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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역습, 재활용이 답일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쓰레기와 전쟁 중

지난 4월, 일명 ‘쓰레기 대란’이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인해 전 세계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우리가 얼마나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있는지 실감하게 됐다. 모른 척 하고 싶었던 진실과 만나니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을 열심히 하지만 결국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재활용을 ‘새활용’이라고 용어를 바꿔도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제 쓰레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지향하는 삶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확대보기재활용품 봉투 사진

왜 유독 플라스틱이 문제일까?
지난 7월, 스타벅스 코리아는 올해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고 일회용 비닐 포장의 사용을 순차적으로 줄이겠다는 ‘그리너 스타벅스 코리아’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스타벅스의 이런 노력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지향하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앤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유럽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빨대와 유색 플라스틱병, 일회용 컵 등을 대폭 줄인다고 발표했다. 2021년까지는 면봉, 빨대, 풍선막대, 일회용 식기 등 10종의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거나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2025년까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재활용 수거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부터 모든 소매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으며, 2014년부터는 생수 페트병 판매를 금지했다. 독일은 2019년부터 ‘신포장재법’을 도입해 포장재 유통 기업이 회수와 재활용, 폐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내년 6월부터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재활용 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50%까지 줄이기로 했다. 고무적인 것은 제조, 유통,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줄이겠다고 밝힌 점이다.
사실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종류의 쓰레기 중에서도 유독 플라스틱의 사용에 대해 이처럼 엄격한 것은, 수거한 플라스틱이 제대로 재활용되거나 폐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만큼 폐플라스틱 처리 능력이 부족하다. 1950년부터 대량생산된 이래 플라스틱 총생산량이 50여 년 동안 무려 약 78억t에 달했다고 하니 그 양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2016년 한 해만도 전 세계에 약 3.35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우리나라만 해도 2015년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7t이었다. 대체 그 많은 플라스틱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1980년대 이후부터는 중국으로 갔을 것이다.
2018년 1월, 중국이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중국은 쓰레기 최대 수입국으로 전 세계 폐플라스틱의 56%를 수입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큰 고민 없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동안 돌려막기를 했던 쓰레기 폭탄이 터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플라스틱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결국 그 플라스틱 중 일부는 바다의 고래와 거북이, 물고기가 먹었고, 하늘의 새들이 먹었다.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제로웨이스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 분명한 것은, 재활용은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쓰레기가 될 시간을 좀 지연시키는 것일 뿐이다. 이에 독일의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의 ‘처리에 앞서 분리를, 분리에 앞서 방지를’이라는 폐기물 관리 콘셉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확대보기재활용 쓰레기 분리 현장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따라가는 ‘쓰레기 여행’을 통해 본 재활용 쓰레기 분리 현장(출처 : 정다운)

확대보기더 피커 매장 사진벌크로 판매가 가능한 곡물류와 채소, 과일을 판매하고 있는 더 피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더 피커’와 ‘보틀 팩토리’
흔히 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진다. 그저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의 편리함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선 제품 포장지에 대한 불편함을 시작으로 제로웨이스트적 삶을 고민하고 있는 성수동의 그로서란트 마켓 ‘더 피커’를 찾았다. 그로서란트는 식품을 파는 ‘그로서리’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을 결합한 곳이다. 사실 쓰레기를 줄이고 싶어도 물건을 살 때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포장재까지 줄이기는 쉽지 않다. 벌크로 파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에서도 요즘은 미리 비닐봉지에 담아두고 팔고 있으니, 오히려 비닐봉지를 거부하면 귀찮은 손님이 되기 쉽다. 더 피커의 송경호 대표도 누구보다 무분별한 포장지 사용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을 넘어선 쓰레기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포장지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하는 고민을 했다고.
그때 독일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라는 포장 없는 슈퍼마켓을 접하게 되었다. 송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부터 동네를 중심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고, 그래서 성수동 마을로 들어왔다. “2년쯤 되니 그릇을 가지고 와서 장을 보는 분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며, 주로 벌크로 판매가 가능한 잡곡류와 과일, 채소 등을 팔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담아갈 용기가 없는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크기의 유리병과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접시와 쟁반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 리빙 제품을 더 늘릴 예정이다.
더 피커가 포장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 연희동의 카페 ‘보틀 팩토리’는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곳이다. 이미 테이크아웃 컵의 여정을 따라 ‘쓰레기 여행’을 했던 정다운 대표 또한 송경호 대표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래서 보틀 팩토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없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제작한 유리컵에 담아줄 계획이다. 물론 보증금은 있으며,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준다.
“사실 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제로’라는 말 때문에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를 물리적인 수치가 아닌,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우리의 생활방식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쓰레기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더 피커의 송 대표도 마찬가지다. 편리함에 익숙하던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불편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송 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한 사람이 쓰레기를 한 가지씩만 줄여나가도 정말 많이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정희 객원기자 사진 제공 더 피커, 정다운(보틀 팩토리)

조회수 : 4,722기사작성일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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