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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슈퍼 을이 되기까지, 이 남자의 빅 픽처
㈜서울F&B 오덕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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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히 쓰는 은어다. 분명 을인데 얼마든지 갑을 누를 수 있는 상대 혹은 갑조차 두려워하는 존재를 이른다. ㈜서울F&B는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한다. 내로라하는 기업들로부터 슈퍼 을로 인정받게 된 비결, 오덕근 대표의 대답은 단순명쾌하다. 좋은 제품 잘 만들고 직원들 위하면 된다는 것.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순환의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서울F&B 오덕근 대표는 지난해 11월, 직원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여행이 사내 복지제도 중 하나이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1,000억 원 달성 기념’이라는 명분이 더해져 더 특별했다. 놀라운 건 이 기록이 설립 12년 만의 성과라는 점이다. 2005년 첫발을 내디딘 서울F&B는 해마다 25%씩 성장했다. 제일 처음 산양유 제조로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들었고 우유, 발효유, 주스, 커피, 유음료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업계의 기린아로 부상했다. 현재는 7개 품목 23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해 서울우유, 빙그레, 롯데칠성음료, 남양유업, 코카콜라, 롯데푸드, 매일유업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에 ODM·OEM으로 납품한다.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로 사랑받는 제품도 적지 않다. 서울F&B가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오 대표는 “원했던 수식어는 아니지만 당사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겠느냐”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의 서울F&B가 있기까지, 오 대표는 몇 가지 터닝 포인트를 꼽았다. 강원도 횡성에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였던 그때, 자체 브랜드를 론칭한 그 시점, 그리고 둘째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앞의 두 가지는 어느 기업에나 있을 법한 성장과정이라는 점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까 싶었고, 뒤의 한 가지는 그 이유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확대보기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F&B의 무균충전 생산 시스템. 컵과 병 제품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설비 구축의 순간_
성장의 주춧돌을 놓다
서울F&B를 설립하고 OEM으로 성장세를 다진 뒤, 오 대표가 공들여 제일 먼저 한 일이 강원도 횡성에 부지를 마련하고 공장을 설립해 국내 최고의 제조설비를 들이는 것이었다. 유가공유 생산은 초기 시설투자 규모가 중소기업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2008년 공근농공단지에 3만 5,627㎡ 규모로 신축공장을 준공하여 위생적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반시설을 갖췄다. 특히 병 타입과 컵 타입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설비를 구축한 것은 국내 최초였다. 오 대표는 투자 규모가 수십억 원에 달해 그 자체로 모험이고 도전이었던 설비 구축이야말로 서울F&B가 성장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은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여러 곳에서 이미 수차례 검토했던 제조시설입니다. 그런데 어느 곳도 결행하지 못했죠.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새로운 설비투자야말로 우리가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시행했죠.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것에서 판가름 나는 겁니다.”
오 대표의 설비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0년에 제2공장을 신축하고 2013년에 ISO22000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듬해에는 컵과 병 타입 제품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무균충전 생산 시스템(aseptic system) 설비를 완벽히 갖추었다. 길게는 2년, 짧게는 1년마다 새로운 설비를 들이거나 업그레이드했던 것. 올 1월에도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을 위해 공장 동을 마련하고 제조시설을 새로 들여놨다.
국내 최초로 300㎖ 용량의 커피 생산이 가능했던 것도 이 같은 설비투자 덕분이었다. 서울F&B가 300㎖ 용량 커피를 선보일 때만 해도 업계 대부분이 200㎖ 용량에 머물러 있던 터라 대용량 커피가 흔치 않았다. 오 대표는 ‘소비자는 이미 사이즈 업을 원한다’고 판단하고 망설임 없이 생산설비를 들였다. 현재 300㎖ 대용량 커피 음료는 국내시장에서 매월 4,000만 개 정도 소비되는 인기제품으로 부상했고, 이 중 1,600만 개를 서울F&B에서 생산한다. 이처럼 오 대표의 과감한 투자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가능케 하며 현재의 서울F&B를 만든 탄탄한 기반이 됐고, ‘최고의 품질은 나로부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구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확대보기(좌) 서울F&B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300㎖ 용량의 커피 제품
(우) 1,000㎖의 패밀리 요구르트. 서울F&B의 효자제품 중 하나다.

