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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봤다 ‘중국 기업’ 배울 건 배우자 ‘중국 기업’
‘메이드 인 차이나’의 반란

 

“중국을 우습게 아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중국 제품을 업신여기고, 중국 제품과 기술은 아직 멀었다며 폄하하는 한국 기업과 한국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의 시선은 다르다. 중국의 기술과 중국 기업은 이미 한국은 물론, 일부 선진국을 제치고 일정 수준 세계 정상에 올라 있다는 것. 그럼에도 유독 한국만이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어 이를 되돌아보자는 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국내시장에서조차 중소기업 제품들이 중국 제품에 밀려나는 등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세계 스타트업과 일부 기업들이 ‘중국을 배우자’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뛰어난 점, 잘하는 점은 배워야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법. 이 기회에 중국 기업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배울 점을 찾아보자.

중국 기업이 추격자라고?
삼성이 특이한 아이템의 프로그램을 사내 방송에 내보냈다. 중국 기업의 움직임을 담은 내용이었다. ‘혁신의 시장에서 부상하는 중국 기업’이라는 제목으로 단발도 아닌 3부작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 1부에서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3대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2부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3부에서는 중국 IT기업의 위협 요소 등을 각각 방송했다. 후발기업이긴 하지만 그들의 혁신을 배워야 1등 자리를 위협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방송이었다. 2014년의 일이다.
삼성의 예측대로 값싼 카피캣(copycat)을 만들던 중국 기업들은 불과 2~3년 사이에 삼성의 턱밑까지 좇아왔다. 아니, 일부 시장에서는 이미 추격을 넘어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을 벤치마킹하는 역전현상까지 일어나 IT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중국 배우기에 더 적극적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첨단을 달리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중국’이라며 중국 기업에서 혁신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기술·전략 전문기업 스트래테커리(Stratechery)의 창립자 벤 톰슨은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모방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IT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중국을 베낀다”고 말했을 정도다.
블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주식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서도 중국 기업의 힘이 여실히 나타났다. 500대 기업을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207개로 가장 많다. 이어 중국과 일본이 각각 38개로 2위다. 하지만 홍콩을 포함할 경우 중국은 알리바바(9위), 텐센트(11위) 등 53개 기업이 500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500위 안에 들어 있는 기업이 7곳에 불과하다. 이 중 삼성전자가 25위로 그나마 상위권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400위권이다. 숫자 몇 개와 통계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의 활약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임에는 틀림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업종별 단체 3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중국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조사대상 30곳 중 21곳이 가격경쟁력 부분에서 중국에 밀린다고 응답했다. 또 19곳은 기술력에서도 이미 중국 기업에 추월당했거나 3년 이내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답한 것. 안타깝지만 ‘중국 기업은 아직 우리의 추격자이겠거니’ 하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중국 기업의 이 같은 폭풍 성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기피하던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강력한 ‘메인드 인 차이나’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청출어람 모방 전략
텐센트, 샤오미의 성장 동력은 한 수 다른 ‘베끼기’
중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텐센트와 알리바바, 샤오미. 놀랍게도 이들의 성공은 모두 ‘베끼기’에서 시작됐다. 남의 제품이나 기술을 그대로 따라하는 기업, 이른바 ‘카피캣’이었던 것. 하지만 단순히 베끼는 것만으로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모방에서 시작했지만 저마다 나름의 노하우를 입히고 시장 환경에 맞게 변형해 자사만의 정체성을 세운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PC 메신저 QQ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중국을 평정한 텐센트의 성공 비결은 ‘창조적 모방’에 있다. 1998년에 선보여 중국의 국민 PC 메신저로 성장한 QQ는 이스라엘이 만든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메신저 ICQ를 표방했으며, 이후 지금의 텐센트를 있게 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 역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베끼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의 IT 환경과 시장 특성,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적절하게 변형시켰다. 인터넷의 주 사용층인 대학가를 중심으로 홍보 전략을 펴고, 복잡한 한자 병음 입력 대신 짤막한 음성 단문 메시지 서비스를 선보이며 은행 결제나 음식배달 등 대부분의 기능을 위챗에 담은 것 등이 그 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위챗을 사용할 만큼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모방은 하되 창조적 모방을 접목한 것이다. 카카오톡을 모방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톡이 위챗의 전략을 다시 역벤치마킹하는 현상을 곱씹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2015년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샤오미 역시 애플 모방 전략으로 성장한 경우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이 사실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애플이라는 기업뿐만 아니라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패션까지 대놓고 따라 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애플의 상징인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을 표방했다. 기존의 중국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과 성능으로 차별화를 한 것. 샤오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폰처럼 세련되고 성능도 우수하지만 가격만큼은 애플의 전략을 따르지 않았다. 중국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저가정책을 내세웠던 것. 또한 애플을 모방해 마니아 팬을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생산도 외주로 돌렸지만, 유통부분에서는 온라인 중심의 활동을 구사하는 등 샤오미만의 전략을 접목했다. 덕분에 샤오미 스마트폰은 단숨에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으며 승승장구했다. 최근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사물인터넷과 연계한 에어컨, 노트북,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어 곧 반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배우자!
전략이 있는 ‘베끼기’와 ‘카피캣’은 원조를 넘어서는 유용한 성장 전략이다. “우리가 외국 모델을 모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릴 때 우리는 고양이를 본떠 호랑이를 그렸다”는 텐센트 마화텅 회장의 말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괄목상대 기술 전략
오포와 DJI, 가격경쟁력 대신 기술로 승부
국내 기업들은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대부분 중국 제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이 힘이다, 가성비가 갑이다”라는 말을 한다. 이 같은 평가 뒤에는 ‘기술은 그저 그런데, 저렴한 가격정책 하나로 버티는 것이 중국 기업’이라는 속내가 숨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기업 오포(OPPO)와 드론 제조사 DJI 앞에서는 이것이 핑계가 될 수밖에 없다.
오포는 요즘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장 핫한 회사다. 지난해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뛰면서 화웨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며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포의 성장 주역은 일명 셀카폰이라 불리는 스마트폰에 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전면에 1,6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한 것. 삼성 갤럭시 등 타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가 500만 화소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기술이다. 무조건 가성비 전략만 구사한 것이 아니라 기술까지 겸비한 전략을 내세운 것. 오포는 세계 최초로 급속충전 기술을 선보이는 등, 탄탄한 기술을 무기로 여느 중국 기업과는 달리 고급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포가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애플과 삼성전자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할 정도다.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DJI의 성공 비결 역시 탄탄한 기술력에 있다. 드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드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짐벌’ 분야, 즉 흔들리는 비행 환경에서도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시켜 주는 데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창립자인 1980년생 프랭크 왕도 골수 엔지니어로, 기술 면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최고만 추구한다고 밝혔다. 전체 6,000여 명의 직원 중 2,000여 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며, 실력만 있다면 인종, 나이, 국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채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DJI를 ‘기술을 위한, 기술에 의한, 기술의 회사’라고 부르는 것도 이처럼 철저하게 기술 중심의 경영을 펼치기 때문이다.
화웨이도 빼놓을 수 없는 기술 중심의 중국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이다. 네트워크 부문에서는 세계 1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부문에서는 삼성과 애플에 이어 세계 3위다. 화웨이는 지난해 9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대비 무려 32%나 증가한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 같은 성공은 ‘연구개발’에서 비롯됐다는 게 자타가 꼽는 핵심 요인이다. 화웨이는 1998년에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할 것을 ‘화웨이 기본법’으로 정해놨다. 실제로 2015년에는 약 11조 원을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매출의 13%를 웃도는 수치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자료에 의하면, 화웨이는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삼성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는데, 그만큼 기술적 자신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만드는 화웨이만의 전략이 세계 시장에 먹혔던 것이다. 단지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웠다면 오늘날의 화웨이는 없었을 것이다.

