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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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비즈니스는 차갑게 관계는 따듯하게
㈜씨엠에이글로벌 김영선 대표

‘천생’. 하늘이 마련해준 것처럼 꼭 맞는다는 의미다. ㈜씨엠에이글로벌 김영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이 표현이 떠올랐다. 그는 천생 무역인인 동시에 천생 경영자다 싶었다. 무역을 하지 않았다면,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거래, 생산, 품질, 납기 등 일과 관련해서는 무서울 만치 냉정하되, 바이어를 만날 때나 직원을 대할 때에는 야박하지 않고 넉넉하다는 것이… 그의 말과 그간의 행보에서 고스란히 읽혔다. 아마도 비즈니스는 차고 냉정해야 하되 그 밑바탕에 인간에 대한 따듯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김 대표의 신념과 철학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확대보기김영선 대표

김영선 대표는 작은 오피스텔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씨엠에이글로벌을 오늘날 세계 최고의 렌즈클리너 기업으로 일궈냈다. 씨엠에이글로벌은 주력제품인 렌즈클리너를 비롯해 파우치, 안대, 담요, 주방장갑, 안경케이스, 쿠션 등 프리미엄 초극세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물량의 90% 이상을 미국, 일본, 유럽 각국 등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한다. 고객사는 호야(HOYA), 에실로, 니콘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렌즈 메이커들. 특히 이곳에서 생산하는 렌즈클리너는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김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사옥과 공장을 신축하고 대구시 스타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듬해 1,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2015년 환경친화부문 대한민국기업경영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숨 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작은 안경제조기업 수출영업 파트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가 20년 만에 초극세사로 세계를 휘감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모든 순간이 지금의 자신과 씨엠에이글로벌을 만드는 길이자 과정이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확대보기김영선 대표김영선 대표는 그동안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토털패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렌즈클리너를 고급화한 순간 _
세계시장을 열다
작은 안경제조 기업에서 수출 업무를 도맡아 해외를 오가던 김 대표는 언제부터인가 렌즈클리너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안경보다 렌즈클리너를 찾는 바이어가 많았고, 매번 ‘한국은 텍스타일이 유명한데 왜 고품질의 렌즈클리너가 없느냐?’고 질문했다. 당시 국내에서 렌즈클리너는 공짜로 제공하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저가제품만 시장에 돌았다. 닦임이 좋은 극세사를 소재로 쓰긴 했으나 저가 원사만 사용하고 품질 고급화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반면 해외시장은 사정이 달랐다. 고품질인 데다 각양각색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프린팅해 개성 넘치는 렌즈클리너를 찾는 고객군이 제대로 형성돼 있었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도 고품질의 렌즈클리너를 만들어달라는 바이어의 요구가 계기가 됐다.
“창업은 어렵지 않았어요. 무역은 바이어와 무역할 제품, 실무 능력만 있으면 가능하거든요. 안경제조 기업에서 10년 넘게 수출 업무를 진행하며 제조공정부터 품질관리, 생산, 물품 선적, 해외 바이어 미팅까지 업무 전반을 익혔고, 그간 인연 맺은 바이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으니 걱정할 게 없었죠. 실제로 그때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든든한 창업 밑천이 됐습니다.”
첫 고객이 해외 바이어였으니 세계시장 진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김 대표는 애초부터 국내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미 십수 년 업력으로 상당한 노하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기존 국내 업체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렌즈클리너를 고급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바이어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의 렌즈클리너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고급 클리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급 원사를 사용하는 것 외에 염색과 피치 공정, 인쇄 등 제조공정 하나하나까지 제대로 신경 써야 했다.
김 대표는 지역의 작은 제직사와 염색공장을 직접 발로 뛰며 섬유에 대한 지식을 촘촘히 다지고, 제조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다시 체크했다. 그 결과 과감한 무늬와 화려한 색감으로 무장한 씨엠에이글로벌의 고품격 렌즈클리너는 해외시장으로 빠르게 팔려나갔다. 현재 세계 렌즈클리너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씨엠에이글로벌 신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확대보기㈜씨엠에이글로벌의 렌즈클리너과감한 무늬와 화려한 색감으로 무장한 ㈜씨엠에이글로벌의 고품격 렌즈클리너. 프리미엄 초극세사 원사를 사용하고, 깐깐한 품질관리로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바이어와의 약속을 지킨 순간 _
평생 고객을 얻다
김 대표는 오늘날 기업이 이처럼 성장한 데에는 바이어와의 신뢰관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이어와 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그의 원칙. 바이어와의 약속은 한번 맺은 인연을 더 굳건한 관계로 이끌고 신뢰를 쌓는 디딤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렌즈메이커 호야와 처음 거래를 틀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그의 신념과 원칙 덕분이었다.
“회사에서 유럽 전시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여느 때처럼 여러 바이어들에게 미팅 요청 메일을 미리 보내고 준비했죠. 그런데 뜻밖에 호야에서 저희 부스를 찾아왔고, 그 자리에서 엄청난 물량을 주문했어요. 한 달에 2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20만 장을 납품해달라고 요구한 거나 마찬가지였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였는데, 저는 OK 했어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판단했으니까요.”
귀국하자마자 그는 외주업체 대표들을 만나 이번 오더가 얼마나 큰 기회인지를 설명하고, 함께 힘을 모아 해내자고 설득하고 부탁했다. 어떻게든 바이어가 원하는 품질과 납기를 맞춰야한다는 생각에 매일같이 생산업체와 인쇄, 포장 라인까지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독려하고 때론 라인에 직접 뛰어들어 함께 밤을 새며 일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종종거린 끝에 납기일에 맞춰 제품을 선적해 보냈고, 그 후 느꼈던 기쁨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이 일을 거치며 사람의 능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대단한 경험을 했어요. 호야에서 엄청난 물량을 주문한 것도 그렇고, 그 물량을 납기에 맞춰 정확히 납품할 수 있었던 것도 기적 같은 일이었죠. 그땐 바이어가 원하는 품질의 물량을 제때 납품하는 것이 자존심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바이어와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무엇보다 그 일을 해내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절박함이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목표가 분명하고 절박함이 있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확대보기씨엠에이글로벌 사옥 2층 전경씨엠에이글로벌 사옥 2층. 제품 전시장이자 지역 주민들의 체험공간이다.

