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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가 기계로 보이니?
협업 로봇

 

공장 밖 로봇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공장 안에서 로봇은 외롭기 짝이 없다. 다른 작업자들과는 철창이나 펜스로 구분되어 쉬지도 않고 맡은 일만 묵묵히 한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로봇의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사람과 로봇의 거리도 점차 좁히고 있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더 작고 안전해진 로봇이 쇳덩이 기계에서 사람과 협업하는 ‘동료’로 거듭나고 있다.

로봇, 인간과 협업을 꿈꾸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제조업 부흥의 기치 아래 산업용 로봇은 ‘협업 로봇’으로 진화의 방향을 정한 듯하다. 요즘 산업용 로봇 앞에는 약속이나 한 듯 ‘협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렇다면 그동안 로봇은 협업의 주체가 아니었던가? 로봇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니 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럼 일단 공장 안으로 들어가보자. ‘산업용 로봇’ 하면 누구나 흔히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수십 대의 차체가 주욱 늘어선 큰 공장 안에서 긴 팔 하나씩을 가진 로봇 무리가 나란히 열을 지어 부지런히 팔을 좌우로 돌리며 자동차를 조립하는 장면. 멀리서 보면 장관이지만, 실제로 공장 안에 들어가보면 그 크기와 소음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 로봇들은 대개가 일반 작업자들과 분리되어 있다. 철망이나 펜스로 작업공간이 구분되어 있거나, 심지어는 독립된 공간 안에서 저희들끼리 쉴새 없이 팔을 놀린다. 당연한 일이다. 아직 대부분의 로봇은 같이 일하는 작업자들에게는 위험한 존재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봇은 공장 자동화의 핵심 기기이지만, 중소기업들은 비용 때문에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더 작고, 안전하고, 똑똑하면서도 저렴한 로봇은 없을까? 이런 로봇이 있다면 사람과 한 공간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훨씬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로봇이 갖고 있는 강점과 사람이 가진 장점이 조합되거나 조율된다면 각자 단독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로봇 공학의 진보와 기술 발달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진정한 협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안전성 강화한 협업 로봇 속속 등장
로봇이 인간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안전이 충족되어야 한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칫 현장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로봇 제조사에서는 로봇을 출시하며 너나없이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 작업장에서 안전펜스 없이 사람과 나란히 서서 작업이 가능한 제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로봇보다 작아야 하며, 사람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까지 가졌다면 금상첨화.
이 분야에서는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앞서나가고 있다. 협업 로봇의 선구자 격인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은 무게가 11㎏밖에 안 되는 탁상형 로봇을 지난해에 선보인 바 있다. 작업중 외부의 힘을 감지해 장애물을 만나면 충격 강도를 제한할 수 있어 안전하며, 프로그래밍을 통해 움직이는 범위 내에서 작은 힘에도 모든 움직임이 멈추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작고 가볍지만 픽 앤 플레이스(Pick and Place : 집어서 지정된 위치에 놓기), 광내기, 나사 조이기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독일의 쿠카로보틱스는 기존 로봇에 비해 유연성이 탁월한 협력형 경량 로봇 ‘LBR 이바(iiwa)’를 선보였다. 기존의 딱딱한 디자인을 탈피해 인체공학적 유선형으로 설계된 로봇으로, 접근이 어렵거나 좁은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또, 고성능 충돌 감지 알고리즘 덕분에 충돌을 조기에 감지해 유연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기존 생산 시스템과 접속이 쉽고 무게가 가벼워 유동적으로 상황이 계속 바뀌는 환경에도 적합하다.
얼굴까지 달린 산업용 로봇도 등장했다.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리싱크로보틱스가 선보인 ‘백스터(Baxter)’가 그 주인공인데, 두 개의 팔뿐 아니라 사람을 닮은 LCD 화면에 두 개의 눈까지 갖추었다. 당연히 장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비싼 LCD를 장착했을 리는 없다. 로봇의 다양한 상태 및 동작의 방향이 이 화면에 표시된다. 가령 로봇이 팔을 움직이기 전에 고개를 그 방향으로 돌려서 팔이 움직일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식이다. 친근한 인상만큼이나 안전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그 사람을 응시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며, 서보 탄성(Servo-Elastic) 제어 기능으로 한 팔 1축에 1파운드 미만의 저항을 받으면 동작이 자동으로 정지된다.
실제로 협업 로봇이 상용화된 것은 불과 몇 년에 불과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꽤 많은 사출성형 업체들이 반복동작, 픽 앤 플레이스, 적재와 포장 등에 협업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 정밀하게 일하는 양팔 로봇
협업 로봇 중에서는 양팔을 가진 로봇도 보인다. 한 팔로도 충분한데 굳이 두 팔이 왜 필요할까 싶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로봇에 팔을 하나 더 부여하는 데 따른 이점이 만만치 않다. 현재 대부분의 공장에서 사용되는 한 팔 로봇은 이송, 적재, 용접 등 비교적 단순한 용도로 적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팔 하나를 더 갖게 되면 자동차나 정밀기계 부품 및 조립공정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두 손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정밀한 작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고속으로 멀티 작업이 가능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로봇 도입이 어려웠던 다품종 소량생산 업종의 생산성 증대를 가져다준다. 더 나아가 바이오·제약 실험실에서는 수작업으로만 할 수 있었던 분석 전처리 등의 작업을 로봇에게 맡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ABB의 산업용 양팔 로봇 ‘유미(YuMi)’다. 너와 나를 뜻하는 영어 ‘You’와 ‘Me’에서 따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높은 안전성과 정확도로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양팔과 유연한 손이 특징이며,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와 프로그래밍을 통해 최첨단 정밀 모션 제어가 가능해 전자산업 등에서 소형 부품을 조립하는 데 적합하다. 마그네슘 금속으로 제작되었으며, 충격을 흡수하는 유연한 플라스틱 패드를 입혀 작업자는 물론이고 주변 시설과 기기를 보호한다. 충돌을 감지하면 0.001초의 반응속도로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국내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인지제어연구팀이 팩인홀(기계부품 속에 다른 부품을 끼워 넣는 작업) 등 수작업이 필요한 정밀조립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양팔 로봇을 개발했다. 머리 위에 있는 카메라 장치로 각종 부품을 인식하는 동시에 손끝 감각을 이용해 물건을 집어 올려 조립하는 것이 특징으로, 오차 0.05㎜ 수준의 정밀한 조립작업이 가능하다. 집게 형태의 손을 가진 기존 로봇과 달리 손가락을 갖고 있어 계란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도 집을 수 있을 만큼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지난 2014년 로보스타가 16축 산업용 양팔 로봇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했다. 이 특허는 기존에 출시된 양팔 로봇의 문제점(허리가 굽혀지지 않고, 수평 회전운동만 가능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15축 산업용 양팔 로봇에 벤딩 축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입주 기업인 마젠타로보틱스가 양팔형 도장 로봇을 개발 중이다.

