 단계부터 세심히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재진 대표가 이끌어나가는 ㈜에이티에스는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자동차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플라스틱 정밀사출 선도기업이다. 2004년 설립 이후 자동차 엔진 주변 부품을 시작으로 LG화학과 거래를 시작해 사업 초기부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초창기의 주고객은 LG화학이었습니다. 엔진 부품인 만큼 품질도 까다로웠고 원가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았지만, 자기 일처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손길이 많아 초기 어려움은 잘 헤쳐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인 전략 강화를 위해 자동차 클립과 패스너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았습니다. 저희가 국산화에 성공시키기 전에는 NIFCO, ITW 등 세계 유수 기업이 배짱장사를 하고 있었지요. 그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과 납기의 안정성 등을 성실히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가 개발되는 상황에서 이에 부합되는 제품을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통상 자동차 한 대에 사용되는 클립과 패스너는 50종이 넘는 데다, 신제품의 테스트 기간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제품은 차량의 안정성과 내부소음 등과 직결되는 만큼, 고도의 정밀성은 물론 사용조건별로 특화된 제품개발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매년 30여 종이 넘는 신제품을 개발하며 현대·기아 자동차에 사용되는 제품의 50%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켜왔다.
“중국시장 진출 후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업체가 자사 클립에 문제가 생겨, 우리가 만든 자동차 클립을 적용해 납품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들에게는 굴욕으로 남았겠지만 우리에게는 호재였지요. 업계에서 손꼽는 선도기업조차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니까요.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고품질의 제품은 세계 어디서든 통한다
현재 에이티에스가 생산하는 플라스틱 클립과 패스너를 공급받는 곳은 자동차, 화학, 철강, 중공업 등 대기업 및 협력사를 포함해 국내외 100여 곳이 넘는다.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제품개발에 매진해온 에이티에스는 특히 기존의 금속 클립을 대체할 수 있는 융합 클립 개발을 통해 자동차 경량화와 원가절감에 일조하면서 2016년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미래를 이끌어갈 신소재로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의 사업 전망도 밝다.
“독일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강소기업 중심의 탄탄한 제조업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취지에서 월드 클래스(WORLD CLASS)에 해당하는 300개 업체를 집중 육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에 만족하지 않고 ‘월드 클래스 300’에 들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Advenced Technology Total Solution’이라는 사명처럼 플라스틱 정밀사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합니다.”
이 대표의 말처럼 꿈꾸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꿈은 망상이다. 차량용 부착물 고정장치 특허출원 및 자동차용 고정클립 디자인권을 획득한 에이티에스는 앞선 기술력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2008년 중국 베이징 법인을 시작으로 현재 인도, 슬로바키아, 멕시코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시장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다.
“대학에서 화공과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오랜 시간 한 우물만 파왔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설립하고 보니 해외진출에 성공해야 ‘계속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처음 중국 법인을 설립할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냐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지만, 지금 보면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일례로 에이티에스의 인도 법인이 있는 첸나이의 경우, 자동차산업이 비약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도시다. 현대와 기아를 비롯해 포드, 닛산, 혼다, 토요타 등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시장이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입지조건이 좋아 기업 간 거래(B2B)가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에이티에스는 인도 현지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며 순항 중이다. 현지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글로벌 업체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며 점차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것이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꽤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각 나라별로 법률은 물론 각종 규제가 다르고, 현지 문화와 민족성도 제각각이니까요. 법인 설립 후 초기에는 즉각적인 매출을 발생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내수시장을 타개할 방법은 해외에 있습니다. 그동안의 지속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수출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흐르는 물처럼, 성장도 나눔도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IMF 때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하지만 일찌감치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사업 다각화에 집중한 결과, 에이티에스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동차 엔진 부품과 연료 부품 등이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국내 거래선의 내부적인 전략 변화로 매출은 급감하고 수익은 계속 악화되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불가피하게 영천 공장을 매각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이후 300여 종이 넘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제품 다변화를 꾀하고 해외 거래선도 꾸준히 발굴해 다행히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 운영에 있어 ‘한방’은 어디에도 없다고 믿는 이 대표. 설립 초기부터 항상 새로운 제품의 발굴과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는 지난 12년간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2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150명의 직원으로 불어났고, 자본금 4억 원에서 시작해 2015년에는 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얼핏 보기에 어른 엄지손톱만 한 자동차 클립 및 패스너 제품이지만, 기업의 성장세는 작은 거인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사이즈에 반비례하는 기능만큼은 탄탄한 내실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어 생산량이 늘어나도 이제는 인력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의 기계는 항상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하고 제한된 시간 동안에만 가동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사람이 없어도 기계가 알아서 작동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24시간 주·야간으로 기계를 살펴보고 관리하며 풀가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경영만큼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대목입니다. 회사가 성장하기까지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먼 타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또 어떻고요. 아직까지 직원들이 원하는 복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 많이 나누고 베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원거리 근무자를 위한 숙소 제공과 직원들의 단합을 위한 동호회 지원, 해외근무자 가족 왕복비행기 티켓 제공, 자기계발을 위한 어학비 지원 등의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한 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 회장을 역임 중인 그는 장애인복지관 정기후원 등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물이 자연스레 흐르지 않고 흐름이 멈추거나 한 군데에서 고이면 탁해지고 썩는 것처럼, 나눔도 그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가 월급을 받을 때는 내 가족에 집중했습니다. 아이 학원 보내고, 집 넓히고.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위치에 와 있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비슷합니다. 제품설계부터 생산, 영업, 물류, 재무 등 전반에 걸쳐 어느 하나 소홀하면 안 되지요. 신제품 개발은 물론 신규영역을 확장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이를 직원과 사회와 나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재진 대표가 귀띔하는 R&D 투자의 중요성