2012년 일본 바이어와의 일화도 김 대표가 바이어와의 약속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 바이어는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아무리 사소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법이 없고, 납기일 엄수는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 당시는 김 대표가 어렵게 일본 시장을 뚫고 바이어와 거래를 막 튼 시기였다. 한번은 생산에 차질이 생겨 납품기일을 맞추기가 어렵게 됐다. 바이어는 오전에 납품받길 원하는데, 아무리 서둘러 선적해도 배는 오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때 김 대표는 직원과 함께 제품 10박스를 들고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물류비만큼의 손해보다 바이어의 신뢰를 잃는 게 더 큰 손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공항에서 제때 제품을 전달했고, 덕분에 일본 바이어와는 아직도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약속에 대한 김 대표의 원칙은 바이어를 씨엠에이글로벌의 특별한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사옥을 신축한 순간 _
성장 도약대에 서다
확대보기인쇄 작업중인 직원 씨엠에이글로벌은 창립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에는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대구시로부터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가 사옥과 공장 신축이 성장의 촉매제가 됐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그전보다 10배 정도 넓은 11,500㎡ 규모의 공장을 확보하면서 제직부터 피치, 염색가공, 재단, 전사, 스크린, 봉제, 포장 등 흩어져 있던 모든 생산설비를 한 곳에 모았다. 이 같은 원스톱 시스템 구축은 철저한 품질관리는 물론이고, 바이어가 원하는 기간에 납품하고 바이어와의 신뢰를 더 돈독히 다지는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수출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출의 탑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게 꿈이었죠. 그전까지는 아무리 주문 물량이 많아도 생산이 뒷받침되질 않아 여의치 않았는데, 공장을 신축하면서 그게 가능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한동안 소량 주문만 주던 글로벌 렌즈메이커 에실로에서 대량 주문을 주기 시작한 것도 공장 신축시기와 맞물렸다. 에실로는 당시 시공 중이던 공장에 직접 방문해 규모와 설비 등을 확인했고, 김 대표는 바이어가 돌아간 뒤에도 공장 준공까지 진행 상황과 설비 세팅 현황을 상세하게 알리며 생산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형성해나갔다. 이후 에실로는 씨엠에이글로벌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사옥 신축은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김 대표는 독단적으로 사옥을 짓지 않고 디자인팀 등 회사 직원들과 하나하나 의논하며 전체를 위한 공간으로 공들여 만들었다. 1층 생산공장과 2층 사무실 외에 공간 대부분을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일례로 1층 갤러리 디엠은 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함께 편히 쉬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이자 자사 제품 전시·판매장으로, 2층은 회의실 외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꾸몄다. 골프연습장, 직원 사우나실, 노래방 시설 등의 직원 휴식공간 외에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바이어들을 위해 와인바 및 게스트룸도 갖췄다. 뿐만 아니다. 갤러리 디엠의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해 자사 제품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사옥 곳곳을 디자인하는 오브제로 활용했다. 사옥을 완공하기까지 2년 반 넘게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사옥과 공장 신축으로 외적 성장과 내실까지 다진 씨엠에이글로벌은 현재 렌즈클리너 외에 파우치, 쿠션, 안경케이스, 비치타월, 담요, 주방장갑, 에코백, 액자 등 초극세사 소재를 응용한 다양한 완제품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새로 론칭한 팬시브랜드 ‘이즈모(IZMO)’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00% 만족할 순 없어도 공장시설이나 직원들을 위한 쾌적한 환경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안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더 고민해야죠. 제 역할은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그간 렌즈클리너 제조로 인쇄, 디자인 등 기술력을 꾸준히 발전시켜왔어요. 지금부터는 이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어느 분이 저희 사옥을 둘러보고 패션회사 같다고 하던데, 저는 거기에 저희의 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털패션 기업. 지나온 10년보다 앞으로 10년을 더 눈여겨봐주십시오.”

