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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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때가 좋아서, 때가 나빠서, ‘우리는 하나’여서, 좋았다
가스켐테크놀로지㈜ 조창현 대표

 

1년 반 전쯤, 가스켐테크놀로지㈜는 제3공장을 준공했다. 조창현 대표가 맨손으로 일군 회사는 25년 동안 천안, 익산을 거쳐 진천까지 입성하며 산업용 가스업계가 부러워할 만한 모범 사례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업계 최고라는 명성보다는 업계가 가장 부러워할 만한 스탠더드 회사가 되고 싶다는 조 대표의 경영철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산업용 가스업계의 특성상, 겁내지 않고 투자할 수 있었던 자신감에는 늘 신의와 사람이 먼저라는 조 대표의 기업가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가족, 직원, 지역까지 확대되는 그의 기업가정신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문근 차장이봉수 회장에게서 배우다
1984년, 33년 전 일이다. 공업화학을 전공하고 탄약관리 기술장교로 3년 9개월 동안 군생활을 했던 청년 조창현은 전공을 살려 잠깐 현대자동차를 다닌 후에 한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가 입사한 곳이 바로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에어프로덕트사와 국내 합작법인인 한국산업가스였다. 신입사원 조창현은 응용기술부에 근무하다가 특수가스부라는 신생부서에 배치된다. 그런데 해당부서 소속 직원은 최문근 과장과 조창현 신입사원 단 둘뿐이었다.
“오전 7시~7시 30분쯤 출근해서 마지막 퇴근은 늘 과장님과 제 차지였어요. 저희가 퇴근할 때가 곧 회사 셔터 내려오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 와중에도 과장님은 모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였고, 당시에 시작한 특수가스사업부 마케팅에서부터 미국 현지공장 견학을 다녀온 후 특수가스 공장을 설계하고 공장이 완공된 후에는 제품 영업까지 이어지는 모든 밑바탕을 닦으셨죠. 그렇게 3년 동안 고생해서 1차 공장을 지어놓고 차장님으로 승진하셨으나, 워낙 업무능력이 뛰어난 분이다보니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어 가셨지요. 저에게 모든 업무의 기초를 가르쳐준 최고의 사수이셨습니다.”
그렇게 최문근 차장이 그만두게 되면서 졸지에 3년 차 대리 조창현은 부서의 매니저가 되었다. 당시로서는 산업용 특수가스 생산이라는 신기술을 최초로 국산화하면서 그야말로 과제마다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국산 산업용 가스의 대만 수출이라는 쾌거까지 이루어냈다. 그런가 하면, 기업이 실리에만 연연하지 않고 국가적 산업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기업가정신을 가르쳐준 이도 있었다. 한국산업가스의 설립자인 이봉수 회장이 그런 존재였다.
“이봉수 회장님은 서울 신일중고교인 학교법인 신일학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큰 기여를 하신 분입니다. 제가 사회에 나와서 본 모범적인 CEO상을 알려주신 분이죠. 온화한 성정을 지니셨고, 검약이 몸에 배인 분이십니다. 하지만 기업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요소요소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를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난 분이기도 하셨습니다. 산업가스라는 분야를 선택하신 것도, 다른 재력가들은 위험하다며 기피했지만, 시대적으로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산업이라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셨죠. 그런 모습이 저에게는 CEO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귀감이 되었습니다.”

12명의 창립멤버 동고동락 마다않고 회사를 키우다
첫 직장이나 다름없는 한국산업가스는 당시 조 대리에게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회사였다. 그러나 1989년 예기치 않은 일이 발목을 잡았다. 급작스레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업이 위기에 처하면서 장남 역할을 위해 퇴사를 결정해야만 했다.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였던 셈이다. 그런데 3년을 채 넘기지 않고 가업을 원상회복시킨 후 천안에서 지금의 가스켐테크놀로지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1992년 12월 17일에 창업하여, 12명의 인원으로 연간 8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만들었죠. 창업 당시부터 10년 정도 동업을 유지하다가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고 제가 CEO가 되었지요. 초창기에는 대리점 매출이 중심이었는데, 이를 직거래 구조로 바꾸는 사업에 힘을 쏟았어요. 이를 위해 제일 중요시하게 여겼던 경영방침이 바로 안전이었습니다. 안전이 우선이 되면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그것이 곧 신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있었죠.”
사업 초창기 산업용 가스의 1차 시장은 유명 메이커가 점유하고 있었다. 가스켐테크놀로지는 2차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2차 시장에서 활약하는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은 메이커와 격차가 너무도 크던 시절, 조 대표는 안전을 화두로 삼으며 업계의 관행을 안전 중심으로 재편했다. 가스통을 눕혀 싣던 횡적 방식을 세워서 싣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횡적은 많이 실을 수는 있지만 급커브에서 가스통이 튕겨져 나가는 등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컸다. 조 대표는 안전을 제일의 가치로 여겼지만, 세워 싣기 위해서는 기존의 트럭을 개조하고 리프트게이트도 만들어야 하는 등 투자부담이 따랐다. 그러나 조 대표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결행했다. 뿐만 아니라 가스의 순도를 측정하고 품질 확인과 보증을 할 수 있는 각종 분석기를 구비했다. 결과적으로 과감한 선투자는 마침내 동종업계의 변화를 통한 동반성장이라는 효과를 낳았다.

