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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하세요!
컴플라이언스 경영

최근 국내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영어로 ‘compliance’는 법·명령 등의 준수를 의미한다. 경영학적으로는 ‘준법 감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법을 제대로 지키며 사업을 하자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지만, 최근 컴플라이언스는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해 법률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설사 민·형사 소송이 발생하더라도 벌금이나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꼭 대기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면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모든 분야의 ‘모든 기업’에게 필요하다. 크든 작든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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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라이언스 경영 시대의 개막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연말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경영 선포식’을 했고, LG전자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달성하기 위한 KPI를 만들었다.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가 활동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롯데그룹, 동아오츠카, 한화그룹, 한미약품 역시 기업 내 컴플라이언스 분야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법과 관련된 기업 활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로펌 등에서 많이 담당할 것 같고, 각 로펌에 컴플라이언스 부서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대형 로펌에서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있는 곳은 딱 한 군데뿐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로펌에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따로 있고, 그 비중 또한 상당하다. 이 말은 곧 컴플라이언스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미국기업들 사이에 상당히 대중화된 기업 활동이라는 사실이다.
컴플라이언스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법에 저촉될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감시해 불법의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역시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요소는 매우 많다. 사소하게 산업재해, 근로기준법 등을 어겨도 경영자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사전에 이런 요소를 파악해서 위험을 줄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사전에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더라도 그 시도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업은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바로 여기에서 컴플라이언스의 두 번째 목적이 대두된다. 어쩔 수 없이 경영자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더라도 형을 줄일 수 있는 근거자료를 미리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와 경영자는 불법의 요소를 없애기 위해 평소에 불법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충분히 해왔다. 그러니 형을 좀 줄여달라’는 주장의 근거자료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 법원에서는 비록 가해자라 하더라도 범행 이후 반성을 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등의 성실한 자세를 보이면 감형을 해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평소에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해왔으니 형을 감소하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재판부는 매우 의미심장한 판결을 한 적이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업무상횡령죄 등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공판에서 위법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본 후 형량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재용 봐주기’라든가, ‘재판거래’ 등의 표현으로 비난을 했다. 하지만 컴플라이언스의 차원에서 본다면, 이제 국내 재판부가 컴플라이언스를 매우 중요한 양형의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부 변호사는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하게 대두된 것은 미국의 강력한 해외부패방지법(FCPA) 때문이다. 이 법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을 때 적용되며, 그 벌금과 양형이 매우 강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지멘스는 이 법에 의해 약 8,0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내기도 했다. 물론 지멘스는 독일 기업이긴 하지만,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면 미국 기업으로 본다. 이러한 엄청난 벌금을 목도하게 된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다. 해외에서 소송이 생기면 해당 기업은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화장품 회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국 관리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 있었다. 이때 미국 법무부는 해외부패방지법에 의거해 벌금을 무려 1,000억 원 부과했고, 화장품 회사 측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인단을 구성했는데, 그 비용이 1,000억 원이었다. 사후에 아무리 대응을 해봐야 사전에 대응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가 선제적인 방법으로 리스크를 제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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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처벌 규정만 2,600여 개
우리나라에 컴플라이언스가 조금씩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해외부패방지법이 국내 대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과 합작하거나 또는 컨소시엄 참여 기업도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미국 법무부가 한국 특정 기업의 계열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 국정농단 사태로 대기업 총수들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대기업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외로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 해외 현지에서 공장을 세우고 마케팅을 하는 글로벌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했다가는 큰 사업적 암초를 만날 수가 있다.
또 경영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의 가능성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경영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 285개의 경제 관련 형벌 규정에 의하면, 형사처벌에 대한 항목이 무려 2,657개에 달했다. 이는 1999년에 비하면 무려 42%나 증가한 수치다. 또 징역형, 벌금형 모두 늘어났다. 1999년에는 징역 형량이 평균 2.77년이었지만, 2019년에는 3년으로 늘어났고, 벌금형은 평균 3,524만 원에서 5,28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일단 경영자가 되는 순간에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대폭 증가한다.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직원의 실수로 인한 문제, 경영자가 사전에 전혀 몰랐던 사안도 결국 처벌은 경영자가 받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담당자의 실수로 직원에게 수당을 주지 않은 경우라도 경영자가 형사입건된다. 경영자는 지급하지 말라고 고의로 지시한 적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또 지방 지사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인해 경영자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사실 서울에 있는 경영자가 부산에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알 방법은 없다. 경영자가 몰라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어도 결국 경영자는 전적으로 그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이는 형법상 양벌(兩罰) 규정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회사라는 법인도 책임을 져야 하지만, 사업주인 경영자도 동시에 처벌하는 규정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행법인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준법을 위한 사전 감시 활동, 컴플라이언스이기도 하다.

