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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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엔지니어, 기업인 그리고 기업의 사명
㈜대일 공경석 대표

㈜대일의 공경석 대표는 스스로 엔지니어와 기업인 사이, 그 어디쯤 서 있다고 했다. 제품개발과 경영 사이를 오가지만 아직은 연구개발에 더 흥미를 느끼는 엔지니어에 가깝다고. 업력 34년 동안 경영에 서툴러 부침이 심했지만 엔지니어로서 성실했던 지난날이 있었기에, ‘세계 최초,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기업인이 경영에 매진하며 안정적인 성장과 이윤 추구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할 제품을 개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또한 기업의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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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은 냉각기부터 히트펌프, 온도컨트롤러 등 산업용 열 컨트롤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해온 전문기업이다. 냉각기는 크게 담수냉각기와 해수냉각기로 나누는데, 대일은 특히 기술 장벽이 높은 해수냉각기와 히트펌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반 횟집에서 쓰는 활어수족관용 냉각기와 관상용 냉각기, 선박용 냉각기는 국내 시장점유율 65%를 웃돌 정도로 독보적이다. 수장인 공경석 대표는 1984년 자그마한 냉동설비 제조업체로 시작해 냉각기와 히트펌프 제조분야에서 한길을 걸으며 오늘날의 대일을 일군 주인공이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세계 최초, 국내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그때마다 획득한 특허와 실용신안 건수가 60건이 넘는다.
공 대표는 그간의 업력을 가만가만 되짚으며 의미 있는 순간들을 이야기로 찬찬히 풀어냈다. 재밌는 것은, 그 순간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점이다. 국내 최초로 해수냉각기를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활어 수송 컨테이너로 태평양 왕복 수송에 성공했으며, 중소기업으로는 최초로 사내 대학을 열었다.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은, 사회에 뭔가 이로운 것을 남기고 싶어 제조를 시작했다는 공 대표의 초심과 ‘최초’라는 수식어가 궤를 같이한다는 것. 공 대표의 이야기가 더욱더 궁금해졌다.

확대보기공경석 대표는 스스로 엔지니어와 기업인 사이, 그 어디쯤 서 있다고 말한다.

국내 최초로 해수냉각기를 개발한 순간_
세계 최고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다
대일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첫걸음이 국내 최초로 해수냉각기를 개발한 순간이었다. 1984년 대일냉동설비를 창업해 무작정 제조 일선에 뛰어든 공 대표는 어느 날, 여름에 수족관에 보관 중인 생선이 수온 상승으로 자꾸 폐사한다는 횟집 사장의 하소연을 듣게 된다. 당시만 해도 높은 수온 탓에 생선이 폐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여겼다. 시장에 필요한 데다 기술 장벽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공 대표는 그 길로 더운 여름에도 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해수를 차갑게 유지하면 수온 상승으로 인한 폐사를 막는 것 외에, 비브리오로 인한 어병도 예방할 수 있을 터. 그렇게 국내 최초로 해수냉각기 초기 모델을 완성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제품은 개발했는데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생소한 데다 고가의 제품이라 자그마한 횟집에서 선뜻 구매할 리가 만무했다. 공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제품을 설치해 효과를 보면 그때 비용을 지불하라고 일일이 설득하며 시장을 개척해나갔다. 어려움도 많았다. 제품 완성도가 높지 않은 초창기에는 성능이 좋지 않아 기계 대금을 받지 못하고 폐사한 생선 값을 되물어주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냉각기의 핵심부품인 열교환기가 ‘해수’라는 특수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부식해버린 탓이다. 당시 열교환기는 동파이프를 코팅하거나 스테인리스파이프를 사용했는데, 두 소재 모두 바닷물에서 1~2년이면 부식해버렸다. 때문에 그는 3~4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밤낮없이 소재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우연히 일본 제품에서 ‘티타늄’이라는 소재를 발견하게 됐다. 티타늄은 탱크가 밟고 지나가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하고, 부식억제효과가 뛰어났다. 국내 최초의 해수냉각기는 티타늄으로 열교환기를 만들었던 그때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것은 몇 년 후 선박용 냉각기 기술의 핵심인 이중관 열교환기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1990년 당시만 해도 선박용 냉각기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 썼다. 기술의 핵심은 바닷물을 2~3℃로 냉각할 수 있는 이중관 열교환기. 티타늄을 소재로 독특한 구조의 이 제품을 국내에선 구할 수도, 만들 수도 없었다.
공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5년여 동안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그 끝에 완성한 것이 티타늄과 동관 사이에 가공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알루미늄을 넣어 이중관 구조를 형성한 대일만의 이중관 열교환기다. 이 제품은 티타늄을 동관 안에 넣어 이중관을 형성함으로써 열 효율성과 안정성, 내구성이 높기로 정평이 났다. 원천기술 하나 없이 일본 제품을 분해하고 모방해 사업을 시작한 공 대표는 그렇게 10여 년 만에 자사만의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더욱이 이중관 열교환기와 이를 사용한 냉각기는 현재 일본과 미국,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중이다.