자사 브랜드 론칭의 순간_
자생의 첫발을 내딛다
오 대표는 2012년 자사 브랜드 ‘이안애’를 론칭하고 건강한우유, 딸기요구르트, 플레인요구르트, 치즈요구르트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초창기부터 ODM으로 개발력을 인정받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사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운 것.
“저희는 그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했어요. 브랜드 제품은 대기업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생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저희만의 브랜드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OEM이나 ODM으로 기반을 다지더라도, 자사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업계 관행이나 혹시 있을지 모를 대기업들의 전횡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맛있고 정직하게 만든 이안애 제품은 다행히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이 성공에 용기를 얻은 오 대표는 이후 유럽 정통 리얼 드립커피 ‘카페레몬트리’, 자연 그대로 웰빙주스인 ‘100% 스트레이트 주스’, 달콤한 음료 안에 씹어 먹는 재미를 느끼게 한 ‘버블버블티’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입맛 공략에 나섰다. 이렇게 시작한 브랜드 제품은 현재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며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자생력 확보를 위한 오 대표의 전략은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일례로 그는 OEM으로 납품할 때에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곳을 뚫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다녔다. 대개 기업들은 당사에 독점 공급하기를 요구하기 마련인데, 그는 이것이 처음엔 달콤해도 변수가 생기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OEM 납품처 중의 한 곳이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것을 반대해 OEM 물량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실제로 실행에 옮겼을 때에도, 오 대표는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당장의 달콤한 안정을 포기하더라도,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생력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의 고집과 전략은 현재 국내의 내로라하는 여러 곳에 OEM, ODM으로 납품하며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는 시발점이 됐다. 자사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오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긴 전략이자 비전이었다.
“CEO로서 제 역할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대개 3년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구현했어요. 제조설비 구축과 브랜드 제품 출시가 첫째, 둘째이고, 셋째가 수출이었습니다.”
오 대표는 아직도 2012년 12월 26일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서울F&B가 제품을 선적해 해외로 내보낸 첫날이었던 것. 수출국은 태국이었다. 3년 남짓 준비해 시작한 수출은 2015년 100만 달러 규모를 기록하고, 수출국 또한 중국과 호주로 늘었다. 더불어 향후 3년의 성장동력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서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개성 강하고 취향이 확실한 100명의 소비자가 100개의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미 ‘남자의 아침’, ‘여자의 아침’ 등 건강음료를 출시하고, 올해도 메디푸드나 헬스푸드를 비롯해 투명커피, 골드커피, 그린커피 등 다양한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확대보기‘워라밸’ 가치경영에 눈뜬 오덕근 대표는 출산장려금, 시차 출퇴근제도 등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둘째아이 탄생의 순간_
워라밸 가치경영에 눈뜨다
서울F&B의 복지 또한 대기업 못지않기로 유명하다. 2014년에 개원한 직장어린이집 ‘이안애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시설이나 기구는 물론, 교직원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아이들을 책임 있게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면서 현재 원주, 횡성 지역에서 최고의 어린이집으로 자리 잡았다. 전 직원의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2014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태국으로, 지난해에는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 선정 과정부터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부터 육아기에 해당하는 직원이나 자기계발이 필요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시차 출·퇴근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주 40시간, 하루 8시간의 노동시간을 지키되 출퇴근시간을 30분 늦춰서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도 첫째아이 80만 원, 둘째아이 530만 원, 셋째아이에게 1,530만 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금이 있다. 또 불가피하게 야근을 하거나 조기출근하는 경우 혹은 사내 규칙을 잘 지키는 직원들에게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기준 점수에 따라 상품권을 제공하는 마일리지 제도 등도 직원들에게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정년퇴직한 직원들이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터전으로 회사 직영 세탁소도 운영 중이다.
오 대표는 이러한 복지제도에 대한 철학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했다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993년, 둘째아이 출산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파스퇴르유업 초창기 멤버로 일하고 있었다. 국내 우유시장에 최초로 저온살균공업을 도입한 파스퇴르유업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오 대표는 당시에 하루 18시간씩 일하며 성장의 간극을 메운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회사가 너무 빨리 성장하니까 일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대신 당시의 파스퇴르유업 대표는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했다.
지금 오 대표가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는 것도 이때 얻은 교훈 덕분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가정과 일의 양립 부분이었다. 일례로 오 대표는 둘째아이가 태어날 때 아내 곁을 지키지 못했다. 직장어린이집 개원이나 출산장려금 지원, 시차 출·퇴근제도 시행 등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복지제도는 이 같은 자신의 안타까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둘째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에 저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일이 많아 도저히 짬을 낼 수 없었던 거죠. 그때는 제가 도대체 무얼 위해서 일하나 싶었습니다. 최근에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크라이프 밸런스, 이른바 ‘워라밸’이 화두인데요. 저는 둘째아이가 태어나던 그때 이미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 고민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찾고 하나하나 실현해나가는 중입니다.”
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이 한 해 두 해의 고민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인터뷰 초에 그가 했던 말의 의미도 다시 곱씹게 됐다.
“월급 많이 줘야 좋은 기업 아닙니까? 월급 많이 주는 기업은 월급‘만’ 많이 주지 않습니다. 다른 복지제도가 함께 따라가요. 월급 많이 주면 직원들은 열심히 일합니다. 열심히 일하니까 좋은 제품이 나오고, 제품이 좋은데 매출이 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매출이 늘어서 그만큼 여유가 생기면, 또 월급을 더 올려주면 됩니다. 이것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의 문제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오 대표는 앞으로 5년 내에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하고, 자신은 학교를 설립해 전인교육에 힘쓰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꿈을 꾸겠다는 오 대표의 다음 빅픽처가 궁금해졌다.

오덕근 대표가 전하는 ‘슈퍼 을’로 직행하는 원칙 3

확대보기 지속 성장
일단은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업계 관행이나 여타 기업들의 전횡에 맞서 버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

동기 부여
CEO는 성장 동력을 찾을 뿐, 그것을 실현해나가며 매출로 연결 짓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급여로든 복지로든, 직원들이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직
먹거리 기업은 정직이 최우선 가치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어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또 정직은 제품에만 투영할 가치가 아니다. 거래처를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 서로 속이지 않아야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이은정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433기사작성일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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