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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에 진심인 편
세계관 마케팅

잠시 스쳐가는 유행인 줄만 알았더니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부캐 열풍과 이를 받쳐주는 세계관 놀이에 관한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이야기.

세계관, 그게 뭐임?

신조어 때문에 제일 짜증 나는 경우가 뻔히 아는 단어인데 더 이상 내가 알던 뜻으로는 통용되지 않을 때가 아닐까 싶다(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나만 또 모르네?). ‘세계관’이 그렇다. “세계관이 뭔 줄 알아?” 하고 물었다가 “그거 대전엑스포에 있는 거잖아”라는 대답까지 들어봤다(대체 얼마나 옛날 사람인 거야?). 그렇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일까? 맞지만 정답은 아니다. 요즘 자주 쓰는 ‘세계관’이라는 단어는 ‘어떤 이야기나 게임 속 가상세계의 구체적인 설정’을 의미한다. 어렵다고? 세계관을 ‘유니버스(universe)’로 바꿔보면 한결 이해가 쉬워진다. 어떤 가상의 캐릭터가 사는 또 하나의 유니버스가 있다고 떠올려보라. 그게 바로 세계관이다. 그래도 어렵다면 우리식으로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가상의 캐릭터에게 사돈의 팔촌까지 꼼꼼하게 적힌 족보 한 권 선사하는 것. 그게 바로 MZ세대가 열광하는 세계관 놀이다.

좋아해서 잘 팔리고 잘 팔려서 좋아하고

세계관 놀이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매드몬스터’다. 매드몬스터는 전 세계 60억 포켓몬스터(팬클럽명)가 열광하는 5년 차 아이돌로 올 초에 4집 〈내 루돌프〉라는 곡으로 컴백한 초대형 보이그룹. 매드몬스터의 멤버 ‘탄’은 12시간 동안 춤만 추다가 신발이 다 타버려서 ‘탄’이라는 예명이 붙었다. 또 다른 멤버 ‘제이호’는 소멸 직전의 작은 얼굴과 189㎝나 되는 큰 키의 소유자로 15등신이라는 기적의 비율을 뽐낸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와 MIT 영어교육과에 합격했으나 가수 활동을 위해 진학을 포기했다.

확대보기매드몬스터MR 제거보다 필터 제거를 더 두려워한다는 매드몬스터. 필터 앱이 없으면 실제 얼굴이 슬쩍 보이는데 팬들은 이걸 “악귀가 씌어 그렇다”고 방어해주고 있다.(출처 : 비디터 채널, 매드몬스터 인스타그램)

여기까지 읽으면 과연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 있나 의문부터 들 것이다. 놀라운 것은, 영상으로 이들을 직접 보면 더더욱 의구심만 든다는 점이다. 세계관 놀이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저것들이 도대체 뭔 Dog+소리를 저렇게 진지하게 하는 거지?’ 하는 물음표만 머릿속에 가득해진다. 아무리 봐도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 같은데 매드몬스터인지 뭔지라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 〈쇼! 음악중심〉, 〈문명특급〉 등 쟁쟁한 음악방송에 출연, 수준 이하의 조잡한 가창력과 율동에 가까운 춤을 선보이며 유명 아이돌이나 MC, PD들의 존경과 환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연기한 ‘유산슬’이나 추대엽이 깜짝 변신했던 ‘카피추’ 같은 부캐(서브 캐릭터)인가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인물 검색을 해보면 버젓이 탄과 제이호에 관한 소개 글이 등장해 다시 한 번 혼란을 야기한다. 혹시 실존 인물인가? 아니다! 이게 바로 세계관 놀이다. 우리가 아는 부캐는 맞지만 그 서사가 한결 촘촘해졌다고 보면 된다. 가상의 인물에게 출생지, 성장 배경, 교우관계는 물론 종교나 특정 에피소드까지 덧입혀서 한층 생생함을 살리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쓸데없는 짓(?)을 왜 하는 걸까? 물론 재미있어서다. 매드몬스터는 필터 앱으로만 촬영해야 하는 특성상 얼굴이 왜곡되다 보니 지나치게 목주름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해 질문하자 능청스럽게 “팬들이 목걸이를 잡아당겨 주름이 생겼다”고 응수한다거나, 키가 189㎝인데 몸무게가 48㎏ 이하인 프로필에 의혹을 제기하면 “(너무 말라서) 우리도 가끔 전선이랑 제이호를 혼동한다”고 답하는 등 특유의 웃음 포인트가 있다. 여기에 MZ세대가 더 열광하는 것.
이들은 최근 광고계의 블루칩으로까지 떠올랐다. 롯데제과, OB맥주, KB국민카드 등 쟁쟁한 대기업 광고뿐만 아니라 매트리스, 화장품, 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촬영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부캐+세계관=새로운 이야기의 탄생

MZ세대가 세계관이 있는 부캐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안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 이를 발 빠르게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 이른바 ‘세계관 마케팅’이다. 세계관 마케팅의 대표주자로는 빙그레의 ‘빙그레우스’를 들 수 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왕국’의 후계자로 왕위를 승계받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 어버이날 아바마마에게 자신이 아끼는 요플레 뚜껑, 뽕따 꼬투리, 슈퍼콘 끝부분을 선물했다가 노여움을 사는 등 특유의 허당미가 매력이다. 빙그레는 이 빙그레왕국 세계관 덕분에 전년대비 매출 18% 상승과 SNS 팔로워 업계 1위 달성 등 이미지 변신과 매출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확대보기빙그레왕국 왕자 빙그레우스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쓴 빙그레왕국 왕자 빙그레우스의 모습(출처 : 빙그레 인스타그램)

현재 세계관 마케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의 새로운 모습과 그 새로운 존재의 깨알 같은 서사에 열광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가면 하나쯤은 써야 한다.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부캐는 본캐가 미처 누리지 못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대리만족을 준다. 그러면서도 그 이야기가 억지스럽지 않고(철저히 계산되어) 재미까지 있으니 세계관 마케팅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름 없는 개그맨이 슈퍼 아이돌이 되고 한물간 아이스크림이 웃음을 유발하는 새로운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세상, 그런 긍정의 세계관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박성연

조회수 : 584기사작성일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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