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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맡고 소리도 듣는 피부 그 이상의 피부
전자피부

 

웨어러블 기기의 끝판왕, 전자피부 개발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스마트워치처럼 손목에 찰 필요 없이 간단히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내 신체 정보를 알려준다. 심지어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듣는다. 피부에 딱 붙어 있으니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이 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좀 더 사람답고 스마트한 로봇을 만들 수도 있다.

전자문신 하나 새겨봐요~
지난 2013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페인리스」에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장르는 공포다. 통증을 못 느껴 자신의 몸이 불타는 것을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등장하는 충격적인 오프닝을 시작으로, 영화는 시종일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공포스럽게 보여준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 좋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은 사소한 외부 자극에도 통증을 느낀다. 자극 신호가 피부의 신경세포를 거쳐 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뜨거운 물이 나오거나 칼끝에 조금만 스쳐도 저절로 몸을 피하게 된다. 통증은 결국 더 큰 위험을 막는 역할을 한다.
몸을 둘러싼 껍데기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피부는 경이로운 기능을 가졌다. 그런데 인간의 피부처럼 생겼지만 인간의 피부가 감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까지 가진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전자피부(e-skin)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자피부는 사람 피부의 다양한 기능을 유연한 전자소재나 소자로 모방하는 센서 기술로, 일종의 투명 전자회로다. 얇은 박막에 센서와 메모리 등이 결합되어 신체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착용감을 극대화한 신체부착형 디바이스로 인간 피부보다 더 똑똑한 기능을 가진 일종의 IT기기이다. 피부에 문신처럼 새긴다고 해서 ‘전자문신’이라고도 불린다. 전자피부는 감각을 느끼는 촉각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건강진단기기, 다기능성 로봇 피부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해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다.

신체 신호는 물론 정신 상태까지도 분석
지금까지 전자피부는 주로 의료용으로 개발되어왔다. 피부전도도, 체온, 맥박 등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센서와 메모리가 결합되어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이러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환자들은 매번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안에서 평소대로 생활하면서 자신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병원에 전달하여 원격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관련 연구 성과가 속속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감지해 이 데이터를 토대로 약물을 투여하는 전자피부를 발표했다. 이 장치는 센서, 메모리소자, 약물, 히터 등 다양한 전자소자로 구성됐다. 센서가 운동장애의 패턴을 상시 측정하면, 메모리 소자에 측정 결과가 저장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내려진 진단 결과에 따라 히터는 피부에 투여하는 약물의 양을 온도로 조절한다. 온도를 높이면 약물 투여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김대형 교수는 이 기술에 이어, 최근 혈당을 재고 손쉽게 혈당 조절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전자피부도 개발했다.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손쉽게 혈당조절 약물을 피부로 투여할 수 있는 당뇨 패치 형태의 전자피부다. 혈당이 높을 경우엔 미세 약품침 안에 든 조절 약물을 피부에 주사해 인슐린 주사를 놓지 않고도 간편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대에서는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혈중 산소포화도를 화면에 숫자로 표시해주는 장치를 개발했다. 고분자 필름사이에 LED와 빛의 변화를 감지하는 광검출기를 집어넣은 형태다. LED에 불이 들어오면 광검출기가 피부를 통과하는 빛을 읽어 혈액 속의 산소 농도를 측정해낸다. 연구진은 향후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휴대전화 화면처럼 영화 스크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스마트 스킨을 만들 계획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소메야 다카오 교수는 휴대전화가 사람의 소통을 바꿔놓았듯이 전자피부를 이용해 새로운 소통의 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체 신호뿐 아니라 스트레스 상태를 알려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영호 교수 연구팀은 손목에 붙이기만 하면 사용자의 스트레스 상태를 알려주는 패치를 개발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높아지는 맥파와 함께 체온과 땀 분비량을 동시에 측정해 스트레스 정도를 알려준다. 우표 크기 정도로 작으며, 외부 전원이나 배터리가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맥박이 뛸 때 생기는 압력으로 스스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궁극의 웨어러블 기기로 진화 중
한편, 냄새를 맡거나 소리와 압력을 느끼는 등, 사람 피부에는 없는 기능을 가진 전자피부도 등장했다. 지난해 숭실대학교 연구팀이 촉각, 온도, 습도를 비롯해 가스 및 유기용매 등을 분별할 수 있는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개발한 것. 유해가스 및 유기용매에 의해 물체의 전기 용량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해 촉각과 함께 냄새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다. 이런 기능은 화재나 유독 가스 유출 등의 위험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손가락 지문을 모사해 손처럼 미세한 압력과 진동, 온도를 감지하고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전자피부도 연구되고 있다. 이는 울산과학기술원이 개발한 기술로, 기존의 촉각 센서로는 불가능했던 미세표면 거칠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청각장애인 치료, 로봇이나 의수보철기, 웨어러블 소자, 건강진단, 음성인식 등 다양한 용도에 응용될 수 있다.
전자피부는 인간뿐 아니라 로봇에도 유용하다. 그동안 로봇 개발은 주로 움직임을 구현하는 기계적인 장치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요즘 인공지능의 급격한 진화로 로봇의 뇌가 스마트해지고 있는 반면,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피부를 로봇에 적용하면 로봇이 인간처럼 다양한 감각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위화감 없이 동거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가령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로봇에 적용하면 가스사고 감지용 스마트로봇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전자피부에 관련된 연구 성과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우선은 인체에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징어 먹물이나 바이오 소재 등을 이용한 생체 적합성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또, 얇고 유연한 보호층을 만드는 어려운 과정을 쉽게 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적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배터리 문제는 체온이나 맥박 등을 이용해 전원을 만드는 연구 성과들이 나오면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앞으로 전자피부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과 결합할 경우 궁극의 웨어러블 기기로서 우리 일상에 몰고 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숙경 전문기자​

조회수 : 3,962기사작성일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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