㈜씨엠에이글로벌만의 독특한 기업문화

확대보기김영선 대표 고 대리 _ 씨엠에이글로벌에는 특별한 직원이 있다. 올해 초에 입사해 곧바로 대리로 승진한 주인공은 고양이, ‘고 대리’다. 1층 갤러리 디엠에서 지내며 직원들은 물론 카페를 찾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패브릭 팬시 브랜드 ‘이즈모’ 홍보대사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서적인 교감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김영선 대표의 진심이 투영된 행보다.

여성 _ 씨엠에이글로벌은 전체 직원의 70% 정도가 여성이다. 김 대표는 결혼과 출산 등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삶과 일의 불안정성과 경력단절을 경계하고 일하는 환경이 단순히 여성이 아닌 가정을 위한 방안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결혼과 출산 선물을 마련하고, 남녀 상관없이 출산한 가정에 산후조리비용 일체를 지급하는 등 결혼과 임신을 축하하고 장려하는 기업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3년 차 _ 김 대표는 직원 개개인의 열정과 노력이 어떤 조직력이나 시스템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특히 바이어가 회사를 믿고 오더를 주는 밑바탕에는 영업사원 개인의 소통 능력과 자질, 열정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입사 1년 동안을 직원과 회사가 서로에 대해 지켜보는 기간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 확신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회사가 직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신념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입사 3년 차부터 직원 급여부터 복지, 복리후생 등 처우가 확연히 달라진다.

이은정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908기사작성일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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