제조업 부흥 움직임에 로봇 활용 확대
안전과 성능을 갖춘 로봇이 사람과 협업하기 위해 가져야 할 그 다음 덕목은 무얼까? 로봇이 분위기 파악을 할 수 있는 센스까지 갖춘다면 우리 일상은 물론이고 공장에도 필시 큰 변화를 가져올 터.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CT, 영상기술 등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 히타치제작소는 지난해 빅데이터로 수요 변동을 예측해 물류 업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로봇(무인운반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람 대신 피킹 작업을 하는 양팔 로봇으로, 기존의 선반형 무인 운반차와 달리 바닥에 깔아놓은 마커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 주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주위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물류센터 내의 배치도를 스스로 갱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위치까지 인식하는 기술이 탑재됐다.
이러한 기술들이 더 진화하면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대화형 로봇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에 녹아들어 위화감 없이 인간과 협업하는 새로운 제조의 시대가 열린다. 물론 이러한 로봇이 현장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적당한 가격의 실현이라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 양팔 로봇을 놓고도 한 팔 로봇 2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는 언제나 사람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왔고, 그런 면에서 로봇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공장에서는 사람들이 충분히 편리하지 않다.
최근 적당한 가격대의 협업 로봇이 등장하면서 로봇의 적용 범위가 중소기업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덕분에 기존의 자동차, 전자산업 분야에 국한됐던 제조용 로봇 활용 범위가 식음료, 플라스틱, 화학, 금속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와 일손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일본에서 공장에 사람 대신 로봇을 파견해주는 서비스가 시작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한 제조를 부르짖으며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이때, 협업 로봇은 그것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임숙경 전문기자​

조회수 : 1,889기사작성일 :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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