"제품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살아나갈 기반이자 외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플라스틱 사출성형에 있어 기술 노하우가 상당한 것 같다.
아무래도 화공과 출신으로 자동차 부품 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로서의 마인드가 강하다. 회사를 다닐 때 고내열 특성이 요구되는 엔진룸과 관련 부품에 전용되는 신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창업을 결심했고, 사업이 안정될수록 자체 기술력이 절실했다. 기업 경영을 전쟁에 비유하자면, 경영자의 기술 노하우는 중요한 ‘무기’라고 말할 수 있다.

엄지손톱만 한 클립과 패스너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 관련 개발을 하던 당시, 외국의 유수 업체가 샘플도 가져다주지 않고 가격도 제멋대로 올리는 것을 보며 부아가 치밀었다. 자동차 부품 중 크기는 작은 축에 속하지만 필요성만큼은 절대적이었던 까닭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내 사업을 하면서 다른 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업 안정화를 위해 자동차 엔진 부품군을 꾸준히 납품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자동차 클립과 패스너 개발에 매진했다.

작은 플라스틱 부품인데도 사용되는 분야가 무궁구진하다.
플라스틱 소재 산업은 20세기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만드는 플라스틱 클립과 패스너는 철강재에 비유하자면 볼트와 너트 같은 역할을 한다. 무게는 작게 나가지만 그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동차에서는 차량의 차체와 내외장재를 고정시키는 데 사용되며, 화학이나 철강, 중공업 분야에서도 각종 설비를 잇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만큼 이음새 등이 완벽해야 미세한 뒤틀림이 없고, 물이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설비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다.

매년 과감하게 R&D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은 항상 새로움을 요구한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고기능성, 경량화를 추구하는 신소재 개발이 화두가 된다. 한 대의 자동차에만 50여 개가 넘는 클립과 패스너가 사용되는 만큼 연구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신제품을 위해 직접 금형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자동차와 같은 거대산업은 중소기업의 의지만으로는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 하지만 보다 활발한 대기업- 중소기업 컨소시엄을 통해 기술개발 및 시장 확보에 힘쓸 수 있다고 믿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앞으로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적 한계를 극복할 소재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더 가볍고, 강하고, 얇고, 밀도가 높고, 유연하고, 단단하고, 내열성이나 내마모성도 좋은 소재를 찾아야 한다.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신규영역 확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의 발굴 및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에이티에스는 앞으로도 정밀사출 분야의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장기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기업나라』 독자나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소재기술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새로운 차원의 소재개발은 새로운 문명세계와 맞닿아 있다. 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기만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 믿는다. 또한 직장을 찾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젊음을 투자할 수 있는 강소기업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계선 객원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905기사작성일 :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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