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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량화 무엇이 이끌어가고 있는가
경량화 2.0

 

기술의 세계에서 경량화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더 가볍고 스마트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경량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의 경량화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얼마나 가볍냐는 것 자체가 하나의 셀링 포인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는 경량화가 별로 이슈가 되지 않았던 전자제품들 역시 새로운 요구에 맞닥뜨리고 있다. 일명 ‘미니멀리즘’이라고 불리는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제품 자체를 슬림하게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량화된 부품의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경량화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7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형이다. 프레임의 소재로 쓰일 ‘리퀴드 메탈’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리퀴드 메탈은 구리와 티타늄, 지르코늄으로 만들어진 합금의 일종이다. 철보다 강한 것은 물론이고, 강도 면에서는 무려 3배 이상 강하다. 여기에다 부식도 전혀 없고 디자인 자유도도 높다. 특정 조건만 갖춰주면 마치 플라스틱처럼 자유자재로 성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욱 가볍고 강하면서도 뛰어난 그립감을 가진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노트북 ‘그램15’는 동종 스펙을 가진 노트북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으로 인정받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LG측에서 리튬 마그네슘, 카본 마그네슘 등 항공기 기체에 쓰이는 신소재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소재들 역시 가볍고 단단하며 부식이 없다.
이렇듯 과거보다 점점 더 경량화된 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놓고 있다. 특히 스펙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서 경량화를 주요한 이슈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CES2015에서 선보인 컴퓨터들 역시 ‘경량화, 소형화’를 내세웠다. 레노버, 델 등 해외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실 경량화는 산업 전반의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이나 부품이 무거우면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경우 기체가 무거우면 그만큼 연료가 많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이고 승객들을 더 많이 태울 수 없게 된다. 경량화는 곧 매출과 직결되는 요인이라는 이야기다. 자동차 분야는 더욱 민감하다. 항공기 경량화는 승객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보다 좋은 성능을 가진 자동차는 소비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이익을 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무게를 10% 낮출 경우 가속성능, 제동거리, 조향성능 등이 동시에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차량 무게를 100㎏ 정도 줄이면 연료는 100㎞당 0.3~0.5ℓ가 줄어들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가벼운 승용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가에서 연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들이 전자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량화 차폐제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2030년경에 이르면 전자부품의 비율이 전체 부품의 50%를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전자파로 인해 자동차 내부의 전파 간섭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를 부를 수도 있는 치명적인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파 간섭을 막기 위해서는 차폐제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차폐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의 무게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차폐제의 경량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량화는 단순히 가벼워지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다. 파손 가능성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함께 증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셈이다. 승용차 제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는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법’이다. 이 기술은 900℃ 이상의 고온에서 프레스 성형과 급속 냉각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기존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무려 3배 이상 강해진다.
이러한 경량화의 문제는 산업의 지도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오일 파동은 자동차 경량화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발화시켰고, 이후 철강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비철강 소재의 사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현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 업계도 경량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냉연강판과 도금재의 두께를 줄임으로써 경량화가 가능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TV에 사용되는 백커버는 물론이고 전면부에 사용되는 각종 도금 강판의 사용량을 최대 40% 이상 줄여나가고 있다.
고속열차도 마찬가지 이유로 경량화가 중요하다. 부품들이 경량화되면 에너지가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음과 진동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KTX의 경우에도 이러한 경량화가 시도되고 있다. 전남신소재센터는 차세대 고속철도 차량(KTX-Ⅱ)의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시트 개발에 성공,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향후 시트가 마그네슘 소재로 교체될 경우 각 시트당 25kg에서 20kg으로 5Kg의 경량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체 한 열차에 수백 개의 시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생산비용 역시 기존보다 최대 10%가 저렴하기 때문에 향후 많은 열차에서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소재의 차별화가 경량화의 관건
이러한 경량화는 다양한 기술적 방법에 의해 가능하지만, 가장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역시 소재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탄소섬유, 마그네슘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특히 알루미늄은 이 지구상에 철보다 더 많이 매장되어 있어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열전도율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무게도 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다른 금속과 섞어서 새로운 유형의 합금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유리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무려 수백여 개의 합금이 가능하다. 현재 포드, 도요타 등에서 알루미늄 합금을 활용한 차체를 만들어 양산하고 있다. 이 알루미늄은 이미 맥북 노트북에 적용되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소재다.
탄소섬유는 의외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산업용 소재이다. 19세기 말 에디슨이 백열전구용 탄소 필라멘트를 발명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탄소섬유는 높은 인장 강도와 가벼운 무게, 낮은 열팽창률 등이 장점이다. 알루미늄의 80%, 철의 50%에 가까운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며, 흔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거의 모든 화석 자원에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고갈될 위험도 없다. 탄소 소재는 1960년대 이후 항공우주산업이나 자동차 분야는 물론이고 토목건축, 군사용 등으로 널리 쓰였다. 특히 밀도가 철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경량화에는 필수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그네슘도 빼놓을 수 없는 경량화 소재 중 하나이다. 마그네슘 합금은 이미 1960년대부터 개발되었지만, 그간 가공문제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 후 급냉응고기술 등의 합금 제조 관련 기술들이 발달하면서 내식성이 높아지고 강도가 높아진 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경량화 과정에서 함께 발전하는 산업분야가 있으니, 바로 플라스틱 사출 금형기업들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관여한다. 그런데 실제 플라스틱 사출품의 4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자동차 부품 분야이다. 나머지 60%는 완규류, 건축자재, 포장재, 소비재 등이 차지한다. 단일 분야로서는 자동차 부품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량화와 함께 이러한 플라스틱 사출 금형기업들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모든 제품들은 경박단소(輕薄短小)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경량화라는 화두는 앞으로도 산업 전반을 지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플의 창의성은 신소재가 만들어낸 결과?

경량화를 주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신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소재는 경량화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IT산업의 혁신 자체에 기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07년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애초에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에 플라스틱 소재의 스크린을 장착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플라스틱보다는 유리가 더 우아한 존재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제품을 의뢰한 곳이 바로 16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유리 전문 기업 코닝이었다. 이 회사는 이미 1960년대에 ‘고릴라 유리(Gorilla Glass)’라는 단단한 유리를 생산했지만, 시장이 없어 대중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티브 잡스는 코닝에게 부탁해 다시 고릴라 유리를 생산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생산 라인이 없었던 코닝은 난색을 표했다. 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스티브 잡스는 끈질기게 설득을 했고, 그 결과 유리가 장착된 아이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던 날, 스티브 잡스는 코닝사 관계자에게 ‘코닝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혁신적인 제품일수록 소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후에도 애플은 이러한 신소재를 채택해 혁신적인 제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맥북의 유니바디(Unibody), 아이맥의 반투명 모니터들도 모두 애플이 신소재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남훈 전문기자​

조회수 : 2,577기사작성일 :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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