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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발칙한 반란이 시작됐다 ‘캐릭터’
캐릭터 전성시대

 

시장은 가끔, 아주 작은 것에 의해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늘 복잡한 법칙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게임으로만 치부했던 ‘포켓몬 고’의 돌풍이 글로벌 캐릭터산업 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다. 캐릭터 파워에 주목한 세계시장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캐릭터와 캐릭터 IP(지적재산권)산업에 사활을 걸었다. 캐릭터의 경제적 가치가 완구나 문구에서 패션, 게임, 식음료, 유통, 문화, 가전, IT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인 줄 알았던 캐릭터, 그들의 놀라운 성장 이야기가 글로벌 세계에서 시작되고 있다.

200조 원 세계 캐릭터시장, 국내시장도 36% 성장
‘불황 속의 호황’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게다. 8월 초 서울 강남역 중심상권의 한 빌딩 앞. 폭염이 무색하게 100여 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톡의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테마로 한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이하 카카오프렌즈 숍) 강남점이다.
지난 7월 초 오픈 첫날에는 3,000여 명의 인파가 폭우를 뚫고 강남역 일대에 모여들어 화제를 모았다. 그때만 해도 시쳇말로 ‘오픈빨’이겠거니 생각했으나, 오픈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 더구나 인기 캐릭터는 품절 상태여서 살 수도 없다. ‘후드티를 입은 60㎝ 라이언’ 캐릭터를 꼭 사오라는 조카의 부탁이 있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증강현실(AR) 기반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는 출시 하루 만에 다운로드 1억 건을 넘으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덕분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닌텐도는 주가가 50% 이상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포켓몬 고는 구글의 독립회사인 나이언틱 랩스가 개발한 것이어서 게임 수익이 닌텐도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캐릭터를 만든 닌텐도가 지금까지 거둔 유무형의 성과만도 눈이 부시다.
이는 최근 국내외 캐릭터시장이 어떤 위치에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사실 캐릭터산업의 가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다. 그러다 최근 포켓몬 고 열풍으로 캐릭터 파워와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캐릭터(character)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는 ‘가공의 인물이나 동물 또는 의인화한 동물들의 모습을 일러스트 등의 디자인으로 시각화한 것’을 말한다. 하나의 아이콘이지만 인형이나 장난감을 넘어 생명이 있는 상징물로 여기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도라에몽 등을 생각하면 된다.
캐릭터시장은 초창기에는 대부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보니 시장 규모나 산업 범위가 처음에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키덜트 문화 영향으로 타깃층이 성인으로 확대되었다. 또, 애니메이션을 넘어 관련 상품화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캐릭터산업의 영역이 점점 더 넓어졌다. 더구나 IT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모바일 등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에까지 잠식해 들어오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1999년에 1,000억 달러였던 세계 캐릭터시장이 2010년 1,460억 달러, 2015년 1,670억 달러로 성장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했다.
국내 캐릭터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폭발적이다. 2011년 7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9조 8,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4년 새 무려 36%나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성장률이 11%에 그친 세계 캐릭터시장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올해 역시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캐릭터시장은 지난해 대비 12%가량 늘어난 11조 원으로 추정되며, 세계시장은 1,705억 달러, 한화로 약 19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메신저 캐릭터, 국내 캐릭터 열풍 주역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캐릭터산업에 포켓몬 고의 돌풍까지 더해지면서 세계는 캐릭터 지적재산권(IP) 전쟁으로 더 뜨거워졌다. 캐릭터산업이 이처럼 커진 데에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캐릭터산업은 원자재나 생산설비 등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인 데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 OSMU)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즉, 하나의 콘텐츠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생활용품, 패션, 장난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캐릭터 IP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령 아이언맨이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려면 아이언맨 캐릭터 IP를 갖고 있는 미국의 마블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캐릭터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될성부른 캐릭터가 나타나면 저마다 IP를 확보하려고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릭터, 즉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켓몬 고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포켓몬 고의 열풍 비결로 ‘증강현실(AR)이라는 기술’보다는 ‘포켓몬이라는 캐릭터 콘텐츠’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AR게임은 이미 포켓몬고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있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150여 종에 달하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20~30대가 어린 시절 열광하던 아이템이라는 콘텐츠가 AR을 만나 시너지를 받았다는 평가다. 캐릭터 자체가 보유한 파워가 성공을 이끈 핵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 캐릭터시장의 주역으로 꼽히는 카카오프렌즈의 성장은 매우 의미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등장하는 이모티콘 중 8개 캐릭터로 이루어져 있어 콘텐츠가 탄탄할 뿐만 아니라, 성인층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 부가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프렌즈는 현재 전국 18개 카카오프렌즈 숍에서 1,500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강남점의 경우 한 달 누적 방문객만도 45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카카오프렌즈 숍뿐만이 아니다. 프렌즈팝과 프렌즈런 등의 게임도 출시해 모바일 게임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네이버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를 활용한 라인프렌즈도 국내 캐릭터시장 성장에 일조를 하고 있다. 브라운, 제임스 등의 캐릭터로 구성된 라인프렌즈는 해외에서 더 인기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등 11개 나라에 라인프렌즈 숍 22곳과 테마파크 3개를 오픈했다. 5,000여 가지의 제품을 판매하며, 매장당 하루 평균 방문객은 6,000여 명,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은 7월 말 기준으로 무려 2,200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캐릭터산업이 국내외에서 활기를 띠자 카카오와 네이버는 내친 김에 캐릭터 분야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각각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라는 이름의 회사를 별도로 만들어 캐릭터를 활용한 의류, 생활용품, 게임 등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화장품, 식품 등 기업 마케팅에도 캐릭터 활용 봇물
국내 캐릭터산업이 뜨거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시장 흐름과 관계가 깊다. 앞서 보았듯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바일을 뛰어넘어 국내외에 캐릭터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넓히며 캐릭터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캐릭터시장이 매력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부 계층,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던 캐릭터가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식품, 화장품, 유통업체,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 이는 캐릭터가 어린이만이 아니라 연령, 성별을 초월해 인기를 얻는 시장이라는 방증이자, 향후 장밋빛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캐릭터 활용이 활발한 분야는 식음료업체로, 삼립식품이 대표적이다. 삼립식품은 1999년 광풍을 몰고왔던 포켓몬스터 빵을 시작으로 케로로, 원피스 등 글로벌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경우다. 올해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접목한 빵을 출시해 월 500만 봉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팔도는 ‘뽀통령’으로 불리는 캐릭터 뽀로로를 이용한 뽀로로 음료로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롯데리아는 아톰과 짱구 피규어를 한정 출시해 순식간에 동나는 인기를 거뒀다.
화장품 업계도 캐릭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는 앵그리버드 캐릭터를 살린 눈썹용 화장품을, 더페이스샵은 카카오프렌즈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여 초도 물량 완판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미샤 역시 라인프렌즈 캐릭터 에디션을 출시해 대히트를 쳤으며, 비욘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캐릭터 색조 제품을 내놓은 후 관련 제품군의 매출이 60%가량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미샤, 어퓨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는 브랜브별로 라인프렌즈, 도라에몽, 리락쿠마, 미니언즈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해 매출 향상은 물론 해외에 인지도를 알리는 효과까지 거둬 눈길을 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는 라인프렌즈와 손을 잡고 식탁용품, 욕실용품 등 60여 가지의 PB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고, 10여 개 매장에 포토존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에 윌리 캐릭터로 백화점을 꾸미는가 하면, 윌리 담요와 우산 등의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쳐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23%나 늘었다고 밝혔다. 버스 등 공공분야에서 활용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캐릭터시장 성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하철 일부 노선에서 운행되는 ‘라바 테마열차’, 꼬마버스 타요 캐릭터를 이용한 ‘타요 버스’,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보건복지부의 흡연예방 캠페인 ‘다 함께 노! 스모킥’ 등이 그 예다.

