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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 뭐예요? 능력 담는 중소기업
脫스펙 바람이 분다

어머니는 말하셨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간다고. 취업은 고사하고 요즘은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스펙, 스펙을 외치는 게 현실이다.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가? 하지만 이제는 스펙을 위한 스펙이 아닌 진짜 실력을 원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확대보기면접을 기다리는 구직자

외모, 나이, 학력? 스펙보다 능력!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스펙보다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제도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벌이나 성별, 출신이 아닌 실무 역량, 업무 적합성 등 직무역량 중심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흐름이 대기업에서 중견, 중소기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LG그룹은 입사지원서에 스펙 입력란을 없앴고, 삼성전자는 학력, 신체사항 및 사진을 원서접수 단계에서부터 제외했다. CJ와 롯데그룹도 신상정보 없이 실무 역량을 평가하는 전형을 통해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중견기업으로는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과 제약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올해 직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 지원자의 열정에 공정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최근 잡코리아가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블라인드 채용 준비 현황’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블라인드 채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견을 깨는 또 다른 채용 방식으로 무스펙(無Spec) 채용도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실시한 ‘무스펙에 대한 인사담당자의 생각’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66%가 무스펙 채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펙만 좋은 무능력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스펙 이외에도 평가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좋은 학벌이나 취업을 위해 쌓은 스펙이 바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인데, ‘이것이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역차별이 아닌가?’라는 문제를 지적하는 구직자나 인사담당자도 있다. 하지만 취업의 본질은 실제 업무 역량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실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블라인드 채용 vs 無스펙 조건 채용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미 10년 이상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 중소기업이 있다. 토종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제니퍼소프트’는 2005년 회사설립 이래 지금까지 블라인드 채용으로 직원을 뽑고 있다. 이 회사의 공채 모집 공고에는 “자유양식의 이력서. 이력서에 학력, 성별, 사진, 나이 등은 적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구가 게재되어 있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 기본적인 스펙은 전혀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니퍼소프트가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데는 ‘차별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대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저 기업으로서 더 좋은 인재를 뽑는 방법을 찾은 것뿐이라는 게 인사담당자의 설명이다. 스펙은 인재를 뽑는 가장 편리한 도구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뽑힌 사람이 ‘회사에 필요한 인재가 맞느냐?’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것.
스펙은 통하지 않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예를 들어 개발자의 경우, 1차 관문은 과제 풀기다. 관련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서 이를 통과한 사람만 면접을 볼 수 있다. 문제를 푸는 데 6~7시간 정도 걸리는 문제도 있다. 이렇다 보니 인턴 직원 한 명을 뽑을 때 채용 진행 기간이 한 달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이쯤 되면 스펙을 안 보는 게 아니라 ‘스펙만 빼고 다 본다’는 것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아닌 게 아니라 몇날 며칠 공을 들여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한 명도 뽑지 못할 때가 있다고.
무스펙 채용에 찾아가는 면접으로 화제가 된 기업도 있다. “학력, 외모, 자격증 무관! 사회적 기준의 스펙보다 러쉬 DNA를 탑재한 해피피플을 찾습니다”라는 채용 공고가 이색적인 이 회사는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로 유명한 ㈜러쉬코리아다. 이 회사의 2018년 공채 모집 제목은 ‘냄새나는 면접-당신이 원하는 시간 그리고 무한 공간’이다. 서류 전형, 화상 실무진 면접, 임원진 면접(일부 직군에 한함) 순으로 진행되는 러쉬코리아의 채용은 늘 그랬던 것처럼 서류 전형에서 나이, 학력, 영어 점수 등 일명 ‘스펙’이라 불리는 선발 기준을 과감히 생략한다. 특이한 것은 서류 전형에서 통과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실무진 화상 면접을 진행하며,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을 최대한 배려해 면접 날짜를 조율하여 어느 곳에서나 면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채용 방식으로 회사 분위기를 알릴 수 있어 취준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 회원 309명에게 물었다
무스펙 채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확대보기66% 긍정적 / 34% 부정적<출처 : 인크루트>
하반기 신입공채 지원하는 취준생 923명 설문 결과
블라인드 채용 준비 현황
확대보기50.1% 준비한다 / 49.9% 준비하지 않는다<출처 : 잡코리아>

너의 능력을 보여줘
블라인드 채용이나 무스펙 채용 역시 실무를 중점으로 진행되는 채용 방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해당 업무에 대한 테스트로 면접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있다. 소셜커머스기업 위메프의 경우, 직원 채용 시 ‘콜드콜(cold call)’ 면접을 필수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존의 면접 틀에서 벗어난 콜드콜 면접은 지원자가 면접 과정에서 가상의 파트너사와 전화통화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으로, 현직에 있는 MD가 파트너사 역할을 맡아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연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파트너사와 전화 연결이 되기도 하고, 또 즉석에서 랜덤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진다. 이를 통해서 지원자의 업무 이해도와 순발력, 창의력 등을 테스트한다.
동종 업계인 쿠팡은 개발자 면접에서 직무 테스트를 반드시 실시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의 경우 서류 전형과 면접 사이에 온라인 캐치 테스트(CATCH Test)를 실시한다. 이 테스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기본 지식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것으로, 코딩 등 컴퓨터 관련 기술에 대한 실무 검증 테스트다.
실무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중시하는 채용 사례도 있다. 티몬은 서류 심사와 직무 테스트를 통과하면 ‘써드아이’ 면접을 본다. 자체 개발한 채용 프로세스인 ‘써드아이’는 1시간 동안의 면접을 통해 티켓몬스터 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티모니언’을 가려내는 과정으로, 스펙이나 능력이 뛰어난 구직자보다는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과정이다.
이처럼 요즘 기업들에선 구직자의 학력, 외모, 스펙보다 조직에 맞는 인성을 갖추고 제 할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서류 전형을 낮추고 면접을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최진희 전문기자

조회수 : 2,654기사작성일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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