“초창기에는 대리점 매출 비율이 80% 이상이었는데, 횡적이라든지 분석실을 운영하며 순도를 측정하는 등의 활동에 힘입어 직거래가 높아지는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대리점 중심으로 가면 매출채권은 안정적일 수 있지만,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는 힘듭니다. 대리점과의 관계만 생각하다 보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투자를 하거나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기 어렵고, 전문적인 안전관리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직거래 덕분에 창업 1년 만에 회사는 안정적인 매출을 내기 시작했고, 사업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12명의 창업멤버로 시작해 전 직원이 20명이 채 안 되던 그 시절, 모두가 하나라는 연대의식이 곧 회사를 성장시키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연대와 동료애를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조 대표는 소개했다.
“석유화학 공장은 2~3년에 한 번씩 셧다운을 하고 정기보수작업을 합니다. 그때 저희는 질소를 공급하여 공장 턴오프와 턴온 시에 배관퍼지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단기간에 해야 하다보니 내, 외부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작업을 하게 되면서 인근 숙박업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죠. 저희는 약 한 달 반 동안 그 작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6~10명 정도가 한 팀이 되어 한 방을 얻어 시쳇말로 함께 뒹굴게 되죠. 사장, 사원이 따로 없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데, 그때야말로 ‘우리는 하나’라는 진한 동료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동고동락하며 쌓은 동료애는 12명의 창립멤버 중 이상락 본부장을 비롯한 5명이 지금까지 회사의 임직원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위기의 순간 고객사도 전 직원도 내 것을 내려놓다
사람과 신의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자 위기 극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외환위기를 비롯한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돌아보면 가스켐테크놀로지의 제일 힘들었던 시기도 외환위기 직전이었다. 1997년 10월 말, 가스켐테크놀로지는 동종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해외공장을 세우는 사업을 벌였다. 2년여의 시장조사를 거쳐 해외공장을 추진했지만, 그 당시 매출의 30%에 준하는 손실을 입었다.
“1997년 10월에 인도네시아가 IMF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이 3.5~4배 정도 평가절하되어 우리가 추진하던 공장 건축이 결국 올스톱되었죠. 같은 해 11월에 우리나라도 IMF의 지원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안팎으로 위기가 닥치니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때 이심전심으로 직원들이 급여의 일정 부분을 반납하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죠.”
신의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 과정에서 그동안 원재료를 구매하던 미국의 에어프로덕트를 비롯한 거래처들의 신의도 잊지 못할 일이었다. 아쉬울 리 없는 원재료 기업들이었지만, 그간 거래에서 단 한 번도 어김없이 대금을 지급하던 가스켐테크놀로지를 믿고 기다려줬다. 대금지급을 3~6개월가량 늘려주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당시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의 가스켐테크놀로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직원들과 거래처 등과의 신의가 기반이 된 관계는 이후 조 대표가 위기를 맞을 때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가정신을 지닐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2008년과 2012년 금융위기가 왔을 때 저희는 많은 부분들을 시도했습니다. 이봉수 회장님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용기를 내어 투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저희 업계의 특성상 선투자가 꼭 필요한데,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저희는 익산공장을 짓게 되었고, 2012년에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다시 한 번 진천공장을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호황일 때 불황을 생각하고 불황일 때 호황을 계획하면서 기술과 인적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내일채움공제사업에 적극적으로 가입한 이유도 이 같은 이유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가스켐테크놀로지는 전체 직원의 80% 이상을 가입시켜 임원과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을 제외하고 거의 전 직원이 내일채움공제에 가입되어 있을 만큼 인재양성과 사원복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편히 가려고 하면 투자 안 해도 되겠죠. 하지만 기업가로서 제일 많이 속 썩는 일이 사람 때문입니다. 장비는 고치면 되지만, 사람을 믿고 투자하며 함께 간다는 것은 그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죠. 제 욕심이나 의지, 꿈을 이루기보다는 함께 가는 게 좋은 것이란게 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기도 합니다. 내가 속해 있는 동종업계, 산업용 가스업계에서 제가 봉사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하고 좋은 일이죠. 나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가까이는 가족, 회사의 직원, 조금 더 넓혀보면 동종업계 관계를 ‘우리는 하나’라는 개념으로 가야만 상생할 수 있고, 지속성장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 조 대표는 동종업계 최고가 되기보다 모범적이고 스탠더드한 회사를 만드는 일이 궁극적인 회사의 목표라고 했다. 이 같은 회사가 되었다는 검증은 어렵지 않단다. 직원들이 계속 근무하고 싶어 하고, 직원이 중심이 되어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의식과 주인의식이 발휘되는 그런 회사라면 목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활짝 웃었다.

My Leadership
조창현 대표

위기의 리더십
가장 어려울 때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시작이 미약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면 투자가 두렵지 않게 된다. 위기 때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가가 되고자 했던 초심을 생각하면 위축되지 않는다. 그동안 해외 공장이 무산되고 제2공장, 제3공장을 지을 때,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도 많았지만 결국 위기 때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강력하게 추진해온 리더십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익산공장과 진천공장이 우리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징표로 남은 것 아니겠나.

동고동락의 리더십
한국산업가스의 창립자이자 한국유리의 명예회장으로, 신일학원의 설립자이신 이봉수 회장을 생각하면 사회봉사와 기업의 책임을 그려볼 수 있다. 신일(信一)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신의를 제일의 가치로 여기시던 분이다. 경영자로서 그분의 외부적인 부분까지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이 회장을 본받아 우리 직원과 그들의 가족까지 내가 잘 돌봐야 한다는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한 전 직원에 대한 무한 책임의식과 연대의식이 지금의 가스켐테크놀로지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현장형 리더십
사장이라고 해서 업무지시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례로 석유화학공장 셧다운 시, 퍼지작업을 할 때 동고동락하며 함께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공장의 시설들은 현장형 리더십에 기초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경우다. 야적을 하는 운송기사들이 눈,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을 길게 내어 시설을 구비했더니 직원들이 무척 감동하더라. 사장이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안전과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402기사작성일 :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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