배우자!
“기술에 집중하다 보면 진실의 순간이 온다”는 DJI CEO 프랭크 왕의 말에 답이 있다. 중국에 부동산·주식 투자 붐이 일던 1990년대, 번 돈의 일부를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자는 창립멤버의 말을 뿌리치고 대부분의 돈을 신제품 개발에 쏟아부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이를 반대한 창립 멤버는 지분을 팔아 회사를 떠났지만, 이후 화웨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파죽지세 혁신 전략
디디추싱과 비야디, 혁신에 혁신 거듭해 세계 1위
애플과 우버에는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하지만 이제 중국 기업 디디추싱과 비야디로 그 이름표를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디디추싱은 2012년에 설립된 차량 공유 기업으로 중국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우버를 벤치마킹해 ‘중국판 우버’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중국 내 우버를 전격 인수하며 세계 5대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중국판 우버가 오리지널 우버를 집어삼키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진 것. 세계 시장은 디디추싱이 우버보다 더 창의적인 혁신을 거듭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디디추싱은 『파이낸셜타임스』와 『포춘』이 선정한 ‘세상을 바꾼 혁신기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디디추싱은 우버와는 달리 차량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거듭해 중국 스마트 교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카풀에서부터 중고차 거래, 통근버스와 학교버스 연결, 대리운전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접목한 것 등이 그 예다. 30대 여성 류칭을 CEO로 영입하는가 하면, 늘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창업자 청웨이의 혁신적인 마인드도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 1위는 테슬라도 닛산도 아니다. 중국의 비야디(BYD)가 2015년부터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출발한 비야디는 혁신 DNA를 장착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혁신경영에 올인한다. 전기차와 가솔린차를 한 생산라인에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개발단계에서부터 하나의 차체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가솔린차 등 3종의 차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한 가지 차종만 생산하는 기존의 자동차회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스템인 것. 게다가 다른 기업과 달리 노 아웃소싱 전략을 활용한다. 세계 곳곳에 20여 곳을 웃도는 생산기지가 있지만, 각 생산기지에서 모터, 계기판, 시트, 몰드, 부품, 엔진 등 모든 것을 직접 제조하는 통합 시스템을 운영한다. 개발기간 단축, 부품 퀄리티 보장 등의 효과도 있지만, 도입 이유는 따로 있다.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하고 만들고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각 단계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노 아웃소싱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배우자!
기업에 혁신만큼 큰 무기는 없다. 베끼기 왕국이라 폄하하던 중국 기업의 혁신 경쟁력을 무시했다가 세계 시장을 내준 경우가 이를 방증한다. 카카오가 후발주자인 디디추싱의 혁신전략을 벤치마킹해 카카오 택시를 선보였다는 것은 중소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미경 전문기자​

조회수 : 2,489기사작성일 :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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