확대보기1_ 국내 최초, 세계 최고의 냉각기 기술을 자랑하는 ㈜대일의 제조현장
2_ 대일 냉각기는 국내 시장점유율 65%를 웃돌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과 품질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로 활어수송 컨테이너로 태평양을 오간 순간_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는 기업의 사명에 눈뜨다
공 대표는 전문교육을 받은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 어깨 너머로 가전제품 수리기술을 배운 것이 시작이었다. 월급 한 푼 받지 않고도 그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았다는 그는 눈썰미 있고 손재주가 좋은 데다, 수리하지 못하는 제품이 생기면 밤새워 해결해낼 정도로 근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전문학원에서 전자분야를 꾸준히 공부하며 이론적 기초 또한 튼튼히 쌓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선배 기술자들도 수리하지 못하는 제품을 20대 초반의 나이에 척척 수리해내기 시작했다. 자연히 돈도 많이 벌었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 그간 모은 돈으로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게 그즈음이었다.
“기술을 인정받으며 돈도 많이 벌었는데, 뭔가 공허했어요. 당시에 가전제품 대리점이나 도매점을 운영하며 돈을 쉽게 버는 사람이 많았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세계 최고가 되면 돈은 자연히 따라올 테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죠. 그것보다는 좀 더 가치 있는 일,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기술이 뛰어나고 개발 근성이 있으니 그 능력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했어요.”
세상에 없던 나만의 제품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것, 젊은 시절 모은 돈을 다 털어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여 제조를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국내 최초의 냉각기나 이중관 열교환기 개발 또한 이런 초심에서 비롯됐다.
2005년, 대량의 활어를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운송할 수 있는 활어운송용 수조 내장 컨테이너 개발을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냉각기의 선두두자로 꾸준히 성장해온 것에 대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엇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실, 대량 활어의 장거리 수송은 아직까지도 업계의 숙원이다. 활어수송 컨테이너를 이용한 해상 수송은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원하는 지역에 최상의 활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활어 상태로 장기간 수송하려면 깨끗한 수질과 일정한 산소를 유지하며 온도까지 제어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생각은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근성에 불을 지폈다.
2005년부터 4년여 동안 7억 원 이상을 투자해 활어수송 컨테이너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는 대성공. 2009년 6월, 공 대표는 경남 거제에서 2t의 광어를 싣고 육로로 이동해 부산항에서 선적, 16일 만에 미국 로스앤젤레스항까지 수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다시 미국 시애틀에서 2t의 장어를 싣고 부산항까지 운송했다. 세계 최초로 활어수송 컨테이너로 태평양을 왕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기술과 제품은 상용화되지 못하고 아직까지 잠들어 있다. 그 이유는 자금난이었다.
“활어수송 컨테이너 개발에 성공하면서 스스로 엔지니어인 것이 정말 다행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최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아무나 달 수 있는 건 아니죠. 사실, 개발에 전념하는 동안 회사 사정은 더 어려워졌어요. 대표가 경영에 신경 쓰기보다 허구한 날 개발에 매달려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좋았죠. 경영만 잘하는 기업인보다 제품개발로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하는 엔지니어도 필요하다고 스스로 위로했어요. 자금난과 경영난으로 제품을 상용화하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시도할 겁니다. 제 마음속 숙원으로 남아 있죠.”

확대보기34년 걸어온 업력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대일의 쇼룸. 부산 기장에 위치해 있다.

中企 최초로 사내 대학을 개설한 순간_
함께하는 삶을 배우며 경영인에 한걸음 더 다가서다
공 대표에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일은 2012년 사내에 대학을 개설한 것이다. 사내 대학은 대학을 회사 안으로 옮긴 것으로,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해당 학교 총장 명의로 동일한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당시 공 대표는 동명대학교, 병무청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 최초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냉동공조시스템 전공과목을 개설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들에게 ‘선 취업 후 진학’이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4년 정규대학 학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던 것. 그전에 여러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사내 대학을 운영하거나 포스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사내 대학을 개설한 적이 있었지만, 중소기업에서 사내에 온전히 대학을 연 것은 대일이 처음이었다. 공 대표가 용기를 내어 이런 기회를 만든 데에는 자신만의 아픔이 숨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 제때 진학하지 못하고, 나중에 독학으로 졸업장을 거머쥐었다. 오랫동안 사업에 매진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던 그는 쉰 살이 넘어서야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받았고, 예순 살이 넘은 지금 공학박사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아픔이 있는 그에게 여러 사정으로 때를 놓치고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직원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사실, 그전부터 그는 직원들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며 꾸준히 투자했다. 그러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로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직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직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며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교육, 그것이 바로 사내 대학이었다. 4년이 지난 다음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고 기뻐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그에게 적잖은 기쁨과 보람을 안겨주었다. 공 대표는 현재도 직원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당장 눈에 두드러지는 성과는 없으나 이것이 직원을 위하고 기업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공 대표는 오는 2020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국내 수산기자재의 수준 향상에 앞장서는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오늘날 대일의 성과를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창의적 가치와 사고로 인류에 공헌하며 고객의 행복을 우선한다’는 대일의 사명처럼,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매순간 달려온 공 대표의 다음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확대보기높은 열효율성과 안정성, 내구성을 인정받는 대일의 이중관 열교환기

확대보기기업의 사명을 고민하는 공경석 대표의 약속 3가지
코스닥 상장
공경석 대표는 2020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세웠다. 오늘날의 ㈜대일이 있기까지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상장 전 주식을 나누며 기업의 사명과 가치 있는 경영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마음에서다.
활어수송 컨테이너 개발
대일은 2009년 세계 최초로 6t의 활어를 싣고 30일 이상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나, 자금난 등의 이유로 이 기술과 제품은 현재 잠자는 상태다. 공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제품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활어 운송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내 대학 개설
중소기업 최초로 사내 대학을 개설한 경험이 있는 공 대표는 배움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언제라도 사내 대학을 개설하고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직원들이 기회를 갖고 역량을 갖춰나가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일구는 기반이자 직원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은정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851기사작성일 :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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