 

캐릭터 수출도 16% 증가, 문제는 콘텐츠 개발
국내 캐릭터시장의 활황은 수출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2012년 4억 1,645만 달러였던 캐릭터 수출이 2014년에는 4억 8,923만 달러로 늘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연평균 8.4%씩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에는 성장 폭이 더욱 늘어 5억 5,000만 달러, 올해는 6억 4,00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2년 새 무려 16.4%나 증가했다. 수출이 늘어나기는커녕 보합세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불경기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캐릭터산업의 활황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어릴 때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접해온 젊은 세대들은 캐릭터 문화에 대한 갈망이 크며, 또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캐릭터를 통해 작은 위로를 느끼려는 소비문화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활용분야가 점점 더 커지고, 고부가가치의 IP산업이라는 점도 성장을 가져올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고유의 콘텐츠 퀄리티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스마트폰 캐릭터가 좋은 예다. 두 가지는 캐릭터 모두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 연령층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사용하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고 누구나 친숙하게 느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캐릭터가 스마트폰을 나와 다양한 시장으로 확장될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존의 타요나 뽀로로, 라바 등의 토종 캐릭터가 어린이 중심의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보니 성장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이미 시장 중심에 있는 카카오프렌즈와 뽀로로. 또 제2의 포켓몬스터와 미키마우스를 꿈꾸고 있을 미래의 캐릭터. 이들 모두에게 시미즈 유코의 말을 전하고 싶다.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캐릭터의 이름과 스토리를 함께 생각한다. 또, 단순한 디자인이어야 강한 인상을 주며, 캐릭터를 상품화하기 쉽다.”
40년 넘게 아직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캐릭터 ‘헬로키티’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바로 시미즈 유코다.

김미경 전문기자​

조회수 : 3,555기사작성일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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