반기업 정서 완화에 기여
현재 일부 기업에서는 최종적인 경영 방침을 정하기 전에 컴플라이언스를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즉, 변호사가 경영자의 사업 방향을 들어보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문제가 터진 후 변호사가 민형사적 분야에서 뒷감당을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최근 이러한 컴플라이언스와 관련해 개별 기업이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와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지원을 해야 한다는 법조계의 목소리도 있다. 즉, 최소한 각 산업별로 생길 수 있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이 스스로 이를 체크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정도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하면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환기되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지가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컴플라이언스 활동은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강한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웃지 못할 서글픈 일이 발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미 수년간 1년에 1~2회 정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업 호감도’를 조사해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업 호감도가 계속해서 하락했기 때문에 관련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호감도 조사 자체를 포기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 대부분이 기업에 취직해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거대한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준법경영’, ‘정도경영’을 넘어서 아예 가능한 모든 제재에 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방활동을 펼치면 그만큼 기업의 불법적 활동이 줄어들 것이고, 자연스럽게 기업에 대한 호감도와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경영은 매우 다차원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치열한 경쟁적 환경 속에서 최소한 법에 의한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벌금이나 형량을 낮춰 기업 활동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려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컴플라이언스 활동에 대한 국가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독려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INTERVIEW

“중소기업 컴플라이언스, 이렇게 해보세요”
김앤장 김한규 변호사

김한규 변호사는 2013년 김앤장이 국내 최초로 컴플라이언스 분야를 만들 때 간사로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공정거래, 기업 인수합병, 준법경영 등을 전문분야로 맡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기도 하고, 법률시장 평가기관인 체임버스앤파트너스로부터 화이트칼라 범죄부분 전문 변호사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최근 MBC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외전〉에 출연,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해설을 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그에게 물어보았다.

확대보기김한규 변호사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게도 컴플라이언스 경영이 필요한가?
어떻게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대기업은 이미 법무팀이나 감사팀 등에 변호사들이 근무하고 있고, 설사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회사 내에 변호사가 근무하지도 않을뿐더러, 결국 해봐야 문제가 터진 후의 사후 작업일 뿐이다.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경영자의 감형 요소도 찾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일수록 사전에 이런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통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컴플라이언스 활동은 총 4단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회사의 경영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회사가 중동에서 사업을 한다면 가장 큰 위험요소는 뇌물일 수가 있고, 화학분야의 기업이라면 안전에 대한 것이 매우 중요한 리스크다. 이렇게 위험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낸 후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회사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전 직원에게 교육을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 집중 교육하거나 또는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변호사와 함께 하면 제일 좋지만, 변호사가 모두 할 수 있는 일만도 아니다. 경영자-직원-변호사가 하나가 되어 회사 안팎을 잘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전문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컴플라이언스라는 개념이 생소해서 그렇지 일반 변호사가 해당 산업분야를 이해하고 관점을 익히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와 관련 있는 변호사가 있다면, 우선 회사의 리스크를 찾아달라고 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하면 일단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법원에서는 ‘사전에 경영자와 기업이 이런 위험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나?’라는 점을 중요하게 본다. 이는 경영자의 사전 노력과 선의(善意)를 보여줄 수 있는 근거가 되며, 나중에 벌금 구형이나 감형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와 관련, 중소기업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생소한 국가에 진출하는 기업, 에너지산업 등을 하는 기업들은 특히 컴플라이언스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생소한 국가에 진출하면 이미 진출한 국내 기업이 없기 때문에 각종 법률 정보가 미흡할 수 있고, 에너지산업은 뇌물이나 급행료 등의 비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법률적 잣대 없이 이런 문제를 대하게 되면 나중에 사업에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남훈 기자 사진 손철희 기자

조회수 : 5,408기사작성일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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