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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항공부품까지 뚝딱! 못하는 게 뭐니?
금속 3D프린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기술’이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3D프린터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금속 3D프린팅이다. 집도 짓고, 심지어 음식을 만들어 내놓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전통적인 제조에 균열을 내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러나 금속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금형 없이도 자동차 부품과 항공기 부품, 의료기기 등을 뚝딱 만들어내는 금속 3D프린터가 이미 제조현장을 바꾸고 있다.

금속 3D프린터가 몰고 올 진짜 제조혁신
3D프린터에 대한 환상은 많이 깨졌지만, 여전히 이 신통방통한 기기가 세상 만물을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3D프린터의 진화 속도가 빨라서 조만간 마술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세상 만물을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것보다는 전통적인 생산방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런 면에서 비싼 금형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동차 부품이나 항공기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금속 3D프린터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높다. 세밀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부품의 형상을 잘 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생산방식으로는 불가능한 디자인까지 마음껏 구현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금속 3D프린터로 만든 로켓 엔진 연소 실험에 성공했으며, 보잉사도 항공기에 들어가는 2만 개의 부품을 금속 3D프린터로 제작해 공급한 바 있다. 에어버스도 지난해부터 다양한 금속 부품을 제작해 항공기에 장착했다. 의료분야도 금속 3D프린팅 응용의 핵심 분야다. 환자맞춤형 보형물을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면 치료가 힘들었던 환자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실제로 3D프린터로 만든 티타늄 소재의 두개골과 흉곽이 인체 수술에 적용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쎄이가 환자맞춤형 인공 발뒤꿈치뼈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사용연수가 긴 제품의 부품 조달에서도 금속 3D프린터가 할 역할이 크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는 금속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부품 제작에 나선다고 밝혔다. 철도차량은 사용연수가 20년 이상인 만큼 부품 단종, 해외 수입에 따른 조달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안정적인 부품 확보에 3D프린터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적인 생산 개념이 바뀐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금속 3D프린터 보급 속도는 느리다. 수억 원대에 이르는 비싼 가격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생산현장을 파고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금속 3D프린터의 핵심기술인 SLM(Selective Laser Melting : 선택적 레이저 용융) 기술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금속 3D프린터 보급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가격이 수억 원대에서 수천만 원대로 떨어지면 그동안 시제품 생산 수준에 그쳤던 금속 3D프린터가 빠르게 산업계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금속 3D프린터 제품의 80%는 SLM 방식을 사용한다. SLM은 금속 분말 형태의 재료를 강한 레이저로 녹여서 3차원 형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즉, 분말 베드에 분말을 수십㎛로 한 층 깐 후 정밀 레이저나 전자빔을 사용해 설계도면에 따라 선택적으로 조사해 녹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금속을 결합시키면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금속이나 세라믹의 경우 녹는점이나 소결온도가 높기 때문에 레이저 방식을 사용해 특정영역만 온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이 방법은 국내에서 PBF(Powder Bed Fusion) 방식으로도 불린다.
SLM 방식은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선택적으로 조사하여 분말을 완전히 녹인 후 물질을 압축하기 때문에 일반 금속제조법과 비슷한 정도의 기계적 특성을 가진다. 특히 항공기 엔진처럼 높은 정밀도와 무결성이 요구되는 부품에 적합하다. 기존에는 내부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각 과정마다 CT(컴퓨터 단층촬영)로 투과 영상을 촬영해야 했지만, 3D프린터 방식을 활용하면 재료를 쌓아 올릴 때마다 불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금속 분말을 고출력 레이저빔을 사용해 녹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레이저 관련 원천기술과 금속 분말 소재의 다양성이 기술의 핵심 요소다. 현재 금속합금은 물론이고 세라믹, 알루미늄, 티타늄, SUS, 코발트 등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분말소재는 다양하다. 고출력 레이저 관련 원천기술이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 있다는 것이 한계이긴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여서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상용화에 나선 국내 기업들 해외시장에 눈독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금속 3D프린터 개발 트렌드는 고출력 레이저를 통한 출력속도의 향상, 출력 사이즈의 대형화이다. 보석류나 의료기기 등 출력물의 크기가 작았던 초반과 달리 점차 항공우주, 자동차, 방산과 같은 산업에서 큰 부품 등의 제작 요구가 높아져 출력 크기를 대형화하려는 관련 업계의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센트롤이 최대 직경 350Ø, 높이 330㎜ 사이즈로 출력이 가능한 SLM 방식의 금속 3D프린터 ‘SM350’을 출시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개의 레이저를 탑재한 3D프린터로는 세계 최대 수준의 출력물 크기다. 이 회사는 복잡한 구조의 항공기 부품, 의료, 자동차 등을 제작하는 3D프린팅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D프린터 전문기업인 윈포시스도 4년간의 연구 끝에 티타늄, 철합금, 코발트크롬,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금속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학교와 의료기 제작업체 등에 제품 판매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로 치과 가공 및 금속제품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 500㎜의 대형 부품 가공이 가능하고, 후처리를 위한 CNC 장비를 일체화한 장비를 개발해 곧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속 3D프린터의 또 한 축을 담당하는 DED(Direct Energy Deposition) 방식에서는 인스텍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출력 레이저를 집광해 모제에 용융 풀을 형성하고 금속분말이나 와이어를 공급해 적층하는 방식으로, SLM 방식에 비해 강도가 높은 출력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상용화를 막아왔던 특허 문제가 해결된 데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앞으로 금속 3D프린터는 제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수지 기반의 3D프린터와 마찬가지로 금속 부품을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것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소재 가공방식과 협력해서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숙경 전문기자​

조회수 : 1,487기사작성일 :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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